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 (!?)(9)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것과는 분명히 다른, 불타오르는 얼굴. 쾌락에 빠져서 빠져드는 듯한, 넋이 나간 듯한 눈동자.
　너무 야한 할로짱의 얼굴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조금 중독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후...... 후, 후......할짝...... 할로...... 짱. ...... ( 후...... 후, 후......할짝...... 할로...... 짱. ...... ）」"

　나는 지금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
　여자애랑, 그것도 사귀는 사람이 있는 여자랑 .......
　그 사귀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지붕 뒤에 숨어서 키스를 하고 있다.
　그것도 그냥 키스가 아니다. 쓰러트리고, 억지로 입술을 빼앗아 먹는 듯한 키스.

　둘 다 나의 소중한 친구인데 ...... 나는 그 둘을 배신하는 행위를 하고 말았다.
　죄책감이 따끔하게 가슴을 찌른다. 하지만 그 죄책감마저도 지금은 흥분을 부추기는 배덕감처럼 느껴진다.

　이 아이를, 할로짱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그런 욕망에 이끌려, 나는 1분 이상에 걸쳐 할로짱의 입술을 유린하였다.

"......푸하......（푸하......）"

　할로짱의 반응이 희미해져서 입술을 떼자, 너무 많이 섞인 서로의 침이 실타래처럼 엉켜서 할로짱의 턱과 목 위로 흘러내렸다.

　이미 입술은 떨어졌지만 ...... 내 입 안에는 아직 할로짱의 침이 남아있다.
　과감히 입안에 남아있는 그것을 꿀꺽 삼켜버린다.

　이제 내 뱃속에 할로짱의 침이 들어왔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기쁨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감정이 가슴에 넘쳐난다.
　부끄러움과 배덕감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며 마치 심장이 있는 것처럼 뇌가 두근거렸다.

"............ 아 ......( ......... ...아 ...... 하, 할로 ......짱 ......?)"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까보다 더 심각한 상태의 할로짱이 있었다.
　뺨이 축축하게 붉어진 것은 물론이고, 눈이 약간 멍한 느낌으로 ...... 거칠고 뜨거운 숨을 내쉬면서 그 광채가 없는 눈으로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 조, 조금 과한 것일까 ......?

　분명히 정신을 잃은 할로짱을 앞에 두자 차츰 마음이 차분해진다.
　동시에 내가 저지른 일의 무게가 무겁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 하, 할로 ......짱 ......(하 ...... 할로짱, 괜찮아? ......?

　할로짱 위에서 비켜서 할로짱의 어깨를 흔들자, 그녀의 얼굴이 조금 움직인다.
　그리고 그 초점이 나에게 맞춰지자, 놀란 듯이 그녀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오며 힘차게 일어섰다.

"ㅡㅡ시...... 시, 시, 시시, 시이나......!?　아, 아까, 것은......!"

　일어나자마자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보호하듯 재빨리 소매로 입을 가렸다.

"...... 키, 키스 ......? (키, 키스 ......?)"
"그, 그건 알아!　그게 아니라, 왜 ......?"

　할로짱은 상당히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뭐, 그렇겠지...... 강제로 입술을 빼앗아 버렸는걸.
　그런 짓을 한 이상, 나는 할로짱에게 내 마음을 제대로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 설령 그것이 할로짱의 미움을 사게 될지라도.

"...... 좋아, 해서......(할로짱을 ...... 좋아하니까)"
"조, 좋아 ......?　그, 그건 ......"
"...... 계속 ...... 이상하다, 고 ...... 생각,했어...... ......하지만 ...... 역시, 좋아. 여자, 끼리......지만............ 좋아, 해. 할로짱을......（ ...... 계속 ...... 이상하다, 고 ...... 생각,했어...... ......하지만 ...... 역시, 좋아해. 여자끼리지만............ 좋아해. 할로짱을...... )"

　가능한 한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할로짱에게 전한다.

　...... 알고 있다. 이런 것이 억지로 키스할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