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오오...... 리자가 스스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어.......
다소 오만한 말투지만, 평소 리자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완전 부드러운 말투라고 할 수 있다. 평소 얼마나 입이 험한지 모르겠다.
잘해주지 못할 것도 없다고 말했듯이, 일단 리자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아모르는 눈을 깜빡이며 잠시 생각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음, 괜찮아. 조금 무겁지만 ...... 이건 언니가 맡겨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흐음 ...... 그럼 뭐 괜찮지만..."
"에헤헤 ...... 신경 써줘서 고마워, 요정님."
"...... 신경 쓸 필요 없어"
미소 짓는 아모르에게, 리자는 입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돌렸다.
반응은 완전히 츤데레의 그것이다. 솔직하지 않은 연령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니, 리자는 나한테도 예전에는 냉정했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츤데레가 되어 버렸으니, 상당한 츤데레의 소질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본인에게 이런 말을 하면 절대 화를 낼 것 같으니 말하지는 않겠지만.
양동이를 다 옮기고 아모르가 화단의 꽃에 물을 주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서, 나도 발걸음을 마당의 불에 탄 흔적 쪽으로 향했다.
아모르와 리자와 친해지기 위해 정원에 나온 것은 맞지만, 아모르에게 말했던 불에 탄 흔적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는 이유도 거짓말이 아니다.
"...... 음........ 겉모습은 어떻게든 되겠지만 ...... 이 근처는 이제 당분간 식물이 자라지 못할 것 같네."
응축된 초고온의 불길에 의해 달궈진 토양은 영양분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단순한 불꽃이 아니라 고농도의 마력에 의해 형성된 불꽃이라는 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너무 높은 농도의 마력은 생물에게는 독과 다름없다.
자연적으로 마력이 물질화, 그리고 액체화되어 흐르는 원천인 용맥이 존재하는 비경 같은 곳은, 너무 높은 마력으로 인한 독기가 만연하여 독기에 내성이 있는 생물이나 독기에 의해 변질된 동식물만 서식하고 있다.
이 일대의 토양은 고농도의 마력에 노출된 탓에, 비경의 땅과 비슷한 상태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설령 잡초가 이곳에 뿌리를 내리려 해도, 싹을 틔우기도 전에 마력에 의해 죽어 버릴 것이다.
비경의 땅에서 자라는 식물이라면 싹이라도 틔울 수 있겠지만 ...... 이미 일부분만 농도가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 환경이 맞지 않아서 고사하고 말 것이다.
그보다 비경 식물은 위험한 생태를 가진 것들이 많아서 이런 정원에는 심고 싶지 않다.
나나 리자, 시이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필리아나 아모르에게는 너무 위험한 것들이다.
"이 정도면 새로 흙을 사 오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렇게 되면 힘이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시이나도 도와줘야겠네."
일단 임시방편으로 흙의 마법으로 겉모습만 정리해 놓는다.
그러던 중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리자가 풀 죽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리자?"
"...... 으으. 미안해, 나 때문에 ...... 아까부터 계속 민폐만 끼쳐서 ......"
"리자 때문이라니? 아, 이 불에 탄 흔적? 아니, 이건 내 탓이기도 하니까 ......"
뺨을 긁으며, 나도 리자와 마찬가지로 조금 반성한다.
"리자가 쏜 마법을 장악했을 때 바로 지워버렸어야 했는데, 그대로 돌려주었으니까. 뒷일까지 생각하지 못했어 ...... 반성해야겠어."
"하지만 할로의 그건 그 제자나 수인이 다쳤을지도 모른다는 분노에서 나온 거잖아? 그렇다면 역시 할로를 그런 기분으로 만든 건 내 잘못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