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8. 리자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알고 있다(5)
    2024년 04월 11일 17시 55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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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나 더 이상의 말다툼은 참을 수 없다며, 리자와 아모르 사이에 끼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아모르의 눈빛에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을 본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원치 않는 생명 따위가 아냐......"

     아모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식물의 괴물 줄기를 살살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 화단에 있는 아이들은 제가 언니와 함께 심은 아이들인걸. 나는 이 아이들이 싹을 틔우기를 계속 기다렸어 ......"
    "......"
    "설령, 변질? 된 것이라도 ...... 그것만은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아.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니 ...... 제발 그런 슬픈 말은 하지 말아 줘."

     ...... 리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답답한 듯, 괴로워하는 듯, 고통스러워하는 듯. 아모르를 원망하는 듯, 자신을 혐오하는 듯한.
     그런 복잡한 표정으로 아모르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리자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 흥......."

     그렇게 말하고서, 리자는 현관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아모르는 잠시 리자를 붙잡으려는 듯 손을 뻗었지만, 리자의 모습이 집 안으로 사라져 완전히 보이지 않자 팔을 내려놓고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 내가 싫어진 걸지도......"
    "아니. 리자는 아마 아모르를 꽤 좋아하는 것 같아."
    "하지만 도망쳐 버렸는걸 ......?"
    "원래 그런 아이야. 리자가 말한 것은 모두 리자 자신이 경험한 일이니까 ......"
    "경험한 일?"
    "그러니까 그, 뭐랄까 ...... 가능하면 그 애를 싫어하지 말아 줘."
    "응. 요정님은 나를 지켜줬으니까. 싫어할 리가 없잖아."
    "그래. 그럼 다행이고."

     아모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그녀는 기쁜 듯이 웃으며 내 손바닥에 뺨을 가져다 대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생각하며 아모르가 덮고 있던 식물 마물을 한 번 흘끗 쳐다보았다.

    "그 아이는 다음에 저쪽의 탄 자국을 없앤 곳으로 옮겨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여기는 마력이 부족해서 금방 시들어 버릴 테니까. 아까 이상하게 움직인 것도 마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였고."
    "그래?"
    "응. 저쪽의 흙에서도 아마 일시적일지도 모르겠지만 ...... 뭐, 그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는 다음에 다시 생각해 보자. 아, 그래.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 그 아이와 접촉할 때는 나나 시이나, 리자를 동반하도록 해. 또 잡아먹힐지도 모르니까."
    "이 아이를 키워도 돼?"
    "아모르가 처음으로 해준 생떼니까. 어떻게든 들어주고 싶은 게 언니의 마음인가 봐."
    "...... 생떼 ...... 그건 나쁜 뜻, 이지 ......?"
    "좋은 뜻이야. 아모르가 자신의 의지를 가졌다는 뜻이니까."

      아모르는 눈을 깜빡이며 나를 쳐다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에헤헤 ...... 그렇구나. 고마워, 언니."

     ...... 이것 좀 보세요. 이 해맑은 미소.
     너무 귀엽지 않나요?  아모르는 사실 천사가 아닐까요?

     할 수만 있다면 아모르가 만족할 때까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 리자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리자하고는 과거의 오해를 풀고 진심을 들을 수 있었지만, 그녀는 오늘 아침 필리아 일행을 죽일 뻔한 전과가 있다. 혼자서 행동하게 놔두기에는 아직은 조금 불안한 마음이 남는다.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아모르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나도 정원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자 그럼. 리자를 찾으면 그녀에게도 아모르가 화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줘야겠다.

     아마 리자는 꽤 신경 쓰고 있을 테니까.
     나는 리자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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