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담하고 강한 여자라고 생각했지. 그 후로는 네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되었어. 그래서 전하께 후작영애를 노골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좋지 않다며, 적당한 이유를 대고 널 돕는 역할을 맡게 되었어.
가까이서 보면 볼수록 네게서 매력을 느꼈어. 강하고 당당하지만, 내가 도와주려고 손을 내밀면 왠지 모르게 안도하는 너의 모습이 좋아졌어.
네가 말했듯이 부모님께 맡겼으면 너를 아내로 삼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너에게 선택받고 싶었어. 그래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온 거야.
처음엔 계산적이어도 괜찮아. 언젠가 너도 좋아해 줄 수 있도록 널 계속 사랑할게. 그러니 나를 선택해 주지 않겠어?"
다리오의 말은 전부 카밀라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지금까지 카밀라를 무시했던 알프레드나 피나도, 그녀를 사로잡으려 했던 왕과 왕비도, 평가는 정반대였지만 '마력'이라는 잣대로만 카밀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딸이기 때문에, 이 마력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리오도 속으로는 베르그만의 딸인 나를 그렇게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금 전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카밀라도 느낄 수 있었다. '나'를 원하고 있다. 그것은 묘한 느낌이었지만 결코 불쾌한 것은 아니었다.
"학원에서 유일하게 제게 손을 내밀어준 당신과의 인연이라면 사교계에 미담으로 회자될 수 있을 거예요. 솔직히 아직은 그 장점을 취하려는 마음이 강하네요.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카밀라는 다리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청혼에 대한 대답치고는 다소 사무적인 대답이었지만, 이를 들은 달리오는 기쁜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그가 카밀라에게 보여준 첫 번째 미소였다.
그 표정에,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떨리는 것을 느끼며 카밀라는 다리오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다리오와 카밀라는 약혼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서서히 교감을 쌓아갔다. 카밀라는 그를 시험하듯 계속 자신의 외모에 마력을 쓰지 않고 다리오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며, 오히려 구혼했던 날의 약간 마력을 사용한 카밀라의 모습이 낯설어 심장에 안 좋다며 웃었다.
좋아하는 책의 이야기를 했다. 오페라를 함께 관람했다. 카페에서 홍차에 우유를 넣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키가 크지 않아 무리해서 높은 하이힐을 신는다는 것도 고백했다. 카밀라는 몇 년 동안 약혼한 사이였던 알프레드에게 한 번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다리오와 많이 나누었다. 다리오와의 시간은 카밀라의 마음속에 서서히 스며들 듯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관계는 서로의 부모님의 물밑작업도 있어서, 학교에서 카밀라를 계속 돕는 와중에 생긴 순수한 사랑으로서 사교계에서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사교계 시즌이 끝날 무렵이 되었다. 개학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어느 날, 왕가의 야회가 열리게 되었다. 파티의 목적은 알프레드의 새로운 약혼녀를 공개하는 것이었다.
초대장은 다리오와 카밀라에게도 도착했다. 카밀라는 이미 알프레드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왕실의 초대를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마지못해 참여하기로 했다.
한편 다리오는 카밀라도 참석한다는 말에 기쁜 표정을 지었다. 꼭 드레스를 선물하고 싶다고 기쁜 표정으로 말했고, 승낙을 받자 서둘러 재단사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