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짱 ...... 할로짱~...... 아으으.......
"......할로.....짱......(나, 어떻게 해야 좋아 ......? 알려줘, 할로짱 ......)"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상태로 무릎을 끌어안았다.
할로짱과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 나를 안아주고 위로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 이래서 안 되는 걸까.......
항상 할로짱에게만 의지하고, 의존하기만 하고 ...... 혼자서는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것밖에 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할로짱은 나를 봐주지 않는 걸까.......
...... 평범한 소녀처럼 살아보고 싶어졌다.
평범한 소녀처럼 친구들과 밥도 먹고, 쇼핑도 하고, 사랑도 해보고.
사랑도 해보고.
고향에 있을 때 가끔 어렴풋이 상상할 때가 있었다.
나 같은 걸 사랑해 줄 것 같은 남자와 연인이 되어,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나는 칼 같은 뒤숭숭한 것을 안 들고 있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평온한 일상을 그 사람과 계속 이어나간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그런 미래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대신 이렇게 상상해 본다.
만약 그때, 할로짱과 키스를 하고 있던 것이 나였고, ...... 할로짱가ㅗ 사귀고 있는 것도 나였다면.
아~, 하고 단숨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예전처럼 얼굴도 상상할 수 없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막연하고 현실감 없는 망상과는 다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할로짱의 얼굴과 체격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평소 같으면 여기서 부끄러워서 망상을 멈췄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건 절대 이상하니까.
나와 할로짱은 여자끼리니까.
그냥 친구 ...... 이니까.
하지만 ...... 그래도 지금만큼은 열심히 그 너머를 상상해 보았다.
할로짱과 키스를 하고, 포옹을 하고 ...... 오, 옷을 벗고 ...... 야, 야한 짓을 하고 .......
어, 야한 짓? 어라? 여자끼리 야한 짓은 어떻게 하는 거지?
잘 모르겠지만 ...... 할로짱은 엘프인 만큼 귀가 기니까 귀를 핥아주면 되려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내가 귀를 핥아주면, 할로짱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큰 소리로 흐트러져서 .......
망상 속의 내가 할로짱의 속옷에 손을 댄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할로짱이 녹아내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사랑스러운 할로짱에게 나는--.
"...... 시나?"
"...... 어? 꺄악 ......! 하, 할로, 짱 ......! (...... 어? 꺄아아악! 하, 하하하하하하하할로짱!?)"
어, 왜!? 왜 할로짱이 여기 있어!? 왜!?
있을 리가 없는 연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무심코 고개를 들어보니, 정말로 그녀가 내 바로 옆에 서 있었다.
항상 무표정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나도 이 순간만큼은 눈을 크게 뜨며 깜짝 놀랐다.
"아 ...... 미안해, 시이나. 놀라게 했어?"
"......괘, 괜찮아......(그, 그 정도는 괜찮지만 ......)"
...... 저, 정말로 할로짱이야? 환각이 아니야?
왜냐면 여기 지붕 위잖아? 나는 그렇다 치고, 왜 할로짱이 이런 곳에 .......
아까까지만 해도 필리아와 함께 정원에 있었을 텐데 ......?
무수한 의문이 머릿속을 뒤섞여 도무지 생각이 잘 풀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혼란의 와중에, 한 가지 걱정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혹시 ...... 보고 있는 거 아니야? 나의 부끄러운 망상, 할로짱에게 들키지 않았겠지 ......?
보통 사람이라면 남의 머릿속을 볼 수 없겠지만, 할로짱은 마법사잖아! 어쩌면 그런 마법이 있을지도 모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