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알프레드가 무심코 손을 뻗으려는 순간, 카밀라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알프레드 전하, 피나 님, 정말 축하드려요. 서로 사랑하는 두 분이 맺어진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해요."
카밀라의 말에 비웃음 따위는 없었다. 카밀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여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알프레드도 피나도 아름답게 변한 카밀라에게 싫은 소리나 원망 섞인 말을 들을 줄 알았다. 하지만 카밀라는 그런 것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의 친절함이나 그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두 사람은 깨달았다. 카밀라는 이미 그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두 사람의 자존심을 더욱 상하게 했지만, 두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카밀라는 그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렇게 귀족들에게 여러 가지 충격을 안겨준 야회는 조용히 막을 내렸다.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야회의 긴장감에서 벗어난 두 사람은 겨우 숨을 쉴 수 있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아름다운 당신 곁에 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드레스도 당신이 입게 되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다리오가 카밀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는 약혼식 날 계속 사랑하겠고 말했던 것처럼, 귀를 붉히면서도 이렇게 카밀라에게 계속 말을 건넸다.
카밀라의 대답은 여전히 "고마워요" 혹은 "그래요"라는 말뿐이었지만, 다리오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손을 잡을 권리가 있고, 눈앞에서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카밀라가 모기소리 같은 목소리로 "이번엔 저도 파란 넥타이를 선물할게."라고 말했을 때, 잠시 반응할 수 없었다.
블루, 그것은 카밀라의 눈동자 색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굳어버린 다리오를 보고는 "역시 잊어줘."라고 말하는 카밀라를 다리오는 급히 안아주려고 했다.
하지만 마차 안에서 갑자기 움직인 탓에 포옹을 해야 할 서로의 이마가 힘차게 부딪히고 말았다.
놀라서 지끈거리며 아픈 이마에 손을 대며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고 있자니, 뭔가 이상해서 카밀라가 먼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 따라 다리오도 소리 내어 웃었다.
아직은 소꿉놀이 같은 관계지만, 두 사람의 따스한 관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밤의 모임으로부터 1년 후, 왕의 선언대로 알프레드와 피나는 결혼 했다.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결혼이었지만, 어쨌든 왕족의 결혼식이다. 대성당에서 열린 결혼식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빛을 받아 빛나는 장엄한 스테인드글라스, 국왕을 비롯한 화려한 참석자, 신랑 신부는 어울리는 미남 미녀와 그림 같은 멋진 결혼식이었을 텐데, 흐르는 공기는 어딘지 모르게 복잡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후 알프레드는 차기 후작이 되기 위해 란사로테 가문에서 지내고 있다. 전직 왕족으로서 저택 안의 사람들은 겉으로는 알프레드를 정중하게 대했다. 하지만 그 시선 속에는 그들이 존경하고 앞으로도 섬겨야 할 주인을 후작의 자리에서 쫓아낸 사람에 대한 냉랭한 감정이 숨어있었다.
게다가 그토록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피나와도, 그가 왕족에서 벗어난다는 왕의 말을 들었을 때부터 어색한 사이가 되어 버렸다. 알프레드는 그녀가 그렇게 '나'에게 사랑을 속삭여 주었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왕비의 자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