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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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7일 22시 14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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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왕이 한숨을 내쉬며 한 마디를 내뱉자 주위가 다시 술렁거렸다. 그동안 공언은 하지 않았지만, 왕의 말과 태도로 보아 외아들인 알프레드가 차기 왕으로 점쳐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데릴사위가 될 것이라고 발표되었으니 주변의 반응은 당연했다. 게다가 피나에게는 뛰어난 오빠가 있어서 란사로테 후작의 작위를 물려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 데릴사위가 들어오다니, 다들 뭔가 특별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예상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알프레드와 피나는 약혼 발표라는 축하의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표정이 매우 안 좋았다.



    그런 두 사람이나 귀족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왕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내 다음 대로는 여기 있는 샬롯을 지명한다. 그녀의 약혼남인 이웃나라의 제3왕자와 함께 이 나라를 더욱 발전시켜 줄 것이라 믿는다."



    지명을 받은 샬롯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모인 귀족들을 둘러보았다.



    "폐하께서 차기 왕으로 지명하신 샬롯입니다. 아직 배울 것이 많지만, 미래의 이 나라를 위해, 이 나라의 백성을 위해 여러분의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도 부디 저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샬롯은 어머니를 닮은 당당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말했다. 자연스레 귀족들의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후 관례에 따라 왕족들의 발언이 차례로 이어졌다. 국왕, 크리스티나, 샬롯에 이어 다음 차례는 그 빨간 머리 여인의 차례였다.



    그 여성은 어색하게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인사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우리 아들 알프레드의 경사에 여러분이 모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마력을 통해 퍼져나가는 목소리에 모두가 놀랐다. 그 목소리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왕비를 능가하는 권력을 가졌다고 알려진 이사벨라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주위의 놀란 시선을 견디지 못한 듯, 이사벨라는 간단한 인사를 짧게 한 뒤 곧바로 몸을 숨기듯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왕족이 서 있는 단상에 그림자가 드리울 자리는 없다. 그녀의 변해버린 모습은, 밝은 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계속 사람들 앞에 드러나고 있었다.





    이후 알프레드의 인사말이 끝나자, 폐하의 "모두들 즐기도록."이라는 말씀 후 귀족들은 자유롭게 환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야회의 초반부터 변함없이 주목받고 있던 카밀라와 다리오에게 , 차례로 인사를 하고 있던 알프레드와 피나가 다가왔다.



    그때 마침 카밀라는 음료를 받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알프레드 일행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리오만 알프레드 일행을 마주했다.



    "알프레드 전하, 란사로테 후작영애 피나 님, 약혼을 축하드립니다."



    다리오의 목소리와 함께, 카밀라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며 알프레드 일행과 마주했다.



    알프레드도 피나도 왕으로부터 그날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실 아직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모두 나쁜 꿈이고, 깨어나면 자신들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미래를 살 수 있을 거라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재회한 카밀라는, 그런 그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하듯 풍부한 마력을 지닌 채 몰라보게 달라진 아름다운 모습으로 눈앞에 서 있었다.



    피나는 변함없이 마력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었다. 빛나는 금발도, 피부도, 쏟아질 것 같은 눈동자도,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몸매도, 모든 것이 그때와 같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눈앞의 카밀라는 마력을 사용하는 것도 물론이지만, 사랑받고 소중히 여김으로써 내면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사벨라처럼 마력으로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아름다움이 아닌, 그날 보았던 카밀라의 모습 그대로임에도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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