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4. 왠지 조금 울고 싶어졌는데......?(1)
    2024년 04월 06일 00시 15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시이나와 아모르와 함께 모험가 길드로 향하는 길을 걷는다.
     가는 길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 근처를 지나치려 하지 않고 멀리서 쳐다보는 바람에,  아모르는 조금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부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는 등 행동이 상당히 수상쩍다.

    "어, 언니 ...... 이거 괜찮아 ......? 나, 혹시 음마인 거 들킨 거 아냐 ......?"

     아모르가 내게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아모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 반응은 늘 그런 거니까."
    "늘 ......?"
    "...... 네가 ...... 아니야. 전부 ...... 나 ...... (맞아요 ...... 아모르짱이 아니라 전부 제 탓이에요......으으......)"

     조금 앞을 걷던 시이나가 뒤돌아보며 그렇게 말하자,  아모르는 어깨를 움찔거리며 내 뒤로 몸을 숨겼다.

    "그, 그런가요......나, 납득, 했습니다. 고, 고맙습니다......."
    "...... 딱히 ...... (아아 ...... 힘드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아모르짱이 나를 무서워하는 건 다 내 탓이니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돼......)"

     .......출발 직전의 시이나는 고양이귀가 씰룩거리며 움직여서 기분 좋아 보였는데, 지금은 상당히 처져있다. 
     조금 기운이 없는 것 같다.
     이전에는 몰랐지만, 어쩌면 시이나는 꽤 예민한 아이일지도 모르겠다.

    "시이나. 오늘 돌아가는 길에 마츠로카구오산 생선을 사러 갈까?"
    "......! 마, 마츠로카구오산......! (마츠로카구오산!? 엄청 맛있기로 유명한 그!?)"

    "응. 아모르의 환영회를 아직 하지 않았으니까. 가끔은 돈 좀 써야지."
    "......후......후후......후후......(그렇구나. 에헤헤, 지금부터 벌써 기대되네)"

     평소에는 내 옆에 있던 시이나는, 지금은 조금 앞쪽에서 걸어가고 있다.
     아마 아모르를 배려하고 있는 것 같다.

     시이나는 자기주장이 적은 편이라 자신이 아무리 힘들어도 누구에게도 말하려 하지 않는다.
     어제 지붕 위에서 혼자 생각에 잠겨있던 것이 좋은 예다.
     아니, 고민하고 있었으니 나쁜 예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

     어쨌든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준 그녀가 시무룩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내가 잘 지켜봐 주고 싶은 마음이다.

    "......(...... 혹시 할로짱, 내가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 걱정해 주는 걸까. 자의식 과잉일지도 ...... 하지만, 에헤헤 ...... 만일 그렇다면, 기쁠 거야)"

     고양이귀가 또다시 씰룩거리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생선 중 최고급에 가까운 생선을 먹을 수 있게 되자 무사히 기운을 되찾은 것 같다.
     등을 돌리고 있어서 표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니 그녀가 드물게도 웃고 있는 것 같은 기색이 느껴진다.

     ...... 그 때문에 주변 사람들 중 일부가 작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지만, 그건 말하지 않는 것이 예의다. 시이나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고.

     그렇게 비정상적이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길을 거쳐 모험가 길드에 도착한다.
     시이나가 문을 열자 길드 내부는 또다시 평소처럼 조용해졌지만, 기분이 좋은 시이나는 더 이상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듯 쑥쑥 접수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 오늘은 어떤 용무로 오셨나요 ......?"

     게시판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일직선으로 다가온 시이나에게 안내원이 당황한 목소리를 낸다.

    "시이나, 괜찮아. 여기부터는 모두 나에게 맡겨."
    "...... 응 ...... (아, 응. 이런 건 할로짱이 더 잘하니깐)"

     시이나는 말없이 멍하니 선 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지만, 이제부터는 내 몫이다.
     애초에 시이나한테는 힘을 보태 달라고 부탁했을 뿐이고, 처음에 아모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은 나니까.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