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6. 어, 아......으............음............(4)
    2024년 04월 06일 17시 01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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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나, 어떻게 되는 거야......?
     주, 죽어 버리는 거야?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겁먹고 도망치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되뇌었지만, 과거의 경험이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미래에서 오는 공포는 차원이 달랐다.

     으으으 ...... 언니, 언니~ ......!

    "앗ㅡㅡ".

     공포를 극복하겠다는 각오가 무참히 날아가 버린 나는 그 무서운 사람의 방 앞에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다리가 움츠러든 탓에 첫걸음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만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자 시야가 빙글 흔들렸다. 평형감각을 잃어서 잘 서지 못한다.
     그래도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자, 문득 방 문 너머에서 무언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내가 넘어졌을 때의 소리로 인해 그 무서운 사람이 정말 깨어난 것 같았다.

     더 이상 늦을 수 없다. 도망칠 수 없다.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그날 목에 칼날이 다가왔을 때와 같은 절망이 마음을 지배한다.

     뒤쪽의 문이 열린다.
     그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어깨를 움찔하며 비참하게 바닥에 엎드린 채로 움츠러들었다.

    "......? ......!? 무슨, 무슨 ......?"

     ...... 아아 ...... 나, 이제 여기서 죽는구나 .......
     하지만 여한은 없다.
     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언니는 머리를 많이 쓰다듬어 주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언니의 여동생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두운 지하에서 혼자 쓸쓸히 썩어갈 운명밖에 없었던 나에겐 아까울 정도로 행복한 기적이었다 .......

     ...... 으, 으으.......
     ...... 역시,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나, 좀 더 언니와 함께 있고 싶어. 못난이에 낙오자인 나지만, 언젠가 언니한테서 역시 내 동생이구나, 라고 칭찬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런 곳에서 끝나고 싶지 않아 ......!

    "죄, 죄송해요, 아, 악의는, 없었어요......! 조금,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뿐이라서.......요, 용서를......딸꾹, 요, 용서해, 주세요......"

     죽고 싶지 않다. 좀 더 언니와 함께 있고 싶다.
     그 일념으로 이마를 바닥에 대고 엉망진창으로 문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애원한다.
     눈물로 뿌옇게 흐려진 시야 너머로 그 무서운 사람의 다리가 보인다. 나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 아......으............음.............."

     ...... 그 무서운 사람이 한 걸음씩 내게 다가온다.

     순간 본능적인 두려움에 몸이 저절로 도망치려 했지만, 간신히 그 충동을 억제했다.
     애초에 몸이 떨려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일어섰다 해도 이 사람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다.
     얌전히 이 사람이 내리는 심판을 받아들이는 것이 살아남을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이다.

     그런 논리로 스스로를 억지로 설득하며, 그저 겁에 질린 채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무서운 사람은 그런 내 앞에 멈춰서더니 천천히 손을 내밀어 왔다.
     무엇을 당할지 모르는 불안과 극도로 높아진 두려움에, 나는 온 힘을 다해 눈을 감으며 몸을 움츠렸다.

    "ㅡㅡ...... 괜...... 찮, 아......?"
    "...... 후에 ......?"

     나를 향해 뻗어온 손이 가져다준 느낌에 나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 느낌을 인지한 직후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 그것이 결코 착각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실제로 느낀 대로, 그 무서운 사람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쓰다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건지, 굉장히 조심하한 느낌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그 서투른 배려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왜, 어째서 ......? 왜 이 사람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거야?
     잠을 방해한 나를 죽이러 온 거 아니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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