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 묵비권을 행사하겠다!(7)2024년 04월 10일 20시 39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하지만 다시 돌아왔잖아. 아마도 그건 함께 있고 싶었던 나를 위해서였지?"
"...... 아니, 달라. 말했잖아?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말은, 결국 누군가를 생각하는 나 자신을 위한 것뿐이라고."
내 턱을 들어 올린 부근에서 공중에 떠 있던 그녀는, 책상 위에 쿵 하고 착지하자마자 마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은 듯이 내게 등을 돌렸다.
"할로의 앞에서 도망친 이후 몇 년 동안 나는 계속 생각했어. 왜 그때 나는 네 앞에서 도망쳐 버린 걸까. 무엇이 그렇게 무서웠을까. 이제 저주 같은 건 없으니 그냥 죽어버리면 될 텐데 ...... 왜 이런 걸 신경 쓰는 걸까. 마치 죽고 싶지 않은 것처럼. 그걸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
그래서요, 라고 말한다. 내게 등을 돌린 채 그녀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본다.
"...... 깨달았어. 할로의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것을. 할로가 함께 있고 싶다고 손을 내밀었을 때, 가슴이 따뜻했던 것을.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아서 ...... 그때 알았어. 나도 할로와 함께 있고 싶다는 것을."
"리자 ......"
"그러니까, 할로 때문이 아니야. 내가 하는 행동은 모두 나를 위한 것뿐이야. 내가 너랑 함께 있고 싶었기 때문이야. 내가 할로에게 돌아온 이유는 그것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리자는 왠지 미안한 듯이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그렇구나. 후훗. 그건 나를 위한다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은 말이네."
"...... 그래? 아무 말 없이 네 앞에서 도망쳐 놓고서 ...... 이런 말은 제멋대로일 뿐인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
"언젠가 리자도 알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리자는 아직 자신의 마음과 감정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죽으면 끝인데, 현재를 살고 있다. 무한 속에 갇혀 살아온 그녀는 아직 그런 경험이 없다.
풋풋해서,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난다.
"이봐, 리자. 나랑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리자도 이 저택에서 함께 살래?"
"...... 괜찮아? 그렇게 해준다면야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
"물론 괜찮아. 방은 남아도니까. 뭐, 리자의 체격으로 방 하나는 너무 넓을지도 모르겠지만 ...... 아, 하지만 한 가지 말해 두겠는데, 리자가 예전에 자주 사용하던 투명화 마법 같은 건 이 집의 부지 내에서는 금지야. 내 앞에서만 모습을 드러내고 그 외에는 투명화 같은 짓은 하지 말아 줘."
"으으....... 역시 그 아이들과도 조금은 교류해야 하는 거야 ......?"
"같이 살려면 그건 절대 조건이야. 자기 소개할 때 했던 말은 거짓이었어?"
"거, 거짓말은 아니지만 ......"
"그럼 리자도 조금은 다가가야지. 그리고 필리아와 시이나에게 오늘 아침 일도 제대로 사과해야 하니까.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필리아한테도 미안하고, 아모르의 교육에도 좋지 않아."
"......윽, 으으으으........하아.......알았어. 할로가 말했으니 조금만 더 노력해 볼게 ......"
리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힘없이 수긍했다.
예전에는 내가 리자에게 이런저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내가 그 역할을 맡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만날 수 없을 거라고 포기했던 아이를 만난다거나, 다시 그 아이와 함께 할 수 있게 되거나.
정말이지. 엘프생이라는 것은 참 앞날을 알 수 없는 법이다.728x90'판타지 > 야한 짓을 하기 위해 거유미소녀노예를 샀지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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