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 만약 만져버려도 시이나라면 용서해 줄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
.............
"...... 할로?"
"꺄악!"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깜짝 놀라 어깨가 들썩거렸다.
깜짝 놀라서 쳐다보니, 리자가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아, 맞다. 리자도 여기 있었구나.
나, 나 이상한 짓 하지 않았지? 괜찮겠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하지는 않겠지?
"뭐, 뭔데? 리자."
"...... 음.......딱히 아무것도. 하로, 멍한 표정이라서 무슨 일인가~ 싶어서."
"아, 아냐, 별일 아니야. 리자야말로 지루하지 않고?"
"할로가 같이 있는데 지루할 리가 없잖아~. 이렇게 할로랑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해."
그렇게 말하며 리자는 빙그레 웃는다.
다시 만난 초기에는 '이 사람 누구야'라는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호감도 MAX의 말투에도 익숙해졌다.
태도나 말투가 나쁘고 윤리의식이 붕괴되어 가치관이 왜곡되어 있을 뿐이지, 리자도 평범하게 귀엽다.
음, 뭐...... 그것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고도 크나큰 문제인 것 같기도 하지만 .......
"...... 으음 ......? (...... 으음 ...... 어라, 잠들었나 ......?)"
그렇게 리자와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시이나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그녀의 눈꺼풀이 천천히 열렸다.
열렸다 해도 반쯤 열린 상태다.
졸린 눈동자로 먼저 근처에 있던 리자를 바라보다가 나를 바라본다. 눈을 비비고 나서 다시 리자와 나를 바라본다.
"잘 잤어? 시이나."
"......!? ...... 으, 응 ......(하, 할로짱!? 어, 어, 잘 잤어 ......?)"
"미안. 깨웠나 봐."
"......아니, 괜, 찮아............ (괘, 괜찮아...... 으으, 혹시 자고 있는 모습 보였어 ......? ...... 근데 잘 생각해 보니 항상 아침에 깨우러 와줄 때 보이는 것 같으니 새삼스러울지도......)"
시이나는 서둘러 자세를 바로잡고서, 펼쳐놓았던 책을 덮어 책상 서랍에 넣었다.
그때 힐끗 보이는 표지에는 '고블린도 이해할 수 있는 읽기, 쓰기 강좌'라고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시이나는 글자 공부를 하다가 잠이 든 모양이다.
응응, 공부란 지루한 거지. 졸릴 거야. 이해해 .......
나도 이 세상의 글자를 배우는 데 꽤나 고생했고, 최근에는 몬스터 조련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잘 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시이나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
"...... 할로짱......? (하암 ...... 할로짱?)"
"시이나는 대단하네."
"...... 에, 헤헤 ...... (어...... 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거야? 잘 모르겠지만 ...... 기분 좋으니 뭐든 상관없어 ..... 에헤헤)"
시이나는 내 손길을 받아들이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가만히 있었으며, 가끔씩 기분 좋은 듯이 고양이 귀를 씰룩거렸다.
고양이 귀의 촉감도 있어서, 시이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은 꽤 기분 좋은 일이다.
시이나도 매번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쓰다듬어 주고 싶어진다.
"흠~ ...... 시이나, 였지?"
"아 ...... 리무, 자드 ...... 짱 ...... (아, 리무자드짱. 무슨 일이야?)"
"오늘 아침 검을 겨누고 있을 때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너, 꽤 괜찮은 얼굴도 할 줄 알잖아."
리자는 시이나를 향해 놀란 눈빛을 보냈다.
"어 ...... 어, 그 ...... 그, 럴, 까 ......? (내, 냉철...... 우우, 역시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그렇게 보이나 봐...... 하,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줬어! 포기하지 않고 매일 몰래 웃는 연습을 해온 성과가 드디어 나타난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