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3. 영어로 하면 워리. 철자는 worry(3)
    2024년 04월 05일 22시 06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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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쪽이라니?"
    "그래 ...... 필리아와 시이나, 둘 중 누구와 평생을 함께 할 것인가를ㅡㅡ응!?"

     평범하게 대답할 뻔했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황급히 옆을 보니 아모르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 아모르? 어, 언제부터 거기에 ......?"
    "음~...... 언니가 정말 쓸쓸한 표정으로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있을 때부터?"

     그렇구나!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곳에서였구나!

     왜 나는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거지 ......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감싸고 있자, 아모르가 불안한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언니가 멍하니 있었기 때문에 ...... 생각 중이라면 방해하면 안 될까 봐 조용히 하고 있었어. 하지만 ...... 혹시 잘못된 거였어? 물어봐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 ......?"
    "아,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아모르가 잘못한 게 아니라 ...... 오히려 내가 늦게 알아차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을 정도야. 그러니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아모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기쁜 듯이 표정을 풀며 내 가슴에 꼭 껴안겼다.

     아모르는 음녀의 상식으로 보면 성숙한 모양이지만, 실제 살아온 세월은 아직 두 자릿수에도 못 미친다.
     사람의 상식으로 따지면 아직 완전히 어린아이의 범주다.
     이렇게 좋아하는 언니에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마치 철부지 어린아이 같아서, 나는 미소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그러고 보니."
    "응? 왜 그러니?  아모르."

     나를 껴안은 채로,  아모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아까 언니, 그 가슴 큰 사람과 무서운 사람 중 누구랑 평생을 함께 할 거라고 했었지?"
    "으...... 내가 말했었나?"
    "말했었어, 분명. 언니가 한 말이라면 다 기억하고 있어."

      아모르는 조금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약간 갸웃거렸다.

    "언니는 그 두 사람을 좋아해?"
    "어, 아, 으.......그, 그래.......좋, 좋아해."

     
     나는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본인의 앞이었다면 말하지 못했을 텐데, 상대가 아무 상관없는 아모르였기 때문에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아마 이때의 나는 정말 수상쩍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 그 둘도 언니를 좋아하고?"
    "그, 그건 내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
    "...... 잘 모르겠지만 ...... 좋아한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둘 다 함께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
    "어.............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야.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두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좋아하는 사람이 나만 봐주었으면 하는 건 당연한 감정이니까."
    "그래? ...... 나는 언니의 매력을 다른 사람도 알아준다면 좋겠지만 ...... 음......?"

     아모르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듯이 머리 위에 대량의 물음표 마크를 띄우고 있다.
     아모르와 함께 살게 된 후 상식에 대해 가르치려고 노력했지만, 음마로 살아온 가치관은 그녀 안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근본적인 사고방식까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바꿀 필요도 없을 것이다.
     위험한 생각이라면 고쳐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모르는 아모르답게 자라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럼...... 아모르. 외출할 준비는 다 했지?"
    "응. 언니가 준 새 겉옷도 입었어."

     나와 멀어지자,  아모르는 입고 있는 망토를 보여주기 위해 그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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