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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야기가 정리된 후, 루시아나 일행은 귀족 기숙사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멜로디는 다시 세실리아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침대에 누웠다.
"...... 오늘은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으려나?"
최근 들어 잠드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졌다. 마이카의 설명에 따르면 메이드 일을 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 신기하게도 자신의 마법으로 어느 정도의 컨디션은 회복되었지만,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오늘은 결국 루시아나에게 차 한 잔을 대접한 것만으로 끝냈기 때문에 메이드 일을 더 하고 싶다는 욕망은 확실히 있었다.
(하지만 내일은 아가씨와 외출을 해야 하니 제대로 잠을 자두고 싶어)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조급함으로 이어진 것인지 전혀 잠을 잘 수 있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또 졸아버리면 아가씨에게 걱정을 끼칠 것 같아. 어떡하지 ......)
멜로디가 그렇게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어디선가 희미한 노랫소리가 멜로디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 아름다운 목소리는 마치 잠을 유도하듯 부드럽게 멜로디를 감싸 안았다.
(이건 ...... 자장가? 어디서 들려오는 걸까? 바깥? 이런 시간에 노래를?)
목소리의 주인은 그리 멀리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커튼을 열면 의외로 바로 옆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멜로디는 침대에서 일어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장가가 너무 편안해서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이 자장가는....
(아는 노래야.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노랫소리에 녹아들 듯 불안도 초조함도 사라진다. 멜로디의 눈꺼풀이 천천히 닫혀간다. 이윽고 실내에는 귀여운 소녀의 숨소리만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직 자정이 되기 전의 시간. 소녀는 분명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멜로디가 잠이 들자 잠시 후 자장가 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창문이 천천히 열리고 밖에서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방 안에서는 나타난 인물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침입자는 멜로디에게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머리맡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금빛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멜로디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조용히 잠을...
"음......."
멜로디의 눈이 희미하게 열렸다. 잠에서 깬 건지, 아니면 잠에서 깬 건지 눈꺼풀을 떨며 멍하니 있는 멜로디의 눈가를 누군가의 손바닥이 덮었다.
"정말 걱정만 끼친다니까 ......방황해도 좋고, 실수해도 좋아, 멈춰 서서 돌아봐도 좋고, 되돌아가도 상관없단다. 그것이 네 선택이라면. 다만, 자신의 감정에만은 거짓말을 하지 말아 주렴. 네가 자신과 했던 약속을 꼭 기억하렴. 그러면 분명 괜찮을 거란다."
아마 멜로디는 침입자의 말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의식이 잠의 세계에 빠져있던 멜로디는 누구의 목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다만, 그 목소리는 그 어떤 것에도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목소리라는 것은 알았다.
눈시울이 살짝 따스해진다. 손바닥의 온기가 멜로디를 안심시킨다.
그리고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의 자장가가 흘러나왔다.
아아, 이것은 분명 다정한 꿈 ...... 내가 좋아하는 .......
"안녕히 주무세요 ......마."
"그래, 잘 자렴. 나의 귀여운 세레스티."
잠든 멜로디의 입꼬리가 살짝 호를 그렸다. 꿈의 세계로 떠난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이마에 부드럽게 겹쳐진 입술의 감촉을. 어둠 속에서 사랑스럽게 미소 짓는 침입자의 표정을.
열려있던 창문이 딸깍 소리를 내며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방 안은 다시 귀여운 숨소리만 들리는 공간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