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9화(1)
    2024년 01월 26일 22시 04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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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극의 후작영애, 조용히 신의 곁으로 돌아가다'

    그렇게 크게 쓰인 가십 잡지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라보고 있다.

    생각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도망치기 위한 공작은 모두 했다. 유서도 그렇고, 머리를 재빨리 자르고 염색한 것도, 일찍 집을 구한 것도 모두 수색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시내에서 기사들을 볼 때면, 그리고 고급스럽게 차려입은 사람들을 보면 이 사람들이 나를 잡으러 온 사람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후작영애 세라피아의 죽음으로 인해, 나는 드디어 그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라피아의 부고를 전한 그 잡지에는 그녀가 여동생을 비롯한 가족과 약혼남인 왕세자에게 멸시당하다 세상을 떠났다는 것, 그녀를 학대했던 사람들의 최후,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왕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는 여러 가지가 적혀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릴리아나가 강제 노동 시설로 보내졌다거나 후작가의 당주가 교체되었다는 등 지난번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특히 지난번의 왕가는 나를 새로운 왕세자의 약혼녀로 맞이하여 표면상으로는 소중히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이미지 하락에 그쳤지만, 이번엔 상당한 비난의 대상이 된 것 같다. 어쨌든 세라피아는 죽었다. 죽은 사람이 예전처럼 자기 마음을 죽이며 '약혼녀로서 전하의 곁에 있고, 왕실 여러분에게 소중히 여겨져서 행복해요'라며 웃어줄 리가 없으니까.



    가끔씩 들려오는 소문으로 미루어 보면 내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세라피아의 죽음이 확정되기 전까지, 나는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진짜 나를, '세라'를 되찾았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숨을 크게 내쉬었다.

    스스로 일궈낸 것을 빼앗겼던 과거, 그 이후 또다시 타인의 입맛에 맞게 나를 만들어냈던 일들. 여러 가지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감정이 거센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잠시 눈을 감고 가만히 그 마음을 정리한 후, 마무리하듯 나는 그 가십 잡지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로부터 한동안 케니와 둘이서 소박하지만 견실한 생활을 이어나갔다. 나는 그 시절과 같은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딱히 특별한 일은 없는 나날이었지만, 그 속에서 생기는 작은 변화들을 나는 소중히 모아갔다.

    남쪽 빵집 아주머니는 내가 베리, 호두빵을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금 기억해 주었다. 약초가게의 간판 고양이도 조금씩이지만 다시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식료품점 아저씨도 식단 상담을 해주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조금씩 그날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아갔다.



    그런 날들 속에서, 나는 우연을 가장해 케니를 어느 장식품 가게에 데려갔다. 그가 가게를 보는 날이 2, 4일이라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그날을 선택했다.

    멀리 떨어져 사는 동생의 생일선물을 진지하게 고르는 케니에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말을 걸어주는 그였다. 기억보다 조금 거리감은 있지만, 나란히 서서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나는 눈부시게 바라보았다. 앞으로 두 사람이 이전과 같은 사이가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즐겁게 이야기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이번에도 케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나는 그 운명의 날을 맞이했다. 잊을 수 없는, 겨울 약초 채취가 금지되는 오늘. 정오의 종소리가 울리고 얼마 후. 상업 길드 거리를 남쪽으로 내려간 여관 앞.

    기억 속의 과거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나 자신은 물론이고, 내 주변도 그 영향으로 조금씩 지난번과 다른 점이 있었다.

    그래서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래도 흔들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나는 그날, 그 시간, 그 장소로 향했다.



    그가 어제까지 이웃 마을의 상업 길드에 있었다는 것은 예전에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과거보다 더 빨리 그를 만나러 가는 것으로 인해 그 앞날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만나러 가지 못했다.



    그래서 계속, 계속 이 날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곳에 반드시 그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 기대와 불안감을 안고서, 나는 여관 앞길로 나가는 마지막 모퉁이를 돌았다.



    시야가 트인 그 너머, 기억 속의 그 곳에 그는, 질은 있었다.

    조금은 특이한 적갈색 머리. 날씬하고 키가 큰 모습.

    그 고독한 날들 속에서 몇 번이고 기억을 더듬었던 그 모습으로, 그는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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