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목표네요."
"세실리아 씨는 선택과목을 뭘로 들을지 정하셨나요?"
"일단 응용마술학은 들을 생각이지만, 나머지는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에요."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어렵겠죠. 저도 약학과 의학 외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서요. 많이 듣는 것보다는 자습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지 조금 고민되던 참입니다."
"그런 방법도 있었군요, 참고할게요."
"그, 그렇게 별것은 아닌데 ......"
페리안은 긴 앞머리를 흔들며 고개를 숙이더니 뺨을 붉혔다. 세실리아가 평민이라서 그런지, 수줍음이 많은 페리안도 의외로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았다.
"어, 그럼 그 사람 퇴학당한 거야?"
"퇴학이라고나 할까, 휴학? 같은데, 최종적으로는 퇴학시킬지도 모르겠어."
갑자기 '퇴학'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오자, 멜로디는 이야기를 나누던 루시아나와 베아트리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페리안도 신경이 쓰였는지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베아트리스 님, 누가 퇴학당하셨나요?"
"아, 아니야. 퇴학이 아니라 일단은 휴학."
"베아트리스의 반에서, 2학기부터 퇴학... 이 아니라 휴학한 사람이 나왔다고 해."
"무슨 일 있었나요?"
"무슨 '마력 중독'이라는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
"마력 중독?"
멜로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듣는 병명이다.
"...... 저기, 정식 명칭은 [특정마력파장 과민반응증]이라는 병이지만요."
"페리안, 알고 계세요?"
"예. 증상으로는 빈혈과 비슷합니다. 피로감과 만성적인 현기증과 어지럼증이 생깁니다. 수면 시간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서, 증상이 심하면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힘들다고 하네요."
"그런 병이 있었군요. [특정마력파장 과민반응증]이라는 이름으로 보면, 마력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병인가요?"
"맞아요. 아무래도 체질적으로 특정 지역의 마력 파장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그 지역에 오래 머무르면 조금씩 컨디션이 나빠지는 것 같아요."
"그럼, 그 휴학하신 분은 ......"
멜로디가 베아트리스를 바라보자, 그녀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평민 아이인데, 여름방학 때 증상이 나타나서 페리안의 말대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처음엔 더위 먹어서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증상이 점점 심해져서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진단을 받아보니 마력 중독이라고 하더라."
"약으로 증상을 억제할 수는 없나요?"
"현재로서는 효과가 있는 약이 개발되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 증상이 나타난 지역을 떠나는 정도밖에."
"그래서 휴학한 거구나."
페리안의 설명을 들은 루시아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베아트리체도 안타까운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도 방금 전에 HR에서 들었어. 정말 열심히 공부하던 애라서 불쌍해. 일단 휴학이라는 걸로 되어있지만,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체질이 안 맞으면 어쩔 수 없으니깐."
"네레이센 선생님에 의하면, 몇 년에 한 명 정도는 마력 중독에 걸리는 사람이 있는 것 같대. 왕도는 바나르간드 대삼림이 가까워서 그런지 나름대로 증상이 나오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그렇구나. 세계 최대의 마경의 땅이니까."
루시아나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중 멜로디는 문득 생각이 났다.
"...... 바나르간드 대삼림. 그건 어디에 있는 건가요? 저는 본 적이 없어서........"
"""뭐?"""
이에 루시아나를 비롯한 세 사람이 놀란 목소리가 겹쳤다. '실화냐, 이 녀석?'의 뜻일지도 모르겠지만. 농담인 줄 알았는데 멜로디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정말로 대삼림의 위치를 모르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베아트리스는 대삼림이 있는 방향인 동쪽을 가리켰다.
"왕도의 동쪽, 대륙을 가로지르는 돌담 너머에 있는 거대한 숲이야. 왕도에 올 때 보지 못했어?"
"...... 동쪽의 숲?"
(어? 거기는 ......)
멜로디에게는 기억이 있었다. 루시아나에게 고용되어 처음으로 메이드가 된 그날, 자금이 부족해 숲에서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하늘에서 보고 찾아낸 숲은 왕도의 동쪽에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숲은 마치 위성사진의 지도와 같아서, 바로 위에서 보면 선이 그어진 것처럼 보였던 그 돌담은 숲에 집중하고 있었던 멜로디의 시야에는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음, 그럼 내가 늘 다니던 숲은 혹시.......)
"안녕, 재밌게 놀고 있어?"
"꺄악!?"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때문에 멜로디는 무심코 비명을 질렀다.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웃는 얼굴의 크리스토퍼가 서 있었다.
뭔가 중요한 사실을 알아차리려던 멜로디의 머릿속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변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