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지금 나와 같은 말을 필리아가 리자에게 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면, 내가 리자에게 품고 있는 이미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리자가 말을 들을 리도 없고, 이런 식으로 사과할 리도 없다.
필리아만큼은 아니더라도, 예전에는 나한테도 저렇게 가시 돋친 말투였을 텐데 .......
지금은 왠지 모르게 순종적인 소녀 같은 대응을 하고 있어서, 왠지 상대하기 어렵다.
"뭐, 이런 말을 하면 너는 우울하다고 성가시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
"아, 아니야! 그런 생각 안 해, 그럴 리가 없잖아!"
조금 어색해진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뺨을 긁으며 리자에게서 시선을 돌리자, 리자는 부정하면서 서둘러 시선 앞으로 튀어나왔다.
왠지 그녀는 내 말에서, 자신의 반성하는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자신의 옷자락을 움켜쥐고서 눈을 부르르 떨면서 그녀는 열심히 내게 호소한다.
"귀찮다거나 성가시다거나 하는 생각은 조금도 안 해. 왜냐면 다른 누구도 아닌 할로가 하는 말이니까. 할로가 말하는 거라면 다 내가 잘못한 거야. 할로의 말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
"으, 응? 아니, 그렇게까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
"아니. 할로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것이니까. 파란 하늘을 할로가 노란색이라고 하면 하늘은 노란색이고, 할로가 새를 파란색이라고 하면 그 새가 원래 어떤 색이었든 간에 파란색으로 물들어야 하는 거야. 어떤 녀석이라도 할로가 말하는 대로 되어야 하고, 할로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내어줘야 해."
"뭐 ......?"
농담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 눈빛과 목소리에 가벼운 분위기는 전혀 없다. 진심이라 쓰고 진짜로 읽는다.
할로, 아니 나를 따르지 않는 이 세상이 그녀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지, 불만스레 입을 삐죽 내밀고 있다.
하지만 리자는 금세 그 불쾌한 분위기를 깨고서 반성하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 미안,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면 할로가 곤란해하겠지 ...... 아까부터 나 할로에게 폐만 끼친 것 같아서 미안해. 모처럼 할로와 재회할 수 있었는데 ...... 이런 건 할로에게 도움이 안 될 테니, 할로가 원한다면 목을 찢어서라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해 줄게."
"뭐!? 목을 찢어!?"
"그래. 그렇게 하면 입을 열일도 없잖아? 꽤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이번엔 농담인 줄 알았는데, 눈썹을 내리며 무심한 듯이 제안하는 그 모습은 역시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다.
아직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한 발 앞서 손가락 끝에 진공의 칼날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리자를 보고 나는 서둘러 그녀를 말렸다.
"그,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리자는 충분히 반성했지? 그럼 다음부터는 조심하면 괜찮을 테니까."
"...... 다음부터라. 나는 너의 소중한 것을 망가뜨릴 뻔했는데. 다음은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 할로는 변함없어. 예전과 변함없이 ...... 어리석을 정도로, 허술해."
"허술하다니. 요즘 자주 듣는 말이네, 그거."
일단 목을 찢는 것은 단념해 준 듯, 리자는 자신의 손끝에서 만들어낸 진공의 칼날을 지웠다.
만약 내가 실수로 고개를 끄덕였다면, 그녀는 두말할 것 없이 주저 없이 자신의 목을 찢어 버렸을 것이다.
그녀가 자신을 해치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끔찍한 미래를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나는 은근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