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인에게는 다섯 가지 학습 파라미터가 설정되어 있으며, 각 과목의 성적에 따라 파라미터가 변동한다. 그 내용은 '학력', '운동', '예술', '마법', '예절'의 다섯 가지다.
이번에 멜로디가 받은 시험은 공통과목이다. 즉 현대문, 수학, 지리, 역사, 외국어, 예절(기초), 기초 마술학이다.
이 중 현대문과 수학은 '학력', 지리와 역사는 '운동', 외국어는 '예술', 예절(기초)은 '예절', 기초마법학은 '마법'의 파라미터에 영향을 미친다.
매일 어떤 수업을 중점적으로 수강할 것인지, 방과 후 자습을 할 것인지 등을 선택해 올려야 할 파라미터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떤 공략 대상과 친밀도를 높일지 선택할 수 있다.
파라미터의 수치가 높으면 이번처럼 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공략 대상자의 호감도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크리스토퍼는 '학력', 맥스웰은 '예술', 렉트는 '운동', 뷰크는 '마법', 슈레딘은 '예의'의 파라미터 수치가 높을수록 데이트 이벤트가 발생하기 쉽도록 설정되어 있어, 어떻게 성적을 올리느냐가 게임 공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그랬었지만.......
(만약 세실리아가 히로인인 경우......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것은, 그녀는 모든 파라미터가 이미 만땅일 가능성도 있다는 뜻. 공략 대상을 제멋대로 선택할 수 있잖아! 아니, 도대체 뭐야 당신!? 파라미터의 완성은 꽤 어려운 일인데!)
게임 내에서 히로인의 파라미터를 완성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학교 생활 3년 동안 달성하는 것이지, 적어도 1학년 2학기 시작 시점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모든 파라미터가 완성되었다는 것은 모든 캐릭터의 데이트 이벤트를 만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야말로 역하렘 전개가 될 것 같은 기세였다.
(이 게임에는 역하렘 루트는 없지만!)
여성향 게임 "은빛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는, 공략 대상과 사랑의 맹세를 함으로써 성녀의 힘이 깨어나 해피엔딩을 맞이한다는 설정이다. 따라서 반드시 누군가와 맺어지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모든 공략 대상자를 다 거느리는 전개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
성녀의 힘을 깨우기 위해서는 흔들림 없는 일대일의 순수한 맹세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스테이터스를 최대로 올리고서 주회 플레이를 하는 것 같아. 뭐, 그 게임에는 스테이터스 인계 기능 같은 게 없기 때문에 게임상으로도 할 수 없지만 ......그 한편으로)
안네마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시험 결과를 바라보고 있는 은발의 소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셀레디아 레긴버스였다. 그녀는 우울한 표정으로 자신의 결과를 확인하고 있었다.
"제29위 셀레디아 레긴버스 44점"
(어떻게든 낙제점은 면했지만, 게임적으로 볼 때 모든 지표가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야. 게임 속 주인공은 1 학기에 전교 3등을 하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더 잘해도 되었을 텐데........)
셀레디아의 점수는 정말 형편없었다. 슬픈 표정도 이해할 수 있는 결과다.
(뭐, 현실적으로 백작에게 입양되기 전까지는 어머니와 단둘이서 평민 생활을 했으니 공부할 기회 따위는 없었을 테니까. 오히려 최하위가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젠장, 레아의 기억으로는 여기서 좋은 성적을 내면 공략에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너무 준비가 부족했다고! 내가 인간의 공부 따위를 어찌 알겠어! 레아의 기억에도 없고, 학교에 들어가서 첫날부터 시험이라니 너무 심하잖아! ...... 안 되지 안 돼......시험을 잘 못 봐서 셀레디아 슬퍼)
내면의 외침을 감추기라도 하듯, 셀레디아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를 본 안네메리는 전생의 자신을 떠올리며 동조했다.
(이해해, 이해한다구, 셀레디아. 나도 여고생이었을 때 지금처럼 성적이 좋지 않아서 시험 때마다 울상을 짓곤 했어. 포기하지 마! 평범한 나도 노력했기에 지금의 성적이 있는 거니까!)
크리스토퍼나 멜로디와 비교하면, 인간이 가진 재능이라는 의미에서 안네마리는 평범한 사람이다. 지금은 여성향 게임의 세계를 구한다는 목표 때문에 악역영애임에도 품행이 단정하고, 전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주위의 신뢰를 얻고 있다.
자신도 노력하여 할 수 있었으니, 히로인 후보인 셀레디아도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네마리는 마음속으로 셀레디아를 응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