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3. 영어로 하면 워리. 철자는 worry(1)
    2024년 04월 05일 22시 03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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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이나와 옥상에서 이야기를 나눈 다음 날, 나는 아모르의 방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오늘 나는 아모르를 모험가 길드에 데려가서, 외톨이 음마 토벌 긴급 의뢰의 전말을 보고할 생각이다.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보고를 미뤄왔지만, 이제 슬슬 가지 않으면 페널티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아모르를 길드에서 인정받게 하기로 한 이상, 길드 측의 신용을 필요 이상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모르의 방 앞에서 그녀가 준비를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최근 들어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생각에 잠겨 있다.

     그렇다, 고민이다.
     영어로 하면 워리. 철자는 worry.
     나에게도 고민 한두 개쯤은 있는 것이다.

     아직은 희박한 가능성으로 존재할 뿐이고, 나 자신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

     ...... 나는 정말 겁쟁이인 걸까 .......

     예전에 필리아에게 키스를 당할 뻔했을 때도 같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필리아가 키스를 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키스할 정도의 배짱을 보여줬다면, 지금쯤 내 소원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소원은 바로 예쁜 여자애와 으쌰으쌰하는 것, 줄여서 으쌰다.

     결국 그때는, 다음에 필리아와 둘이서 좋은 분위기가 되면 내가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고민하던 생각을 접었었다.
     그 이후로는 계속 아모르가 찰싹 붙어 있었던 탓에 아직 필리아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직 내가 정말 겁쟁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다 .......

     얼마 전 시이나와의 일이 생각난다.

     별일 아니다. 여느 때처럼 필리아의 마법 수련을 도와주다가 우연히 지붕 위에서 시이나가 나를 훔쳐보는 광경이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시작이었다.
     그녀는 바로 지붕 너머로 숨어버렸지만 ...... 한동안 시나의 모습이 이상했고, 왠지 모르게 조금 소원해져 있었다.
     혹시나 무슨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다면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마법으로 그녀에게 날아간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그녀는 확실히 무언가 고민이 있는 것 같았다.

    "아, 아니야 ...... 나, 이런, 일을 ...... 하고 싶은, 것이,......"

     다가가려는 나를 밀어내고서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떨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는 무척 괴로워 보였다.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에 짓눌릴 것 같은 .......

     시이나는 항상 무표정하고 무반응이며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평온한 척하면서도 내심 놀랐다.

     아마도 시이나는 나를 만나기 전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경험을 한 것 같다.
     어쨌든 듣기로는 그녀는 열두 살 무렵에 모험가가 되었다고 한다.
     ...... 열두 살.
     그런 어린 나이에, 그것도 혼자서 모험가라는 위험한 직업을 택하는 짓은 보통 하지 않는다.

     아마 그녀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적극적으로 마물의 피와 장기를 뒤집어쓰는 듯한 격렬한 전투 방식 ...... 그리고 전투 중에 짓는 피비린내 나는 미소.
     아마 그 정도로ㅡㅡ죽이고 죽이는 것조차도 즐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일그러지고 황폐해지는 끔찍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피와 싸움과 절망으로 물든 장소. 그것이 그녀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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