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으음........ ...... 하아. 뭐, 할로가 그렇게 말한다면 ...... 잘 부탁하라고 말못할 이유도 없어. 필리아."
"......왠지 어떤 사람인지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네, 잘 부탁드릴게요. 리무자드 씨"
...... 음..............
리자는 어쩐지 예전에 나를 대했던 이상으로 필리아를 대하는 태도가 묘하게 날카롭다.
아까는 아모르 덕분에, 그리고 이번엔 내가 중재에 나서서 어떻게든 해결했지만, 이 둘은 가급적 둘이서만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니, 좋다고 하기보다 ...... 솔직히 나는 리자가 이 저택에 있는 동안은 리자에게서 눈을 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상황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녀는 분명하게 말해서 윤리관이 파탄 난 사람이다.
그녀의 눈에는 벌레도, 동물도, 괴물도, 사람도, 모든 생명은 동등한 가치로 보인다.
등가ㅡㅡ그녀에게 그것들은 무가치한 것이다.
사람이 쉽게 벌레를 짓밟는 것처럼, 그녀 역시 사람을 죽이는 것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리자는 필리아와 시이나 두 사람을 거의 죽일 뻔했다고 한다.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이다. 마당에서 격렬한 전투 소리, 그리고 심상치 않은 마력의 상승이 느껴져서 달려가 보니 필리아와 시이나는 리자가 만든 골렘과 대치하고 있었다.
마법사에게 시이나와 같은 전사는 천적인지라 필리아와 시나 둘이 힘을 합쳐 어떻게든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 조금만 더 늦게 달려갔다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리자는 아직 진심을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 혹은, 낼 수 없게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으니, 리자는 가능한 한 곁에 두며 감시하고 싶다.
적어도 다른 가족들을 죽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필리아도, 시이나도, 아모르도 내 소중한 가족이다. 누구도 잃을 수 없다.
만전을 기하려면 리자를 멀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테지만 .......
그녀는 내 생명의 은인이고, 존경하는 사람이고, 소중한 친구이고, 이 세계의 어머니와 같은 사람이다.
설령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그녀에게 구원을 받았으며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나, 는, ...... 시이나. 잘...... 부탁해(왠, 왠지 굉장히 별난 아이구나...... 필리아를 죽이려고 했었으니 방심할 수 없지만...... 만약 친해질 수 있다면 친해지고 싶을지도........?
"나, 나는 아모르. 잘 부탁할게. 요정님."
필리아에 이어 시이나와 아모르가 자기소개를 한다.
참고로 두 사람에 대한 리자의 반응은 콧방귀를 뀌는 것뿐이었다. 그저 그것뿐이었다.
저기...... 뭔가 이 아이, 아까부터 저와 다른 사람의 반응 차이가 심한데요...........................
"저기, 리자? 저와 필리아뿐만 아니라 시이나와 아모르에게도 잘 부탁한다고 해주지 그래 ......?"
리자는 다시 갈등하듯 침묵했지만, 그 시간은 필리아 때보다 짧았다.
내가 두 번째로 주의를 줬기 때문일까, 아니면 상대가 필리아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뭐, 할로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 잘해 주지 않을 이유도 없지. 너희들."
"......(으, 으음... ...... 정말 친해질 수 있을까 ......)"
"응. 잘 부탁해, 요정님."
......아모르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앞날이 막막하다는 반응이다.
필리아와 시이나는 직접 싸웠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별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
리자와 다른 가족들을 친숙하게 만드는 것...
그 난제로 한동안 골머리를 앓게 될 것 같아서, 나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