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2. !? (!?)(2)
    2024년 04월 05일 01시 36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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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 보니 요 며칠 내내 그랬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어수선하고, 갑자기 멍해진다.

     이렇게 한가로운 공기 속에서 파란 하늘이라도 올려다보면 마음이 가라앉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청명한 날씨에 비굴하게 고민하고 있는 자신이 더 비참하게 느껴져서, 끝없이 푸른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이 자꾸만 아래로 향한다.

     ...... 이대로 지붕 위에서 뒹굴며 낮잠이라도 자면 다시 예전처럼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까.
     나를 이해해 주는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놀고 쇼핑하고 ...... 아니, 아니지.
     이제 그건 더 이상 꿈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지금의 나에게 행복한 꿈은 어떤 것일까?
     꿈꿔왔던 것들이 다 이루어졌을 텐데도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다는 건, 지금의 나에게는 그보다 더 원하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뜻인 것 같다.
     그게 뭔지 ...... 자신의 일인데도 나는 잘 모르겠다.
     이대로 옛날처럼 햇볕을 쬐면서 낮잠을 자면 알 수 있으려나 .......

    "......아......(......아.....할로짱과 필리아짱......)"

     마당 쪽에서 작은 폭발음이 들리길래 지붕 위에서 얼굴을 내밀어 들여다보니, 안뜰에서 필리아가 마법의 특훈을 하고 있었다.
     필리아의 마술 스승인 할로짱도 당연히 함께 있었고, 할로짱이 무언가를 말할 때마다 필리아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전까지는 둘 다 사이가 좋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
     할로짱과 필리아짱은 연인 사이인 거지?
     키스 ...... 하기도 했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두 사람 사이에는 둘만의 공기 같은 것이 흐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할로가 필리아를 향해 짓는 미소가 그녀에게만 보여주는 특별한 미소처럼 보여 .......

     어느새 나는 지붕 뒤에 숨어서 할로와 필리아에게 보이지 않는 위치로 이동하고 있었다.

     잠시 후 다시 작은 폭발음이 이쪽까지 들리고, 그것이 연속적으로 들려온다.
     필리아가 본격적으로 마법 훈련을 시작한 것 같다.

     ...... 필리아는 정말 대단하다.
     할로짱에게 다가가기 위해 매일 저렇게 몇 시간씩 노력하는구나 .......
     할로짱도 저렇게 한결같이 자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거겠지.

     누구보다 착하고, 강하고, 예쁜 할로짱과 그런 할로에게 지지 않을 만큼 착하고 밝고 노력하는 필리아.
     두 사람이 행복해지는 미래를 의심할 여지는 없다.
     그래서 나도 두 사람의 친구로서, 두 사람의 관계를 축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 그런 미래를 상상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이 두근거리고 아팠다.
     나를 구해준 소중한 절친이 행복해지는 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기쁜 일인데, 몹시 아파서 눈물이 날 것 같다.

     할로가 필리아에게 보여주는 표정, 몸짓, 말투가 부럽기 짝이 없다.

    "...... (나, 할로짱은 나 혼자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 나 이외의 사람이 할로짱과 친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못된 아이가 되어 버린 걸까 ......)"

     할로짱이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면, 할로짱으로부터 행복을 받은 내가 누구보다도 더욱 축하해 주어야 할 텐데.
     할로짱뿐만 아니라 필리아도 나와 친구가 되어준 소중한 사람 중 한 명인데 .......

     ...... 축복할 수 없다. 기뻐할 수 없다. 두 사람의 행복을.
     오히려, 어렴풋이 희뿌옇고 흐릿한 감정까지 솟구쳐 올라와서 .......

     계속 모른 척해왔지만...... 더 이상은 못하겠어.
     아무래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할로짱 옆에 있는 것조차 꺼려질 정도로 못된 아이가 되어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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