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4화 공작영애의 일갈(2)
    2024년 02월 09일 16시 59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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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점을 받은 사람이 나타났다고 해서 부정행위를 의심하다니.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런 헛소리를 하는 것은 그만두세요. 정말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왕립학교의 학생답지 않게 사려 깊지 못하고 악랄하게 행동하는군요. 당신들, 부끄러운 줄 아세요!"



    "죄송합니다!"



     반사적으로 모두가 사과를 했다. 멜로디와 루시아나, 그리고 셀레디아도 마찬가지였다.



    "사과해야 할 대상을 잘못짚은 게 아닐까요?"



     또다시 올리비아의 날카로운 시선이 욕을 하고 있던 학생들에게 향했다. 그들은 당황한 듯 멜로디를 향해 사과를 건넸다.



    "미안, 맥머든 양. 우리들, 아무 증거도 없는데 의심하는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저기,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당분간, 멜로디를 질투해서 악담을 했던 학생들이 사과를 하러 왔고, 교실 분위기는 어떻게든 원상 복귀되었다.



    "미안, 세실리아 양. 내가 그들을 혼내줬어야 했는데,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만."



    "저도 마찬가지예요. 지난번 무도회 때도 그렇고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아뇨, 두 분의 잘못은 아니니까요."



     분위기가 가라앉자 크리스토퍼와 안네마리도 멜로디에게 사과의 말을 했지만, 역시 왕세자와 후작영애의 사과에 송구스러워진다.



    "정말, 다들 갑자기 어떻게 된 거람. 평소에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는데........"



     루시아나는 여전히 화를 내고 있었다. 멜로디는 당황스러울 뿐 화가 난다거나 하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멜로디를 향한 불합리한 추궁은 정말 갑작스럽게 시작된 일이었다. 



     그리고 안네마리는 생각했다.



    (설마 이거, 마왕의 공격 ......? 분명 서브 이벤트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



     게임에서는 공략 대상도, 메인 스토리와도 조금 동떨어진 서브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림자 속에 숨어있는 마왕의 영향을 받은 학생들이 왠지 모르게 히로인에게 공격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마왕에게 직접 조종당한다기보다는, 마왕의 마력이 새어 나오자 학생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자극되고, 성녀를 증오하는 마왕의 의지의 영향도 있어 히로인과 대립하는 것이다.



    (아까의 상황이 조금 비슷한 것 같은데 ...... 그 이벤트는 진행에 따라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어서 판단이 애매하네. 그때 반 친구들은 이름 없는 엑스트라 캐릭터들만 있어서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도 힘들고. 아아, 정말이지 그런 때만 반응하지 못했을까?)



     그때 크리스토퍼도 안네마리도 셀레디아의 마력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평상시와 다름없었던 사람은 성녀인 멜로디와 멜로디의 마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루시아나, 그리고 어째선지 올리비아 세 사람뿐 .......



    (그러고 보니 저 여자, 무도회 때도 나를 방해했었지 ...... 설마 내 생각 유도가 통하지 않는 걸까?)



     셀레디아는 슬쩍 올리비아를 바라보며 마력을 들여다보았다.



    (...... 보통이야. 조금 많긴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인간의 마력. 성녀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만일 정말로 효과가 없다면 섣불리 생각 유도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려, 젠장)



     셀레디아는 올리비아를 경계했지만, 현재로서는 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흐암, 좋은 아침 ...... 무슨 일이야?"



     그런 와중에 오늘의 마지막 반 친구가 등교했다. 캐롤이다. 조금 졸린 듯이 하품을 하며 교실에 들어서더니, 왠지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온해 보이는 캐롤 덕분인지 교실 안의 분위기는 드디어 긴장감이 풀리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 자리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멜로디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올리비아 님께 빨리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어.)



     하지만 곧 레규스 선생님이 들어와서 HR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올리비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는 없었다.

     다음에 시간을 내서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반납된 시험지를 받는 멜로디. 옆에서는 캐롤이 시험지를 보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제27위 캐롤 미스이드 51점'



     칠판에 적힌 시험 결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틀린 부분은 다시 한번 답을 써서 낼 것. 내일까지의 과제로 한다."



     거절하고 싶다는 듯한 신음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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