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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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7일 17시 47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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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되면, 아무리 후작가의 사람이라 해도 영애 혼자서 아무리 목소리를 높인들 들어줄 리가 없었다. 실제로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교계에서는 그것이 사실이 되어 버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억에 없는 일로 사람들 앞에서 꾸지람을 들었다. 아버지에게도 호소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그런 절망 속에서, 크리스티나는 불면증에 걸렸다. 어차피 버릴 딸에게 별다른 치료를 할 생각도 없었는지, 가문에서 주선한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크리스티나를 진찰한 후, 잠이 안 오면 이것만 먹으라며 수면제를 많이 남겨두고 갔다. 약을 많이 두고 간 것은, 크리스티나를 위해 의사를 자주 부를 생각이 없다는 말을 집안사람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손에 쥔 다량의 수면제를 크리스티나는 한꺼번에 복용했고, 그 결과 미수에 그쳤지만 죽음을 선택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슬픔과 걱정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엠마를 보았다. 그녀는 분명 크리스티나의 편이지만, 다른 사람이 지금 크리스티나 안에 있다고 말하면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약의 복용을 포함해 지금은 속이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아서, 나는 이렇게 말하기로 했다.



    "어머, 내가 왜 이 시간까지 침대에 누워있었담? 몸이 무거운 걸 보니, 감기라도 걸린 걸까나?"



    익숙한 듯 낯설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내 입에서 나왔다. 내 말에, 엠마는 놀라면서도 노골적으로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네, 크리스티나 님, 쉬시기 전에 조금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말씀하셨으니 어쩌면 감기에 걸리셨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랬어? 분명 잠을 너무 많이 잤나 봐. 잠들기 전의 일이 잘 기억나지 않아."



    "...... 그런가요. 아, 그만큼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뜻이겠네요. 오늘은 이대로 쉬고 계세요."



    "그래. 그렇게 할게."



    나는 다시 한 번 물을 마신 후, 엠마의 권유에 따라 다시 침대에 누웠다. 졸음은 없었지만 눈을 감고 누워서 엠마가 퇴실할 때까지 잠든 척을 계속했다.





    문이 조용히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음을 확인한 후에야 눈을 떴다. 다시 한번 크리스티나가 처한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아마도 이 누명은 전하, 노츠그랜드 가문, 교회 모두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크리스티나가 전하의 약혼녀를 포기한다고 해도, 평민인 레이라는 어디에 입양되더라도 혈통을 문제 삼게 될 것이다. 후작영애로서의 혈통과 교양을 갖춘 크리스티나가 있는데 왜 그 여자를 선택했느냐며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들은, 크리스티나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레이라를 선택할 이유를 이 거짓된 학대로 만들어내려 했을 것이다. 성녀를 해하였다는 누명을 크리스티나에게 씌우고, 그런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레이라를 왕자가 지켜주다가 결국 그것이 사랑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정말 삼류 연극이지만, 그냥 약혼을 파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레이라가 사니아스 전하의 약혼녀로 쉽게 정착할 수 있다.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지만, 그 줄거리를 쓴 것은 이 나라에서 손꼽히는 권력자들이다. 크리스티나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은 일말의 저항이었던 것 같다.



    확실히 연극 도중에 악역이어야 할 크리스티나가 무대에서 내려오면 줄거리는 엉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이야기가 진행되고 보면 그 죽음마저도 이용당하는 게 아닐까 싶다. 왜냐면 죽은 사람은 입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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