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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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7일 22시 11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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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성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약혼 파기의 날로부터 사흘 후, 베르그만 가문은 한 쌍의 손님을 맞이했다.

    그 손님은 레스토아 후작과 그의 적자 다리오였다. 그는 그날의 선언대로 다시 카밀라 앞에 나타난 것이다.



    "레스토아 후작과 다리오 군이군요. 편지로 용무는 이미 들었지만 다시 한번 용건을 여쭤봐도 될까요?"



    카밀라는 방금 전 아버지에게서 손님 앞에 나오라는 부름을 받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들의 용건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그들의 방문 목적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예, 베르그만 후작. 오늘은 제 아들 다리오를 당신의 딸인 카밀라 양의 약혼녀로 삼을 수 있을지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그 말에 카밀라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지금의 카밀라는 왕자에게 버림받은, 마력도 없는 흠집투성이의 영애였어야 했다. 후작가의 적자가 약혼을 청할 상대는 결코 아니었다.

    거기에 얼마 전 그가 살짝 보여준 대담한 인상까지 더해져서, 카밀라는 이 이야기를 상당히 의아해하며 듣고 있었다. 힐끗 아버지의 얼굴을 흘끗 쳐다보자, 비범한 자로 불리는 아버지는 그녀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운 말씀이지만, 아시다시피 딸이 얼마 전 약혼남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저는 가능한 한 이 아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다리오 군, 약혼을 원한다면 네가 직접 카밀라에게 그 마음을 전해주는 게 어떻겠나?"



    솔직히 카밀라는 '떠넘겼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판단을 맡겼다는 것은, 제안을 받아도 거절해도 상관없는 상대라는 뜻일 거라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다리오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카밀라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와 둘이서 정원 산책을 하러 나갔다.





    "다시 만날 수 있었지요?"



    멀리서 서로의 하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둘만 남게 되자마자 다리오는 카밀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네요, 당신은 재미있다기보다 별난 분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별난 분이라는 것은, 약혼을 파기당한 네게 청혼하러 왔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가문끼리의 이야기라면 제 의견 따위는 전혀 개입하지 않고도 이 약혼은 성사됐을 거예요. 그것을 이렇게 거절당할 가능성이 있는 방식으로 했다는 점도 있어요."



    "그래. 하지만 나는 너와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었어."



    방금 전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다리오가, 진지한 표정으로 카밀라에게 말했다.



    "처음에는 너를 불쌍한 아가씨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언젠가 네가 교실에서 물을 뒤집어쓰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었어. 그때 너는 근처에 있던 친구의 다리로 튈 뻔한 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들의 발로 향하게 했었지? 셀 수 없이 많은 물방울을 세밀하게 조작하는 것을 보고, 네가 일부러 괴롭힘 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왜냐하면 저런 조작을 할 수 있다면, 그녀들이 만들어낸 물 덩어리를 튕겨내는 것도 쉬울 테니까.

     

    그때부터 네가 신경 쓰여서 자꾸만 시선이 향했었어. 그랬더니 너는 전하의 앞에서는 애교도 없고 마력도 없는 척했지만, 친구들 앞에서는 웃고 있었고, 주변을 위해 몰래 마력도 사용하고 있었지. 그걸 보자마자 네가 전하로부터 약혼을 파기당하도록 하려는 걸 알았어. 그 때문에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꿋꿋이 견뎌내고 있었구나 싶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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