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7. 묵비권을 행사하겠다!(2)
    2024년 04월 10일 20시 35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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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역시 암소는 좀 그만두면 안 될까요 ......?
     말하고 싶은 뜻은 잘 알겠지만 .......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뭣해서, 이쯤에서 적당히 자리에 앉았다.
     나는 의자에, 리자는 나와 마주 보고 있는 책상 끝에 앉았다.

     리자는 자신의 감정에 당황한 듯 멍한 표정으로 시선을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뭐랄까, 저 아이는 옛날 할로와 비슷한 키의 아이라서, 왠지 퉁명하게 굴기가 어렵다고나 할까 ...... 할로를 언니라고 부르는 바람에 나도 왠지 할로의 여동생처럼 보게 되고. 게다가 ...... 예전의 나처럼 저주받은 것 같기도 하고........"
    "저주를 받았다라. 그건 역시 '매혹의 마안'을 말하는 거야?"
    "응. 그 마안은 틀림없이 저주야"

     음마가 가진 '매혹의 마안'. 예전에 내가 쓰러뜨린 철진룡이 가지고 있던, 반경 1킬로미터의 금속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
     그런 특정 종족이나 고유한 생물이 지닌, 마법으로는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는 초월적인 능력을 리자는 저주라고 부른다.
     나는 저주라는 표현이 좀 어색해서 특성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부르는 방법만 다를 뿐 본질은 똑같다.

     그리고 예전에는 리자 역시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음녀나 철진룡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한없이 흉악한 것이었다.

     리자는 그 특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왔고, 그래서 특성이나 능력이라는 표현이 아닌 저주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런 리자가 자신의 과거보다 훨씬 못하지만 비슷한 힘을 가진 아모르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
     그것은 결국 .......

    "...... 혹시 리자, 아모르를 동정하고 있어?"
    "동정?"

     리자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입을 삐죽 내민다.

    "동정이라~ ...... 할로는 내가 그렇게 인간미가 넘쳐 보여? 이 내가 남을 걱정하냐고?"

     척 보기에도 기분이 조금 나빠진 모양이다.
     삐진 느낌이다.

     내가 상대라서 그런지 비교적 온화하게 대답해 주긴 하지만, 만약 필리아가 같은 말을 물었다면 엄청나게 퉁명하게 대답했을 것임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리고 뭐, 리자가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예전의 리자는 지금과 달리 나에 대해서도 냉담했고, 마법의 재능을 제외하고는 거의 관심도 없었다.
     그 증거로, 내 사정을 하나도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이 세계에 들어와 그녀를 만났을 당시의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이었으며, 당연히 이 세계의 상식에 대해서도 하나도 모르는, 어떻게 보더라도 너무 수상한 존재였다.
     그런데도 어디서 왔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하는 질문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아마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마법의 재능뿐이었며, 내 개인적인 사정 따위는 그녀에게 사소한 것이었다.

     그런 그녀를 생각하면 동정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예전의 리자라면 남의 일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다르다? 음.............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에 대한 태도랄까?"
    "할로에게?"

     힐끗, 베개가 두 개 놓여 있는 침대로 시선을 돌린다.

    "아까 리자는 내 방을 아주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었지. 그리고 내가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지 한 가지 추측도 해봤고. 아마 나에 대해 알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아. 리자를 처음 만났을 때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혼자서도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해 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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