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리자는 필리아가 언급한 것에 대해 자각이 없는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어이없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냐 너. 나는 할로의 소중한 것을 해치려는 자를 용서할 수 없다는 것뿐이지, 그 아이에 대해선 딱히 뭐라고 생각한 적 없는데? 네 눈은 제대로 달려있는 게 맞냐, 암소."
"아, 암소! 뭔가요 그 무례한 호칭은!"
"사실이잖아. 그렇게 큰 고기를 매달고 있잖아. 뭘 먹으면 그렇게 되는 거냐고. 할로의 날씬한 몸매를 본받지 그래."
"앗...... 저도 크고 싶어서 그렇게 된 게 아니에요! 스승님의 몸매가 아름답다는 것에는 확실히 동의하지만, 그렇다 해도 무례한 말이에요! 말해도 되는 것과 않은 것이 ......!"
"자자, 진정해 둘 다 ......"
이건 아침 식사 때와 다를 바 없다.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 사이로 서둘러 끼어들었다.
사실 필리아와 리자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가지고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봤지만, 역시나 순진한 생각이었나 보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그녀들끼리 사이좋은 대화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음......"
필리아를 진정시켜야 할까, 리자를 달래야 할까.
고민 끝에 나는 필리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피, 필리아. 저기, 아까 깜빡 잊고 말하지 못한 게 하나 있어. 설거지를 맡아준 것도 그렇고 ...... 나와 리자까지 신경 써줘서 고마워. 필리아에게 항상 도움을 받고 있어."
"아, 아뇨! 그런 걸로 고마워하지 않아도 ...... 저도 매번 스승님께 수고를 끼치고 있으니, 이런 잡일 정도의 일로 그렇게까지 ......"
"아니. 필리아에겐 별거 아닐지 몰라도 나는 기뻤으니까. 리자의 말대로 누군가를 위한 일이란 결국 누군가를 생각하는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 그래도 누군가를 생각하는 그 마음은 확실히 따뜻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스승님 ......"
"......"
필리아에게 감사의 마음을 확실히 전하기 위해 왠지 필리아가 신경 쓸 것 같았던 리자의 발언에 보충설명하는 듯한 말을 했지만, 리자는 끼어들지 않았다.
불만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짜증을 내는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왠지 모르게 우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반응이 조금 의아했지만, 일단 지금은 이 둘을 떼어놓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며 리자의 반응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럼 그, 우리는 이제 가볼게요. 필리아도 아침부터 고생했으니 나중에 제대로 쉬어둬."
"에헤헤 ...... 네, 알겠습니다. 이 일이 끝나면 아모르짱과 함께 화단의 꽃들을 바라보며 쉬고 싶어요. 스승님도 편히 쉬세요."
"그래. 그럼 필리아, 나중에 보자."
"네, 또 봐요!"
필리아와 헤어지고서, 리자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난다. 목적지는 내 방이다.
"...... 리자. 리자가 남을 싫어하는 건 알지만 ...... 너무 심술궂게 말하지 말아 줘. 저들도 리자와 싸우고 싶은 건 아니니까."
"...... 응. 미안해 ......"
방금 전까지는 모처럼 신경 써준 필리아를 위해서라도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했지만, 리자에게도 한 마디는 제대로 해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 주의를 주자, 리자는 마음속으로 반성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뭐라든가. 왜냐면, 이라던가........
이번엔 뭔가 반박을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솔직한 반응에 허탕 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