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넌 또 레이라에게 그런 짓을! 왜 그러는 거냐!"
"어머, 또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이것도 전하께서 말씀하셨던 거예요. 저는 그 말씀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어요. [추악한 질투심에 사로잡힌 크리스티나는 레이라의 교과서를 찢고 필기구를 버렸다] 였죠? 그걸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거잖아요?"
"너, 미쳤어?"
"어머, 저는 [지금까지 전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행동하고 있는걸요. 평소와 똑같잖아요? 아니면, 지금의 상태는 평소와 다른 [미친] 상태인 걸까요? 그렇다면 전하께서 말씀하셨던 것에 거짓이 있었다는 뜻이 되겠지만요."
"그, 그럴 리가 없어! 내 말에 거짓말은 없다!
"그럼 저는 지금까지와 같은 거죠? 미쳤다고 비난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언제나처럼 질투심에 사로잡혀 제 약혼남에게 접근하는 도둑고양이년을 괴롭히고 있을 뿐이랍니다. 그런 것보다, 전하는 약혼녀가 있는 몸이니 그런 여자에게 접근하지 말아 주세요. 더러워요."
"더럽다고? 네가 이런 끔찍한 짓을 하니까 그녀를 지켜주는 것뿐이다. 약혼녀가 있든 없든 상관없어. 사람으로서 당연한 행동이야."
"어머 그런가요. 약혼녀가 있더라도 피해를 입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도와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도 옳은 행동이군요."
"닥쳐! 당연한 일이다!"
"그래요, [당연] 하죠."
여전히 숨을 거칠게 내쉬는 사니아스 전하를 바라보며, 나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아아, 이렇게나 쉽게 내가 원하는 말을 해주실 줄이야. 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계속 떠드는 전하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전하의 말씀도 들었기 때문에, 다음 날부터 나는 두 번째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협력자의 준비도 마친 나는 사니아스 전하의 측근 중 한 명인 재상 아들의 약혼녀인 미셸을 찾아갔다.
그녀는 학교의 테라스에서 친구들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협력자와 재상의 아들이 근처에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자마자 의자를 끌어서 쓰러트리고는, 일부러 책상 위의 홍차를 뒤집어 그녀의 교복을 더럽혔다.
"크리스티나 님!?" 하며 놀라는 미셸을 향해, 나는 백작가의 딸이 테라스에서 대놓고 차를 마시지 말라고 싸늘하게 말했다.
그 기세로 두 번째 홍차를 그녀에게 부어주려고 할 때, 그녀 근처에 있던 한 영식이 다가와서는 그녀를 보호하듯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대로 말다툼을 하고 있자, 그녀의 약혼남인 재상의 아들이 왔다.
그 때 미셸은 아직도 영식에게 어깨를 안긴 채로 있었다. 내 기세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조금 떨면서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재상의 영식은 분노를 드러내며 말을 걸었다.
"크리스티나 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미셸이 무슨 짓을 했다고 이러는 거죠!? 그리고 너, 도와준 건 고맙지만 남의 약혼녀를 함부로 건드리는 건 그만둬! 불쾌하다고!"
물론 약혼녀가 아닌 아가씨의 어깨를 안아주는 것은 원래 금기사항이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도 말씀하셨잖아요. '크리스티나는 신분을 내세워 아랫사람을 학대하는 여자'라고. 저는 그 말을 그대로 하고 있을 뿐이랍니다. 그리고 미셸 님의 이 상황이 뭐가 문제인가요? 피해를 당한 사람을 안아서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어제 전하께서도 말씀하셨고, 당신도 동의하셨잖아요? 설마 자기들이 레이라 님의 어깨를 감싸는 것은 좋지만, 미셸 님이 그러는 것은 불쾌하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으시겠죠?"
"그, 그건 ......"
"그렇죠? 그럼 친절하게 대해준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건 어때요? [미셸의 어깨를 안아주고 보호해 줘서 고맙다]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