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부분만, 목소리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아졌다.
리자는 말하기 힘들어하는 듯 입을 움질거리다가, 이내 체념한 듯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 무서웠어."
"무섭다고? 어, ...... 뭐가?"
"...... 그대로, 너랑 함께 있는 것이. 네가 손을 내밀어 주었을 때, 내 안에서 격렬했던 감정이 ......"
눈을 깜빡거리는 나에게, 리자는 참회하듯이 당시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나 자신도 모를 정도로 오랜 시간을 살아왔지만 ...... 그때 그 순간에 있었던 모든 것이 나에겐 전부 다 미지의 세계였어. 마음, 감정 ...... 항상 같은 고통만 줄 것 같은 그것이 그때만큼은 나에게 다른 것을 가져다주었고...... 그 미지가 너무 무서웠어."
"...... 그래서 리자는 내 앞에서 사라져 버린 거야?"
"응, 그래. 그래서 나는 네 앞에서 사라졌어 ...... 도망쳤어. 계속 죽고 싶었을 텐데, 네 곁에 있으면 내가 자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 ...... 그게 무서워서 모든 책임을 네에게 떠넘기고 이기적으로 등 돌리고 도망쳤어."
"...... 어, 음......그럼 리자가 사라진 건 나한테 실망해서 그런 거 아니었어?"
"그러니까 아니라니깐. 그건 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망친 내가 전적으로 잘못했지만 ......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어?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사고방식은 이해가 안 돼 ......"
"...... 혹시 나, 여러 가지 착각하고 있었나 ......?"
"뭐, 응..... 아주 성대하게..."
"......"
"......"
착각...... 그렇구나. 그래, 내가 착각했구나.......
약속을 어긴 것도. 포기한 줄 알았던 것도.
모든 것이 다 착각이었다. 사실은 계속 그녀도 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 흠.
.......
"풋. 아하하! 그건 뭐랄까, 확실히 바보 같은 짓이네. 그래 ...... 후훗, 아하하. 전부 내 착각이었어."
나는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그녀에게 버림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녀와 헤어진 후 몇 년 동안 내가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리자는 정반대로, 괴로워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 왜 그렇게 웃을 수 있어? 착각이라는 건...... 다시 말해 내 잘못된 말과 행동 때문에 할로가 계속 고통받고 있다는 뜻이잖아? 그런데도 ......"
"아니, 별로 괴로워한 적은 없었어. 그때 제대로 된 방법으로 리자의 소원을 들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가끔 후회는 했지만 ...... 결국 몇 번을 반복해도 내가 리자를 죽이는 일은 할 수 없었을 거야. 어떻게 되었든 그 결말만은 변하지 않아."
"......"
"그리고. 그보다 지금은 어쨌든 기뻐서."
"기뻐?"
"응. 내가 리자의 소원을 제대로 들어주고 있고, 리자에게 버림받은 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리자는 잠시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다시 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무서워진 듯 다시 입을 뻐끔거렸다..
그런 일이 두세 번 반복되더니,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 할로. 할로는 아직도...... 나랑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해?"
대답을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나는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당연하지. 리자는 나에게 있어서 세상에서 단 한 명뿐인 스승이니까."
"...... 나는 한 번 도망친 적도 있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