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6. 어, 아......으............음............(5)
    2024년 04월 06일 17시 02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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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치지 ...... 않았어 ......?"
    "네......? ...... 아 ......"
    "............ 아마 ...... 괜, 찮아?...... 음. 괜...... 찮아......"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 그녀는 내 몸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나를 걱정하는 듯한 그녀의 손짓 하나하나에 굳어있던 마음이 풀려나간다.

    "아 ...... 그 ......어, 어째서, 제 머리를 ......?"
    "...... 할로, 짱 ......이라면 ...... 분명 ...... 이렇게 할 테니까. ......"
    "언니, 라면 ......?"
    "......응......할로, 짱, 은.....나와......처음, 만났을, 때도 ............ 이, 렇게 ...... 괜, 찮다고 ...... 달래, 줬어."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나를 일으켜 세우고서 껴안아 주었다.

     따뜻하다.
     피가 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사람의 따스함. 당연한 온기.
     피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상대에게서 그런 것을 느껴버려자,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 매번 ...... 무섭게 해서 ............ 미안해."
    "어, 아 ......"

     왠지 모르게 미안하다는 듯이 내뱉는 말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아뇨! 제, 제가 ...... 제, 잘못, 했, 으, 니까 ......"
    "......아니. 내가, 잘못, 했어...... 너를,...... 상처 입힌, 탓에 ......"

     왠지 조금은 시무룩한 것 같기도 하다.
     고양이 귀도 약간 처지고 기운이 없어 보인다.

     사과하거나, 우울해하거나...... 이 사람은 나를 길가에서 못생기고 못생긴 벌레 정도로만 생각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너무 인간 같아서ㅡㅡ수인이니 수인 같다고 말해야 해야 하는 걸지도?ㅡㅡ그런 반응에 오히려 이쪽이 더 당황스러워진다.

    "...... 옛날부터 ...... 계속, 그래 ...... 모두 ...... 무서워, 해서 ...... 민폐...... 걸어서...... 고향, 도...... 쫓겨, 나서. ......"
    "네......?"

     고향에서, 쫓겨났어......?

    "...... 할로짱, 이 ...... 없었다면 ...... 계속 혼자였어 ...... "
    "......"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는, 사람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듯한 냉철한 사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음대로 품고 있던 그 이미지가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린다.

     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다. 캄캄한 길을 홀로 걸어가야 하는 불안과 고독감.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나도 그랬으니까.
     동료들이 모두 죽고, 혼자서 도망쳐서 ...... 왔지만,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 사람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 나를 쓰다듬어 주는 그녀의 손바닥에서 그 불안감이 전해져 온다.
     그 불안감을 이 사람은 언니를 만나기 전까지 계속 맛보고 있었던 것이다.

    "...... 할로, 짱, 은 ...... 나의 ...... 처음의 ......친구. 할로짱, 만이...... 나를 ...... 받아...... 줬어."
    "저...... 저도, 그래요. 언니가, 저를 지켜준다고 ...... 언니라고, 말해, 줘서 ...... 안심, 할 수 있었어요."
    "...... 그럼 ...... 똑같네."
    "또, 똑같...... 나요?"
    "응, ...... 할로짱이 ...... 있을 곳 ...... 주었어. 할로짱......을, 좋아해............ 봐봐......똑같, 지 ......"
    "...... 똑같은 ......"

     이렇게 조금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이 사람은 말을 잘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말이 늘 끊어지고, 말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사람들과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도 지하에서 동료들 말고는 제대로 이야기해 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말해 사람과의 대화가 좀 서툴다.
     그래서 왠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똑같다. 그래, 이 사람도 나랑 똑같다.

     누구한테도 의지할 수 없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내 정체를 알면 죽이려고 할 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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