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부-03 의태(4)
    2024년 02월 23일 22시 20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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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음모를 꾸미고 다니는 이 음흉한 할배의 생각을 내가 알 리가 없다.

     나는 허리에 손을 얹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당신이 지는 건 상상도 못 하겠어요.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우르스라그나 세력과 싸우는 걸 제가 도우면 되는 건가요? 그렇다면 나이트에덴의 녀석은 제가 날려버릴 거예요. 그놈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버리고 싶을 지경이니까요...... ......"

    "응? 아니, 지는 싸움을 도와줄 필요는 없겠지."

    "지는 싸움?"

    "나이트에덴을 상대하면 나는 질 테니까."

     

     ............?

     

    "어? 방금 뭐라고 했어요?"

    "진다고 생각하네만?"

     

     아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 나이트에덴 우르스라그나는 진짜 중의 진짜라서 ...... 아니, 엄밀히 따지면 가짜지만, 최대한 진짜에 가깝게 만들어졌지. 초대 나이트에덴에 가장 근접해 있지 않을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그 남자의 얼굴.

     위험한 세력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 하나 때문에 인생을 망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현재의 인상이다.

     

     대립 세력의 에이스라고 할까, 일단 대표?인 것은 알고 있지만.

     하지만 그래도 내가 전력을 다해 적대하는 상대는 아닐 것이다.

     

     그보다 강하다는 건 알지만, 아서가 상대라고.

     이 할배가 간단히 패배를 예상하고 있다는 상태를 뇌가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쪽은 권능의 규모도 수적으로도 열세라네. '전능'은 그 이상의 '전능'을 상대로는 이길 수 없어. 뭐, 당연히 지겠지."

     

     순간, 체온이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도저히 이 남자에게서 들을 수 없는,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부, 분명하게 말씀하셨네요? 하지만 당신은 강하잖아요?"

    "그 남자를 ...... '룩스'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남자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게야. 확률로 따지면 그대 쪽이 더 높을 게야."

     

     무슨 소리야, 이 녀석.

     아까부터 진짜로 무슨 말하는 거야.

     

    "슈텔트라인은 한 번 무너지겠지. 이어받을 사람은 마베리스로 정해놓았네, 잘 도와주게나."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요 당신!"

     

     우주를 통째로 품고 있어야 할 나의 두뇌가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쿠데타 시에는 패주를 허락하겠네. 오히려 대항해서 이길 생각은 하지 말고, 일단 물러나서 체제를 재정비하도록. 그때 그대가 중심 전력이 되어야 하네."

    "그러니까, 왜 한 번 지는 것을 전제로......!"

    "알아 들었나, 피스라운드의 딸이여."

     

     그는 다시 왕좌에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두 눈에는 약간 쓸쓸한, 혹은 흐릿한 ...... 형용할 수 없는 빛이 깃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것은 유언이라는 것이네."

     

     

     

     ◇

     

     

     

     왕성을 빠져나와 왕도를 돌아다닌다.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밝다. 활기가 넘친다.

     왕이 스스로 나라가 망할 것을 확신하고 있음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니, 애초에 그 이야기, 왜 나에게 말했어?

     나 말고 또 누가 알고 있어?

     생각에 끝이 없다.

     

     혼자서 계속 걷는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말이어서, 이해했을 리가 없다.

     그래서 그 기척을 감지하는 것이 늦었다.

     

    "기운이 없어 보여?"

     

     사람들 사이에서도 분명히 나를 향해 던져진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 있던 것은 새까만 정장 차림에 긴 금발을 가진 남자.

     

    "나이트에덴 ......"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정말.

     내 사정이나 기분 따위는 무시하고, 제멋대로 얼굴을 들이밀어버리네.

     

     나와 그는 왕도 한가운데에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조용히 시선을 주고받았다.

     

     

     

     발렌타인데이 당일.

     무너진 왕도 안에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게 되는 남자와.

     

     한쪽이 죽기 전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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