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6. 어, 아......으............음............(2)
    2024년 04월 06일 16시 59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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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명은 필리아라는 가슴 큰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이 무서운 사람 .......
     무서운 사람의 이름은 시이나라고 한다.

     이 사람이 뭐가 무서운가 하면 ...... 눈이다.
     마치 연옥에 사는 악마처럼 피처럼 새빨간 눈동자.
     그 눈동자가 나를 포착하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고 시야가 좁아져 ......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게 된다.
     나보다 이 사람이 훨씬 훌륭한 마안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그 눈은 언제나 상식을 벗어난 장엄한 위압감을 발산하고 있다.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아서, 얼마 전 언니와 무서운 사람과 함께 거리를 걸었을 때 모두가 그 시이나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
     언니나 저 가슴 큰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동하는데 ...... 나는 아무리 무서워하지 않으려고 의식해도 그렇게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 처음 만났을 때 실제로 그 사람에게 한 번 죽을 뻔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공포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언니와 처음 만났던 그날, 나는 언니에게 했던 것처럼 그 사람도 조종하려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보이지 않는 나의 마력의 힘을 쉽게 베어 버렸다.
     지근거리에서, 완벽한 기습이었을 텐데도.

     ...... 그 무렵의 나에게 마안의 힘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아니야. 절대적이어야만 했다.
     동료들이 다 죽고 혼자 살아가야만 하는 나에게 의지할 수 있는 힘은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은 내가 유일하게 의지하고 있던 그 힘을 쉽게 찢어 버렸다.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나는 다시 한번 마안을 사용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베어버렸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칼날이 내 목을 겨누고 있었다.
     그 칼날에는 일말의 용서도 자비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 살의마저도.

     마치 호흡과 같다. 달리 말하자면, 걷다가 의도치 않게 작은 벌레를 밟아 죽이는 것과 같다.
     살아 있기 때문에 호흡을 한다. 걸으면 무언가를 밟고 지나간다. 지극히 당연하고, 감흥조차 떠오르지 않는 것.
     그렇다. 그 사람에게는 내 목숨을 끊는 것 따위는 조금의 관심도 없는 행위였다.

     차갑고 날카로운, 짙은 죽음의 기운. 내가 죽는 것은 필연이라는 것을 본능이 깨닫는다.
     바닥 없는 심연의 입구가 갑자기 열리고, '살려주세요'라는 말 한마디도 할 수 없게 되고, 고통마저도 뒤로 한 채 추락해 간다.

     ...... 언니가 말리지 않았다면 나는 그때 분명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하아......하아......"

     그 사람의 방 앞에 있다는 것도 있어서, 한 번 되살아난 공포는 멈추지 않고 점점 내 마음을 갉아먹어 간다.
     사실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만 그 생각이 떠올랐다.
     호흡은 거칠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시야의 가장자리가 하얗게 변해간다.

     도망치고 싶다. 울고 싶다.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떠나 언니를 만나고 싶다. 안아주고 싶고, 애지중지하고 싶고....

    "아, 안돼......! 도망가면 안 돼 ...... 울면 안 돼 ......!"

     반쯤 반사적으로 발걸음을 돌릴 뻔했지만, 고개를 펑펑 흔들며 흘러내릴 것 같은 눈물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버텼다.

     도망치는 것도, 우는 것도 간단하다.
     물론 나는 그 무서운 사람에게 죽을 뻔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마안을 쓰려고 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나는 그 사람을 무서워하는 시늉을 여러 번 했지만, 단 한 번도 해를 입은 적이 없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사람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이렇게 도망치고 무서워하고 있을 수는 없다.

     ...... 갑작스럽지만, 나는 언니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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