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0화 캐롤의 사정(1)
    2024년 02월 10일 22시 08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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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즐거웠어요. 감사합니다."



    "나도 그래. 또 기회가 되면 다 같이 가자."



    "네, 꼭이요."



     오늘의 장거리 승마는 무사히 끝났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멜로디 일행의 배웅을 받으며 시에스티나, 크리스토퍼, 안네마리 세 사람은 왕성의 호위들과 함께 돌아갔다.



    "렉트, 미안하지만 나는 아가씨를 방으로 데려다 드리고 올 테니까."



    "그래, 말은 맡겨줘."



     세브레가 다리를 후들거리는 셀레디아를 보내주었다. 오후에도 시에스티나와 함께 승마를 한 그녀는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모양이다.

     이 자리에 남은 것은 멜로디와 루시아나, 류크와 렉트 네 명뿐이었다.



    "렉트 씨, 레릭오르를 빌려주셔서 감사해요. 백작님께도 기회가 되면 그렇게 전해주세요. 레릭오르, 오늘 정말 고마워. 정말 즐거웠어."



     하루 동안 함께한 파트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멜로디는 렐릭오르의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기분 좋은 울음소리가 들리자, 멜로디와 렉트는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레릭오르는 데리고 갈게."



    "네, 잘 부탁드려요. 오늘 하루 종일 함께 있었는데도 전혀 대화를 나누지 못했네요."



    "그야 호위니까.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다. 각하께도 문제없다고 보고할 수 있겠...... 세실리아, 안색이 좀 안 좋은데?"





    "어, 그래요?"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렉트가 쳐다보자, 멜로디는 무심코 볼에 손을 가져다 댔다. 별로 자각이 없는지 의아한 표정이다.



    "장거리 승마를 해서 생각보다 피로가 쌓였을지도 몰라. 오늘은 일찍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어? 세실리아, 컨디션이 안 좋아?"



     렉트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루시아나까지 와서 멜로디의 안색을 살폈다.



    "음, 확실히 평소보다 안색이 안 좋은 것 같네? ...... 오늘은 그냥 집에 가서 푹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그것은 다시 말해 '오늘의 메이드 업무는 쉬어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아가씨, 저는 괜찮으니까요."



    "쑥맥 기사보다 늦게 알아챈 것은 언짢지만, 확실히 얼굴색이 좀 안 좋은 건 사실이야. 오늘 아침에도 잠을 못 잤다고 했으니 오늘은 일찍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그런 ...... 알겠습니다."



     멜로디의 건강을 걱정하는 루시아나는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멜로디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자, 우리도 가자, 세실리아."



    "네, 렉트 씨, 오늘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렉트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넨 멜로디 일행은 각자의 기숙사로 돌아갔다.

     멜로디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렉트는 생각했다.



    (왠지 평소보다 등짝이 작아 보이는 것 같은데.......)



     조금 걱정이 되는 렉트였다.







     루시아나와 헤어진 멜로디는 혼자 평민 기숙사로 돌아왔다.

     평소 같으면 이후 멜로디가 다시 루시아나의 방으로 이동할 텐데, 오늘은 쉬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사실은 하루 종일 승마를 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피로를 느끼고 있다. 멜로디는 일찍 목욕을 하고 바로 침대에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어야 했지만 .......



     .......





     .............







    (............ 좀처럼 잠이 안 오네)



     결국 멜로디의 의식이 사라진 것은 결국 자정을 한참 지나고 나서였다.



    ◆◆◆



     스스슥 하고 캔버스 위를 달리는 연필 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진다. 방의 주인인 소녀, 캐롤 미스이드는 진지한 표정으로 피사체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9월 21일. 시에스티나와의 승마 데이트 다음날.

     오늘부터 왕립학교 2학기가 두 번째 주에 접어들었다. 그날 저녁, 캐롤과 약속한 그림의 모델이 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멜로디는 캐롤의 방에서 한 시간 동안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캐롤은 집중하고 있는지 별다른 대화도 없이 조용한 시간이 흘렀다. 멜로디는 그런 캐롤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캐롤은 역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나 봐. 내가 그림의 모델이라니 조금 부끄럽지만, 캐롤이 미술 선택 수업을 들을 생각이 든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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