만약 밖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리자는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별거 아니야'라며 발걸음을 돌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
리자는 도망치지 않았다.
결심한 듯 시이나를 올려다보고, 갈등하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더니 작게 고개를 숙였다.
"미, 미안해 ......"
"......? 뭐, 가 ......? (미, 미안해? 어.. 뭐, 뭐가 ......?)"
"그러니까 그, 오늘 아침에 너를 ...... 아니, 너희들을 죽일 뻔한 것 ...... 아, 사과할 필요도 없을지도, 가 아니라......사, 사과할게 ....... 내가 잘못했어 ...... 미안해."
리, 리자가, 그 리자가 남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 늘 방약무인했던 그 아이가 .......
왠지 울 것 같다. 이게 바로 부모의 마음인가 ...... 사실은 리자가 내 양육자지만 .......
시이나는 처음엔 눈을 부릅뜨고 있다가, 리자의 말을 다 듣고 나자, 슬그머니 자신의 검지를 내밀었다.
"...... 뭐야, 이거. 죽으라는 거야?"
"!? 아, 아냐..... 악, 수......(죽으라니!? 손가락을 내민 것뿐인데 왜 그렇게 되는 거야!? 아, 아냐! 악수하자는 거야!)"
"악수? 왜?"
"화해의 ...... 악, 수 ...... (화해의 악수! 뭐, 그, 딱히 지금 화난 건 아니지만 ...... 형태만이라도 이렇게 해 주는 게 리무자드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
리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본 듯이 시이나를 올려다보다가, 그후 어째선지 내 쪽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며.
그런 리자의 눈길을 받은 나는, 리자가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음, 으음....... ......"
그런 나의 대답에, 리자는 곤란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시이나를 바라보다가, 망설이는 듯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리자는 그녀의 집게손가락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 화, 해 ...... (에헤헤, 이걸로 화해했어!)"
"............ 이해 못 할 녀석이구나, 너."
리자는 시이나의 말과 행동의 이유를 진심으로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어깨에 힘이 풀린 것 같았다.
이후에도 세 사람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리자는 거의 자연스럽게 시이나를 대하고 있었다.
친근감을 느낀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던 것 같았고, 그 태도는 마치 동병상련의 악우라는 인상을 받았다.
생각해 보면 시이나가 리자에게 악수를 청한 것도, 리자가 시이나를 자신과 같다고 표현한 것처럼 시이나는 리자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점을 느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궁합은 의외로 잘 맞았던 것 같다.
좋아 좋아. 이 정도면 리자와 아모르, 그리고 리자와 시이나는 내가 없어도 싸우지 않을 것 같다.
리자를 적응시키는 게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적응할 수 있어 보인다.
리자가 예전보다 훨씬 원만해진 게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지만.
불사였던 시절의 그녀는 정말 방약무인한 상태였으니까.
그 시절의 그녀는 그야말로 죽기 위해 살고 있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세상과 생명에 대한 증오. 분노.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그녀는 지금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고 있다. 마음의 여유가 있다.
그것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 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문제는 .......
오늘만 벌써 몇 번이나 충돌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나는 남몰래 기합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