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있는 사람이 졸고 있는 상황을 마주한 리자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시이나가 엎드려 있는 책상 가장자리에 앉았다.
리자가 말하는 싫은 말은 십중팔구 사과의 의미일 것이다.
이 집에서 사는 조건으로 내건, 오늘 아침 리자가 일으킨 소란에 대해 필리아와 시나에게 사과를 받는 것.
이번에는 그것을 핑계로 리자를 시나에게 데려온 것이다.
사실 리자를 적극적으로 다른 가족과 어울리게 하려는 나의 작전은 리자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아모르에게 데려갔을 때도, 불에 탄 흔적을 복구한다는 명목으로 최대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아모르와 마주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렇게 한 이유는 아주 간단한데, 리자가 신경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만약 내 행동의 진짜 의도를 리자에게 알렸다면, 다소 억지로라도 원활한 관계 형성을 위해 리자는 자신의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고 이들을 대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지도 가 아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의 고민이 해결된다면, 리자는 분명 기꺼이 실행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함께 살아가는 이상, 리자만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리자는 항상 언짢아하고 잘난 척하고 입이 거칠지만, 언제나 자신에게 거짓이 없는 사람이다. 남의 시선이나 평가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그녀다.
"...... 기분 좋게 자고 있네."
개인적으로는 잠을 자고 있다면 일단 다시 나오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리자가 기다릴 생각이라면 나도 함께 기다리기로 했다.
마음속으로 시이나에게 사과하고서 그녀의 침대에 앉아, 고른 숨을 몰아쉬며 규칙적으로 잠을 자는 시이나를 바라본다.
듣자 하니, 오늘 아침 리자의 습격 소동이 일어났을 때 시이나는 가장 먼저 필리아에게 달려와 주었다고 한다.
평소에는 나나 필리아가 깨울 때까지 푹 자고 있는 시이나가 말이다.
아침잠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해주었던 만큼 그 반작용이 온 것 같다.
시이나는 평소 그 차갑고 위압적인 눈빛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물러나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눈꺼풀을 감고 잠든 지금의 그녀는 여느 소녀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 음.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시이나는 정말 엄청나게 귀엽다.
애초에 내가 시이나와 친해지고 싶어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던 거고.
그 후 여러 일이 있어서 그런 마음도 사라졌지만 ...... 지금은 이제 시이나를 무서워하는 마음은 거의 없다.
그래서일까. 시이나의 그 귀여운 잠자는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그녀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어 진다.
머리를 쓰다듬고, 고양이 귀를 간지럽히거나 뺨을 쓰다듬어 주거나.
만약 ...... 이래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시선이 시이나의 가슴으로 향한다.
시이나가 아래를 바라보고 있어서, 중력에 의해 처진 가슴은 평소보다 더 크고 부드러워 보인다.
......꿀꺽 .......
............ 앗!
아, 아냐 아냐 아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잠든 사람을 덮치다니.......! 언어도단이야!
물론 시이나는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었지만...... 아니, 그렇게 말해주었으니까! 그녀의 마음에는 성실하게 대하지 않으면 안 돼......!
서, 성실...... 음, 성실하게.......
...... 예쁜 여자애랑 한바탕 하고 싶어서 노예로 산 놈이 무슨 소리냐는 느낌이지만 .......
그,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시이나의 마음을 배신하는 듯한 짓은 절대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