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8. 리자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알고 있다(4)
    2024년 04월 11일 17시 55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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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자라면 적대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워버릴 줄 알았지만, 그 정도의 위력을 가진 마법을 사용하면 근처에 있는 아모르나 다른 식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자중하는 것 같았다.
     전기충격으로 약해지긴 했지만, 식물 마물은 아직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 어, 언니 ......"
    "괜찮아?  아모르 ........

     리자 덕분에 쓸 필요가 없어진 마법을 지우면서 나는 서둘러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아직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아모르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웠다.

    "응. 요정님이 지켜줬으니까........"
    "...... 딱히 보호해 준 건 아니야. 이런 일에 할로가 손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내가 하지 않아도 할로가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 거야."

     음~...... 확실히 리자의 말대로, 솔직히 어떻게든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그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나보다 먼저 어떤 요정이 보호해 주었기 때문에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아모르도 같은 마음인지 그녀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니. 그래도 나를 지켜준 건 요정님이니까. 그러니. 고마워, 요정님."
    "...... 흥."

     미소 짓는 아모르한테서 휙 얼굴을 돌린다.
     그런 츤데레 리자는, 누워 있는 식물 괴물에게 다가가더니 가만히 근거리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기, 리자. 이건 ......"
    "응. 싹이 나오기 직전에 고농도의 마력을 너무 많이 받아서 변질된 것 같아"

     역시 그렇구나,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아침 리자의 마법을 튕겨냈을 때, 그 후 장벽의 마법으로 덮어서 열을 가두어 두었다.
     그래서 아까까지만 해도 탄 자국 정도로만 영향을 미친 줄 알았는데 ...... 새싹이 나오기 직전, 지상에 나오는 시기 중 가장 약한 시기와 겹친 것이 화근이었던 모양이다.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숨을 쉬는 것처럼, 주변에 떠돌던 고농도의 마력을 대량으로 빨아들이자 마물로 변질된 것 같다.

    "이 녀석, 아직 숨이 붙어있는 것 같네. 얼른 태워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어 ...... 죽여버릴 거야?"
    "그야, 당연하지. 원래 이곳에는 다른 씨앗을 심었었잖아? 하지만 그것이 변질됐어. 한 번 변질된 생명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아. 이 녀석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생명이야. 원치 않는 생명이라면, 그야 빨리 죽여버리는 게 낫지 않겠어?"
    "...... 아, 안 돼."
    "뭐?"

     아모르는 축 늘어진 식물 괴물에게 달려가 보호하려는 듯 몸으로 덮었다.

    "이, 이 아이는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어.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알려는 것도 하지 못했어 ...... 나, 나는 싫어. 죽이고 싶지 않아."
    "하아......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라구. 고통도 괴로움도 모른다면 편하게 죽을 수 있어. 다 알고 난 뒤에는 이미 늦어. 그 녀석에게 있어 안다는 것은 곧 절망. 자신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원치 않는 생명이라고 ...... 그런 걸 나중에 알면 구원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음 ...... 이건 리자의 안 좋은 부분이 나왔네요 .......

     한때는 불사였기에 너무 오랜 세월을 살아온 리자는, 삶과 죽음에 대해 일반인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인생이란 짧고 덧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을 늘어놓는 인간들 옆에서, 홀로 원치 않는 영원을 살아온 것이다.
     가치관이 왜곡되는 것도 당연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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