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4 마족 마을의 공방전 ③
    2021년 02월 14일 19시 39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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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651eh/74/

     

     

     

     

     하이엘프의 마을ㅡㅡ요정계에서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의 수 세대 전의 선조님이 하이엘프의 딸인 니므라는 걸 알게 되자, 세리아 씨를 할머니라고 부르도록 강요당했지만 겉모습이 20대 후반이라서 위화감만 듭니다.

     그런 할머니에게서 이제야 목적이었던 마왕 카므의 유품인 마도구를 빌릴 수 있었지만, 하이엘프의 마법기술의 정수를 담아 만들어진 그 반영체물질의 마도구는, 갑자기 저에게 흡수되어 전 의식을 잃게 되었습니다.

     

     "......어라?"

     

     정신을 차리자 전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 혼자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이 안개가 낀 것 같은 요정계와는 다릅니다.

     .........할머니는 어디로 간 걸까요?

     이상한 점은 어두운데도 '아무것도 없다' 는 걸 알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몸이 보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이는 점일까요. 이 감각은......그래그래, 게임에서 말하는 1인칭 화면과 3인칭 화면을 동시에 보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지금의 전 평소의 꼬마캐롤ㅡㅡ하프엘프인 15살이며 인간의 12~3세 정도의 외모입니다.

     "아......"

     갑자기 눈앞에 빛나는 구슬같은 물건이 떠올랐습니다.

     전 그걸 위험하다고 생각치 않고 손으로 만졌는데, 그러자 갑자기 머릿속에 대량의 정보가 흘러들어왔습니다.

     

     "..........."

     그런가.......그랬었네요.

     이것은 하이엘프의 '융합' 의 마도구로서, 마족과 하이엘프의 하프였던 카므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었습니다.

     마족의 힘도 하이엘프의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본래는 태어나지 않았을 하프로서 태어난 카므를 위해 만들어진 이 '융합' 의 마도구는, 카므의 안에 있는 마족과 엘프의 힘을 융합시켜서, 말도 안되는 힘을 이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융합' 이라는 행위는 물질계의 생물에게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항상 고통을 느끼며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원인으로서 제일 컸던 것은, 하이엘프같은 영원한 생명을 가진 요정이라면 몰라도, 카므같이 수명이 정해진 혼으로는 반영체물질의 마도구와 '융합' 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카므는 인족의 위협에 노출된 아인이라는 종족을 구하기 위해 그 힘을 원했고, 그 생명이 흩어진다 해도 아인을 구하는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 마도구에는 '지능' 이 있습니다. 힘과 홈을 융합시키기 위한 연산기능으로서 붙여진 간이적인 인공지능같은 것이고, 의사도 감정도 없는 융합프로세스를 시행할 뿐인 물건이었는데, 카므가 사망할 때까지 7,474,600,295회의 '융합' 의 프로세스를 되풀이한 인공지능은, 최후의 순간 하나의 대답을 도출했습니다.

     

     <분하다>

     

     카므와 융합할 수 없었다. 카므의 힘을 완벽하게 이끌어낼 수 없었다. 카므에게 고통은 안기고 말았다. 카므의 목숨이 줄어드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카므를 위해 만들어진 자신이, 카므를 구할 수 없었다.

     

     카므가 죽은 것은 고통에 졌기 때문이 아니고 전투에 전투에 졌기 때문도 아니다. 자신이 그의 힘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했던 인공지능은, 카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이 완벽하게 융합할 수만 있다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인공지능은 기다렸습니다. 완벽한 융합이 가능한 새로운 마스터가 나타나는 것을.

     

     그래서 인공지능은 절 골랐습니다다. 몸의 안쪽에 완벽히 제어된 신체를 가진 존재. 3차원의 생물의 구조를 뛰어넘은 무한히 성장하는 존재.

     하지만 그 완벽한 신체는, 카므와 혈연관계인 생명체의 안에 봉인되어 있어서, 이대로는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그 완벽한 제어체ㅡㅡ플레이어 캐릭터를 내부에서 이끌어내며 살기 위해 싸워왔지만, 그건 캐롤에게 있어서 캐롤이 아닌 거짓 몸뚱이였습니다.

     

    Fusion? yes/no〉

     

     융합하겠습니까......? 그렇게 물어보는 목소리에, 저는 빛나는 구슬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끄덕였습니다.

     "좋아."

     

     승낙함과 동시에 '나' 와 융합의 마도구와의 '융합' 이 개시되었습니다.

     마도구가 저의 혼과 융합하자, 눈 앞에 있던 아무것도 없는 배경이 어딘가 그리운 화면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왜곡된 선과 하얀 색채에 눈을 가늘게 하자, 3인칭으로 보던 저에게 겹쳐지듯이 몇 가지의 문자와 숫자가 떠올랐습니다. 이건......VRMMO의 캐릭터 스탯 화면입니다.

     ".......뭐야 이거."

     어째서 갑자기 게임의 화면이 된 걸까요? 뭐 왠지 알 것 같긴 합니다만, 제가 놀란 것은 스태이터스 그 자체였습니다.

     

     Player:Carol Race:Half-Elf Age:Teen-ager

     Level 95 HP:340 MP:520

     Strength:225 Endurance:170 Agility:240 Magic:250 Charm:205

     

     Attack-Magic〈공격마법〉:100 Healing-Magic〈회복마법〉:100

     Enchant-Magic〈강화마법〉:90

     Long-range Attack〈원격공격〉:90 Sword dance〈검무〉:70 etc……

     

     .......레벨은 커녕 스킬과 스테이터스가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스킬업은 꽤 해왔다고 생각했는데요....

     "응?"

     잘 보니 화면의 옆에 스크롤 키가 있습니다. 그걸 건드려보니 페이지가 전환되며 새로운 스테이터스 화면이 나타났습니다.

     

     Player:캐롤・니므・아르세이데스 Race:Half-Elf Age:15

     Level ?? HP:120 MP:230

     Strength:139 Endurance:76 Agility:193 Magic:180 Charm:185

     

     Attack-Magic〈공격마법〉:70 Healing-Magic〈회복마법〉:55

     Enchant-Magic〈강화마법〉:50

     Long-range Attack〈원격공격〉:70 Sword dance〈검무〉:75 etc……

     

      "............"

      뭐라 해야 할까요, 전 플레이어 캐릭터의 스킬을 올릴 생각이었는데, 결국 플레이어 캐릭터를 써서 자신을 '버스' 태운 모양입니다.

     버스란 그겁니다. 버스를 타는 것처럼 강한 캐릭터가 싸우면 옆에서 경험치만 챙기며 레벨을 쉽게 올리는 그것입니다.

     의식이 돌아온 그 세살배기 시점에선 스킬 레벨이 1이었겠지요. 그로부터 12만에 수십 년을 수행해 온 벨트 씨를 뛰어넘었습니다.

     나이가 올라가 꼬마캐롤에게 플레이어의 힘이 돌아오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레벨이 없는 이 세계에 맞추어 기본 레벨은 올라가지 않았지만, 대신 꼬마캐롤의 스테이터스가 올라갔던 것이었네요.......

     플레이어 쪽이 힘도 높아진 듯 느꼈던 것은 꼬마캐롤의 능력이 숨겨진 스탯이 되어서 어느 정도 상승시켰기 때문인 듯 합니다.

     

    Fusion? yes/no〉

     

     이건......플레이어와 '나' 의 융합인가요?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 뒤로는 물러설 수 없습니다.

     "예스."

     

     플레이어 쪽의 화면이 흔들리며 사라지자, 그 수치가 '나' 의 쪽으로 가산되어 레벨과 스테이터스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3인칭으로 보고 있던 꼬마캐롤이 15~6세의 모습으로 성장했습니다.

     성장한 자신의 모습은 플레이어 캐릭터와 같았지만, 그보다도 조금 더 인간같다고 해야 할까요, '살아있는 것' 이 된 느낌이 듭니다.

     그대로 올라간 수치를 바라보고 있자......아? 어? 어라? 좀 너무 올라가지 않았나요?

     

     Player:캐롤・니므・아르세이데스 Race:Half-Elf Age:15

     Level 155 HP:490 MP:755

     Strength:313 Endurance:240 Agility:336 Magic:338 Charm:265

     

     Attack-Magic〈공격마법〉:122 Healing-Magic〈회복마법〉:114

     Enchant-Magic〈강화마법〉:112

     Long-range Attack〈원격공격〉:114 Sword dance〈검무〉:103 etc……

     

     "..........."

     스킬의 한계는 100이 아니었나요? 그 탓에 스테이터스도 폭등했지만, 레벨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어쩌면 12년의 생활 동안 습득한 생활계의 스킬까지 올라갔을까요?

     그리고 융합이 끝난 순간 나온 [BONUSPOINT] 의 문자......

     그걸 보고 흘러들어온 정보를 토대로 추측해보면, 제가 플레이어 캐릭터의 능력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버그였던 모양입니다.

     신님, 이야기가 다르잖아요!

     그건 뭐 좋다고 치고, 이 [보너스 포인트] 야말로 그 [신의 아이] 인 할아버지가 준, 저의 혼에 플러스 될 터였을, 게임에 대한 정열과 시간과 애착 등이 힘으로 바뀐 것이었습니다.

     

     〈Fusion? yes/no〉

     

     이것도냐. 하지만 '안 한다' 라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해버려."

     

     승계되자 단번에 능력이 상승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가 이것입니다.

     

     Player:캐롤・니므・아르세이데스 Race:Ancient-Elf Age年齢:15

     Level 213 HP:770 MP:1235

     Strength筋力:497 Endurance耐久:415 Agility敏捷:536 Magic魔法力:550 Charm魅力:430

     

     Attack-Magic〈공격마법〉:158 Healing-Magic〈회복마법〉:151

     Enchant-Magic〈강화마법〉:150

     Long-range Attack〈원격공격〉:145 Sword dance〈검무〉:124 etc……

     

     .........뭔가요, 이 수치. 단순히 능력이 두 배가 되어버렸는데요?

     그보다도.....눈치채셨나요? 저, 종족이 바뀌었는데요~.

     하프 엘프가 [에이션트 엘프] 로 바뀌었습니다. 고대의 엘프? 무슨 일인가 하고 그 문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역시라고나 할까 저와 융합하여 [시스템] 이 된 마도구가 상세한 내용을 가르쳐줬습니다.

     

     [Ancient-Elf]

     '이 세계에 태어난 최초의 아인종. 세계에 아직 원초의 마력에 차있던 시절의 순수한 마력에 의해 태어난, 마력에 의해 마물화된 모든 아인마물의 왕.

     영원의 생명과 강인한 육체, 강대한 마법력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고대의 신들과 싸우다 함께 소멸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이상한 능력의 성장도 이것의 영향일까요? 레벨과 스킬로 계산해보면, 스테이터스가 각각 100정도 많네요.

     귀도 하프 엘프 때보다 길어진 듯한 느낌도 들구요.....

     그 뒤에도 다시 몇 가지의 설정을 조정한 후 제가 통상공간으로 돌아가자, 저를 걱정하여 달려온 할머니의 얼굴이, 저를 본 순간 성대하게 경직되고 말았습니다.

     

       *

     

     뭐, 이런 느낌으로 그 외에도 설명한 일은 있습니다만, 일단 현실로 돌아가죠.

     저의 마법으로 대지의 대정령을 격퇴하자, 적도 아군도 조용해지며 절 바라보았습니다.

     

    〈Report:Enemy 2460.Normal 790.Friendly 1895.〉

     

     응? 시스템의 보고로 의식을 향해보니, 왠지 전장에 아군의 수가 늘어났네요. 설마, 마족의 마을에서 일반인들이 우쭐해져서 참전했나 하고 간이지도를 꺼내보았더니, 마을 쪽이 아닌 주변의 숲에서 아군을 뜻하는 푸른 광점이 여러 개 다가오는 게 보였습니다. 이건......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포효를 지르며 거대한 마수가 나타나더니 케니스타 군을 유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폰. 만티코어. 케르베르소. 히드라. 키마이라......레벨 50이나 60을 넘는 마물들이 수십 마리 나타나자, 마족군을 편들어 케니스타 군과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저......라고 해야 할까 에이션트 엘프에게 복종하고 있는 건가요?

     "모여."

     시험삼아 도망치던 민병까지 덮치기 시작한 마물들을 부르자, 마물들은 전투를 중단하고 저의 밑으로 모더니 거수의 무리가 복종하겠다는 듯 머리를 숙였습니다.

     

     "우............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광경에 굳어져 있던 기사와 병사들이 공황상태가 되어서는 무기를 버리며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의 기사는 도망치지 않고 남아있었지만 여기까지 오면 전선을 유지하는 건 이제 무리겠죠.

     

     "네놈들! 도망치는 자는 처형하겠다! 돌아와서 싸워라!!"

     

     그 패주하는 병사들의 중심에서 소리치고 있는 자는 화려한 갑옷을 입은, 얼굴에 화상 자국이 남은 기사였습니다. 그런데.....어디선가 본 일이 있지 않나요?

     

     "아가씨, 저 녀석은 맡겨줄 수 없을까?"

     그런 목소리에 돌아보니 어느 사이에 쫓아왔는지, 벨트 씨가 성벽을 넘어 그 지휘관같은 기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들의 불찰은 아버지가 어떻게든 해야겠지....."

     "..........응."

     아, 저건 벨트 씨의 아들이었나요. 좋은 대사와는 다르게 이상할 정도로 즐거운 듯한 벨트 씨의 음성에, 저는 그런 식의 근육뇌끼리의 의식이라고 이해하고서 아벨은 벨트 씨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전 본진이라도 부숴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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