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그래?"
"정말이네? 조금 붉어졌어. 괜찮니, 멜로디?"
또다시 세실리아를 멜로디라고 부르는 마이카였지만, 멜로디의 눈이 충혈된 것이 더 신경 쓰였는지 루시아나는 멜로디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일까요?"
"수면부족인가요. 멜로디 선배는 베개가 바뀌면 잠을 잘 못 자는 타입이인가요?"
"역시 갑작스러운 학생 생활에 자기도 모르게 긴장한 거 아냐? 너무 힘들면 밤에 이쪽으로 오는 걸 자제해도 돼."
"제발 그런 말 하지 말아 주세요! 오늘도 방과 후엔 꼭 갈 테니까요!"
"그럼 오늘 저녁은 멜로디 선배에게 맡겨도 될까요?"
"고마워, 마이카!"
"...... 일을 맡겼는데도 기뻐하다니, 정말 마음이 찔리네요."
그런 대화를 나누며, 멜로디와 루시아나는 두 하인의 배웅을 받으며 귀족 기숙사를 떠났다.
◆◆◆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한 마이카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 나, 평범하게 메이드를 하고 있네..."
"갑자기 왜 그래?"
무표정하지만 의아한 표정으로 마이카를 내려다보는 뤼크. 그리고 마이카도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니, 내가 왜 메이드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이 일에 불만이 있는 건가?"
"그런 거랑은 다르지만."
마이카는 이 세상에 전생한 이후 줄곧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갑자기 왕도의 빈민가에서 깨어난 마이카. 육체의 기억이 없기 때문에 전생의 이름을 썼지만, 이 몸의 진짜 이름은 지금도 모르는 상태다.
전생에선 환갑일 터인데, 어째선지 어린 시절의 기억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지금의 자신.
적어도 『은의 성녀와 다섯 개의 맹세』에서 이런 복숭아색 머리의 어린 소녀가 등장했던 기억은 없었고, 물론 빈민가에서 뷰크가 소녀를 구해주는 묘사도 없었다.
전생한 마이카는 뷰크의 도움으로 고아원에 입양되었고, 그 후 세레나를 만나 지금은 히로인인 멜로디의 후배로서 일하고 있지만 .......
(내 존재는 게임 스토리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아)
멜로디의 기이한 행동에 놀라기만 할 뿐, 게임 공략에 도움이 된 적이 없다. 지난번의 마물 습격 사건 때도, 이벤트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뭐, 멜로디 선배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아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지는 않았을 거야. 그래서 생각하게 되는 거지만 ......)
ㅡㅡ나는 왜 전생한 걸까?
자신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순수하게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신이 있어서 자신을 전생시켰다면, 무엇을 위해 그렇게 했는지 마이카는 의문이 들었다.
여주인공이나 악역영애처럼 중요한 캐릭터도 아니고, 자산가도 귀족도 아닌 그저 고아. 왕립학교의 학생이 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힘을 부여받은 것도 아닌 어디에나 있을 법한 소녀.
그것이 마이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그때, 마이카의 가슴팍에서 '마법사의 알'이 떨렸다. 갑작스러운 진동에 마이카는 깜짝 놀랐다.
(...... 이 녀석은 이 녀석대로 언제쯤 부화하려나? 조금 무섭지만)
마이카가 마법사가 되기 위한 파트너를 만들어주는 '마법사의 알'. 하지만 이 안에는 게임 속의 마왕과 닮은 수수께끼의 늑대 마물이 들어있다.
빨리 부화해서 마법을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라지만, 정말 괜찮을지 불안하기도 하다.
(설마 부화하자마자 갑자기 공격해오지는 않겠지? 괜찮겠죠, 멜로디 선배?)
마이카는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일하러 돌아가자."
"네~"
재빠르게 방으로 돌아가는 류크의 뒷모습을, 마이카는 가만히 바라본다.
류크. 마이카가 지어준 그의 본명은 뷰크 키셸. 여성향 게임 '은빛 성녀와 다섯 개의 맹세'의 네 번째 공략 대상자.
지금은 기억을 잃고 백작가의 수습집사로서 성실하게 일하고 있지만, 루틀버그 영지에 갔을 때 잊고 있었던 마법 사용법을 기억해 냈다.
그렇다면 분명, 언젠가는 뷰크의 기억을 되찾을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오면, 그는 어떻게 할까?).
물론 마이카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 리는 만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