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망상하고 있던 내용이 내용이었기 때문에 과민할 정도로 신경이 쓰인다.
...... 이, 일단 확인해 볼까 ......?
"할로짱...........내가......보였어......? (할로짱. 그 ......호, 혹시 내가 망상하고 있던 내용 ......보, 보였어 ......?"
"아아 ...... 그랬구나. 미안해, 시나, 봤어."
"!? (!?)"
보였어!? 저, 정말로!?
그럼 내가 머릿속으로 할로짱한테 이런저런 짓을 한 것도 ...... 그, 그래서 내가 두근거렸던 것도 ...... 전부....... 아, 아아....
아, 아니야, 할로짱!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
실수라고 해야 하나 ...... 호, 호기심이 폭주해 버린 것뿐이고 ...... 정말 그렇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 ......!
"필리아에게 새로운 마법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 지붕 위에 있던 시이나가 살짝 보였어. 그래서 마법으로 살짝 날아왔어."
"...... 그래 ...... (어 ...... 그랬구나. 아, 보였다는 건 그런 뜻 ......)"
아으, 너무 성급하게 단정지었어 ...... 부끄러워 .......
단순히 할로짱을 훔쳐보는 것을 들킨 것뿐인 모양이다.
애초에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정말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마법이 있다고 해도 할로짱이 그 사람의 허락 없이 사용할 리가 없지 않잖아 .......
겉으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철면피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 같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런 나를 향해 할로짱은 자기 얼굴을 가까이했다.
"응 ...... 왜 ...... 그래 ......? (뭐뭐뭐뭐뭐얏!? 대체 무슨 일이야, 할로짱!? 얼굴이 가까워!)"
"...... 역시 시이나는 요즘 좀 기운이 없는 것 같아."
"어 ...... (어 ......?)"
"요즘 계속 꼬리가 시들시들하고 ...... 지금도 눈썹 끝이 좀 처져 있어. 안색은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
"......(아......)"
할로짱...... 혹시 날 걱정해서 여기까지 와준 거야......?
...... 나를 제대로 보고 있었구나 .......
가슴이 포근하고 따스한 기분이 든다.
충동적으로 예전처럼 할로짱에게 부비부비하고 싶었다 .......
하지만 그 순간, 할로짱과 필리아가 키스하던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읏......(읏......)"
"시, 시이나?"
...... 어, 어라 ......? 나, 무엇을 .......
어느새 나는 눈앞에 있던 할로짱을 가볍게 밀쳐내고 있었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할로짱은 나를 걱정해 준 것뿐인데 .......
이런 식으로 우울한 표정으로 거절하면 할로짱이 싫어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가 그녀를 밀어냈을 텐데도 갑자기 겁이 났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속이 쓰리고 아프고, 입안이 급격하게 건조해진다.
"아, 아니야 ...... 나, 이런, 일을 ...... 하고 싶은, 게 아니라 ...... (미, 미안해 할로짱. 아니야...... 나, 이런 짓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야......)"
"시이나......"
할로짱은 순수하게 나를 걱정해 준 것뿐인데 ...... 뭐 하는 거야? 나 .......
나를 바라보는 할로짱의 눈빛은 여전히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혐오감 따위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안도감과 ......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필리아가 할로짱에게 똑같은 짓을 했다면, 분명 할로짱도 같은 반응을 보였을 거라는 생각.
똑같이 용서하고, 걱정하는 .......
나는 할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야.
그야 당연한 건데, 그렇게 생각하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가슴속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