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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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7일 17시 46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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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본 것은, 천천히 멀어져 가는 전하의 얼굴이었다.



    설마 자신의 젖동생인 남자가 감정에 맡겨 힘조절도 안 하고 나를 밀쳐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단세포를 중용하는 일은 그만두라고 말했건만. 전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양손으로는 그 평민 여자를 껴안은 채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2층 높이의 어느 학교의 중앙계단에서 떨어지면서, 나는 방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내가 그 여자를 꼬드겨서 이 계단의 층계참까지 몇 계단 떨어뜨린 것만으로 사람들이 모여들 정도의 큰 소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 높이에서 떨어지는 나에, 나를 밀어 떨어뜨린 그 남자에, 손도 뻗지 않는 그 약혼남에, 모여 있던 구경꾼들은 그 정도면 소란이 일어날 법하다며 심술 맞게 웃어댔다.



    이것으로 울분이 가라앉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자.

    아아, 그래도 고통 없이 순식간에 끝났으면 좋겠다.

    내가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분명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눈을 뜨자 낯선 침대의 천장이 보였다.

    천정에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옅은 분홍색 레이스가 걸려 있어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낮의 햇빛을 조금이나마 가려주고 있다.

    얼굴을 옆으로 돌리자, 부드러운 시트와 함께 또다시 내 취향이 아닌 섬세한 꽃무늬가 그려진 벽지와 커튼이 보인다.



    무겁게 느껴지는 몸을 일으켜서는 우리 집에 이런 소녀 취향의 방이 있었나 하며 둘러보고 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목이 꽉 막혀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추락의 후유증인가 싶었는데,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문이 열리더니 어떤 여자가 혼자 방으로 들어왔다.

    처음 보는 여자였지만 옷차림으로 보아 시녀 같다. 정말 예의가 없는 시녀다 싶어서 가볍게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 순간, 눈이 마주친 그 여자는 내가 노려보는데도 불구하고 활짝 웃으며, 아니 눈물까지 지으며 내게 달려왔다.



    "아아, 크리스티나 님, 깨어나셨군요."





    크리스티나.

    크리스티나 노츠그랜드.



    이름을 불린 그 순간, 머릿속에 '크리스티나'의 기억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그녀의 반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 이름과 가문 이름, 많은 정보가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마치 잘 쓰여진 소설을 단숨에 읽은 것 같으면서도, 남의 일이라고 말하기에는 생생한 느낌과 감정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한 소녀의 기억에 조용히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나'는 크리스티나 노츠그랜드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마도 크리스티나 노츠그랜드일 것이다.





    이유는 전혀 몰랐다. 근거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왠지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얼굴을 살짝 숙이자 부드럽고 느슨하게 웨이브진 허니 블론드의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얼굴 옆으로 흘러내린 것이 보였다. 그것은 '나'의 윤기있게 곧게 뻗은 짙은 갈색 머리와는 전혀 닮지 않은 것이었다. 아마 지금 거울을 보면, 크리스티나의 얼굴이 나를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내가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나서야 다시 한 번 눈앞의 무례한 시녀, 즉 크리스티나의 오랜 시녀인 엠마를 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본 적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녀를 잘 알고 있다. 엠마, 노츠그랜드 가문의 먼 친척 가문의 둘째 딸. 가족들 앞에서는 진지한 시녀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둘만 있을 때는 가끔 언니처럼 나를 애지중지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그녀가 끓여주는 밀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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