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4. 왠지 조금 울고 싶어졌는데......?(6)
    2024년 04월 06일 00시 22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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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역시나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 도대체 당신은 무엇을 시도하고 싶었던 거지?"
    "흠. 글쎄, 내가 그런 말을 할 의리가 있을까? 내가 시험해보고 싶었던 건 너도, '블러디걸'도 아니다. 저기 있는 외톨이 음마였다."
    "아모르를?"

     아모르는 갑작스러운 칼부림에 완전히 겁에 질려서, 내 뒤에 숨어 내 옷을 꽉 움켜쥐며 벌벌 떨고 있었다.
     시이나에게 죽을 뻔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건지, 보기에도 안색이 좋지 않다.

     소파다는 아모르가 무엇을 시험해보고 싶었는지 말을 이어가려던 것 같았지만, 너무 겁에 질린 그녀를 바라보자 조금 망설이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뭐 ...... 조금 과했나. 이대로 놔두면 머리에 피가 안 돌아서 쓰러질 거다. 좀 눕혀 줘."
    "어, 어어. 그건 그래."

     아무래도 정말 더 이상 적대감 따위는 없는 것 같다. 그냥 평범하게 아모르에게 신경을 써주고 있다.
     소파다의 말이 일리가 있어서  아모르를 바닥에 눕혀주었다.
     그리고 아모르가 더 이상 기분이 나빠지지 않도록 아모르가 소파다를 볼 수 없는 위치에 자리를 잡도록 바닥에 앉혔다.

     시이나는 조금 망설이는 듯 나와 의자를 번갈아 본 후, 어째선지 처음 앉았던 의자의 바로 옆바닥에 앉았다.
     나한테서 조금 떨어진 위치다.

     아마도 ...... 원래는 내 옆에 앉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근처에 있는 아모르를 자극할 수밖에 없어서 멀리 앉기로 하였지만, 그렇다고 나도 아모르도 의자를 안 쓰는데 자기만 쓰는 것도 어색해서 바닥에 앉은 것 같다. ...... 이런 느낌일까.
     의자가 있는데 소파다 말고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영문 모를 장면이 만들어졌지만...... 일단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다.

     소파다는 이 자리에 퍼진 미묘한 분위기를 없애려는 듯 작게 헛기침을 했다.

    "일단은 사과를 해야겠군. 갑작스럽게 베어버려서 미안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 음마, 아모르라고 했지? 그 본질을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지."

     소파다는 책상에 한쪽 팔꿈치를 걸치고서 나를 ...... 아니, 내 뒤에 있는 아모르를 한 번 쳐다보았다.

    "굳이 아모르를 이렇게까지 겁줘야만 하는 일이었어?"
    "이렇게까지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 그래. 갑작스러운 일이었어야만 했다. 갑자기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기 속에서 어떻게 움직일까를?"
    "그래. 만약 순식간에 마안을 쓰려고 했다면 불합격이었다. 그것은 곧 그 사람이 자신의 힘을 가장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지. 그리고 유사시에는 사람을 해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 그건 정당방위라고 할 수 없을까?"
    "사람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저기 있는 아모르는 어디까지나 마물이다. 그것도 일급의. 설령 사고라고 해도 그 막강한 힘을 사람에게 행사하는 것이라면 용서할 수 없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마물은 내 정의에 따라 목숨을 바쳐서라도 죽인다 ...... 그렇게 정하고 있거든."

     각오가 너무 확고하다.
     엄청난 압박감과 눈빛이다. 전투 시의 시이나에 버금가는 수준의 .......
     솔직히 엄청 무섭다 .......

     어, 그러니까 ...... 만약 아모르가 순식간에 마안을 써버렸다면, 소파다는 나와 시이나 두 사람이 막아서든, 폭발로 사지가 날아가든, 목숨이 있는 한 아모르를 죽일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는 위험한 녀석으로 변해버렸다는 ......?

     아니, 너무 무서운데? 다, 다행이다. 그렇게 되지 않아서 .......

     만약 그랬다면, 설령 소파다로부터 아모르를 지켜냈다 해도 모험가 길드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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