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 묵비권을 행사하겠다!(3)2024년 04월 10일 20시 36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그건...... 으~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건 할로의 일이니까......"
"누구의 일이든 마찬가지야. 누군가를 알고 싶고, 걱정한다. 그런 식으로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리자에게도 있다는 뜻이니까."
마음이나 감정이라는 말을 그녀가 싫어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고, 나 자신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굳이 그런 표현을 쓰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리자는 내 대답에 기뻐하기는커녕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리자가 마음과 감정을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그것 때문에 고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그것은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다.
그녀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볼까 한다.
예전에 리자는 어떤 특성을ㅡㅡ아니 어떤 끔찍한 저주를 안고 태어났다.
그 저주야말로 그녀의 고통의 전부이며, 그녀를 영원한 고독과 절망으로 몰아넣은 원흉이다.
그것은 요정 고유의 것이 아니다. 다른 누가 같은 저주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그녀에게만 내려진 최악의 저주.
그것은 바로ㅡㅡ불멸의 저주.
육체는 성장하지만 결코 늙지 않는다. 육체는 성장하지만 결코 늙지 않고, 살점 하나 남김없이 불태워진다 해도 허공에서 재생한다.
무한한 생명. 영원한 생명.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류에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단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섭고,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이치인지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리자는 말했다. 사람들이 불멸을 부러워하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삶을 즐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즐겁기 때문에 다음을 원한다. 영원히 계속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것이 불멸에 대한 소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 언젠가는 지겨워지기 마련이다.
어떤 일이든 지루해지고, 고통으로만 느껴져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어진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너무 오랜 세월을 살다 보면 숨을 쉬고 그곳에 있는 것, 그저 그것만으로도 혐오감만 느끼게 된다고 리자는 말했다.
고난과 역경. 벽과 언덕, 힘든 일을 이겨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극복할 수조차 없는 평탄하고 의미 없는 길을 영원히 걷는 것은 어떨까.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다. 무엇이 기쁘고 즐거웠는지, 스스로도 모를 정도로 미쳐버려도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사는 게 지겨워서. 사는 것이 고통스러울 뿐이 되어서.
사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살아야 한다.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 수만 년.........
리자는 홀로 그런 끝이 보이지 않는 지옥 속에 있었다.
아무도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도 타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이해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마음과 감정이라는 고통만을 느끼게 하는 것을 혐오하고, 그저 자신이라는 존재가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그 간절한 소망을 생각하면, 그녀가 타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사는 것을 고통으로 여기고 그저 끝을 바라는 그녀가 이 혐오스러운 세상의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질 리 만무하다.
자신의 이름조차 잊어버린, 죽고 싶은 불멸의 요정. 그것이 그녀였다.
...... 하지만 지금, 어찌 된 일인지 그녀는 그런 그녀를 끝장내지 못한 한심한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리자. 너랑 헤어지기로 했던 마지막 날, 기억나?"
"...... 응. 기억하고 있어."728x90'판타지 > 야한 짓을 하기 위해 거유미소녀노예를 샀지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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