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5 마을 거리의 공방전 ④
    2021년 02월 15일 00시 59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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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651eh/75/

     

     

     

     

     "여어, 당분간 보지 못한 사이, 꽤 남자다워졌구만, 아벨."

     "읏!?"

     케니스타 왕국 제 1 기사단장 아벨은, 갑자기 근처에서 들려온 그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들고 있던 대검을 휘둘러서, 옆베기를 하였다.

     "웃차."

     그 목소리의 주인은 회오리바람조차 일으킬 강검의 일격을 쉽사리 피하고는, 아벨과 수 미터의 간격을 두고 대치했다.

     "그 모습, 네놈이 마족군의 흑기사인가!"

     약간 광택이 나는 검정 일색의 전신갑을 두른 전사에게, 아벨을 대검의 끝을 향했다.

     

     흑기사는 검을 향한 아벨에게 부정하려는 듯 손가락 끝을 좌우로 흔들며, 얼굴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약간 유쾌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지. 이몸은 '마왕군' 의 흑기사님이라고."

     "까불기는....."

     그럼에도 아벨은, 어느 것 한 마리여도 위협이 되는 상위 마물의 무리를 길들이고 있는 마왕이라 생각되는 인물에게 위협을 느끼는 바람에, 전신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먼 거리여서 확신은 없지만, 저 붉은 드레스는 십년 전에 때려눕혀졌던 그 모험가인 '마녀' 와 많이 비슷하다. 하지만 그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위압감을 느끼고, 그 존재가 무엇이든지 간에 왕비와 프라다 공작이 있는 후방에는 가게 둘 수 없는 존재라고 확신했다.

     "이 제 1 기사단장 아벨의 이름을, 네놈들을 이 이상 제멋대로 둘 순 없다!"

     "호호오......꼬마가 출세했구만."

     "우롱하느냐!!"

     챙!!

     아벨이 휘두른 대검과, 흑기사가 내민 대검이 부딪혀 불꽃을 튀겼다.

     "실력 좀 올랐구만!"

     "아직도 놀리는 거냐!!"

     

     아벨이 두세번 휘두른 검을, 흑기사는 조잡하지만 견실한 움직임으로 받아내며 흘렸다. 아벨이 쓰는 대검은 아버지가 모험가 시절에 손에 넣었던, 용조차도 쓰러트렸던 미스릴 대검인데, 일반병사가 쓰는 철제 무기나 갑옷 등은 나뭇가지처럼 부숴뜨린다. 이 전투를 위해 저택의 창고에서 가져온 물건이었지만 그걸로 맞부딪혀도 흑기사의 칠흑의 대검은 흠집도 안 났고, 오히려 미스릴 대검이 조금씩 마모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 아벨로서는 흑기사의 목소리와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맞서고 있는 흑기사의 검기에 위화감과 기시감을 느껴서 무심코 스스로 거리를 벌렸다.

     

     "뭐야, 지쳤어?"

     "네놈......누구냐! 어째서 날 알고 있지!? 정체를 드러내라 비겁한 놈!"

     "뭐야.....아직도 모르는 거냐."

     아벨의 말에 흑기사는 어이없면서도 재미있다는 듯한 소리를 내고서, 투구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

     "여어, 나라고 나."

     "하아!? 아버지!?"

     흑기사의 정체가, 행방불명이 되었던 전 제 1 기사단장 벨트라고 알고서, 아벨 뿐만이 아니라 그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제 1 기사단의 기사조차도 비명같은 외침소리를 내었다.

     "아버지는 행방불명이 되어 죽었을 텐데!?"

     "멋대로 죽이지 마라. 뭐 져버리긴 했지만, 마왕 아가씨가 마음대로 하라고 말해서 난 부하가 되었다고. 봐봐 이 무기와 갑옷, 멋있잖아."

     너무나 제멋대로이고 가벼운 아버지의 태도에, 아연실색했던 아벨의 손이 강하게 움켜쥐고, 미세하게 떨렸다.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아버지."

     "앙?"

     "옛날부터 그런 성격이긴 해도 그 강함은 존경하고 있었는데, 너무 생각없고 어리석어요! 그러니까, 어머님은 고생을 거듭하다 돌아갔다구요!"

     피를 토하는 듯한 아들의 분노에, 벨트는 곤란한 표정으로 볼을 긁었다.

     "아~ 그거 거짓말이다."

     "...........예?"

     "어렸던 네게는 내가 그리 가르쳐 줬지만, 사실 그 여자는 젊은 음유시인한테 반해버려서, 사랑의 도피를 해서 외국으로 가버린 모양이더만."

     "그런......"

     확실히 어머니의 묘가 어디에도 없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실가의 친족 묘지에라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아벨의 시선이 좌우로 흔들렸다.

     "설마, 아직도 어린 시절의 이야길 믿고 있었다니..... 하인 중 누군가가 벌써 가르쳤다고 생각했는데....."

     "그,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다! 케니스타 왕국과 내가 기사단의 명예를 더럽힌 역적 벨트! 네놈은 이제 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의의 이름 하에 징계하겠다!"

     기사인 부하들에게서 보내지는 뜨뜻미지근한 시선을 떨쳐내려는 듯, 대검을 쥔 아벨이 한발 앞으로 나가서자, 벨트의 눈이 조용히 가늘어졌다.

     "정의......? 이딴 것이 정말로 정의라고 생각하냐?"

     "물론이다! 케니스타 왕국을 위해, 기사단의 명예를 위해, 사악한 마족을 멸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 그리고......"

     분노에 차오른 아벨의 눈동자가,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 상냥함을 품었다.

     "마음씨 좋은 사랑받는 아이 아리스를 위해, 난 적이 누구라 해도 싸우기로 정했다."

     그런 아들의 모습에, 아버지인 벨트의 눈동자에서 약간 험악함이 옅어졌다.

     "사랑받는 아이.....인가. 그러고 보니, 넌 그 소녀를 예전부터 마음에 들어했었지. 왜 넌 그 소녀를 위해 검을 휘두르지?"

     "그런 건 뻔하다."

     아벨은 후련할 정도의 상쾌한 미소를 띄우며 증언했다.

     

     "그녀의 가슴이 평평하기 때문이다."

     

     전장에, 호흡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정숙이 찾아왔다.

     적도 아군도 입을 떡 하고 벌리며 동상처럼 움직이지 않는 와중에,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던 한 마리의 만티코어가 침통한 표정으로 천천히 눈을 감고, 짐승의 앞다리로 재주좋게 미간을 문질렀다.

     "아리스는 대단해. 난 그런 여인은 어린 아이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어린 소녀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아리스는 성인이 가까워져도 절벽이라고 하는, 인간의 훌륭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주변의 분위기도 상관없이 아벨이 연극배우같이 낭랑하게 '자백' 을 계속한다.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 훌륭한 절벽에 비한다면, 프레아같은 추한 지방 덩어리 따윈, 커헉!"

     말을 계속하던 아벨이 갑자기 얻어맞자, 주변 사람들은 입을 벌린 채 그를 시선으로 쫓았다. 아벨을 패버린 벨트는 그를 쫓아 뛰어들어서, 위에 올라타고는 아벨의 얼굴과 간장 부근을 건틀릿은 낀 채 때렸다.

     "핫핫하~ 그러냐~"

     퍽, 픽, 탁, 턱!

     "어, 갸, 이....아, 크억."

     "앗핫하~ 넌 이제 입 열지 말라고~"

     일정한 리듬으로 타악기라도 치는 듯, 벨트가 어딘가 위협하는 듯한 미소로 아벨을 계속 패나갔다.

     번쩍이는 핏줄기, 튀어오르는 앞니. 그게 몇 분 지속되자 아벨의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게 되자, 이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보리스와 마족들이 벨트의 겨드랑이를 붙잡아서 제지당하게 되었다.

     

       *

     

     "............."

     역시 근육뇌끼리의 의식이었네요. 왠지 신경쓴여서 시선을 흘끗 본 것 뿐이었는데, 무심코 마지막까지 봐버렸잖아요.

     아리스......자라지 않았네요. 참고로 전 평범해요.

     그런 일은 어쨌든, 빨리 끝내도록 하죠. 제가 눈을 돌리자 시야가 줌인 되어 먼 곳에 있는 화려한 수십 명 규모의 텐트가 보였습니다.

     그 안에서 몇몇 기사가 에워싸고 있는 떡화장 아줌마와, 저건......프라다 공작? 이, 당황한 듯 나와서는 등을 보이고 멀어져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떡화장 아줌마가 왕비인가요. 프라다 공작도 도망치게 두지 않겠지만, 저게 정령을 다루는 왕비라면 절대로 도망치게 둘 수 없습니다.

     

     " Set [Gandivam] "

     

     저는 마궁 간디바를 꺼내들어서, 은화살을 재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크게 잡아당겼습니다.

     

     "ㅡㅡ [Enperial] ㅡㅡ"

     

     쏘아진 은화살이 혜성처럼 빛의 기둥이 되어, 왕비의 상반신과 주변의 기사를 순식간에 증발시켰습니다.

     그 여파로 데굴데굴 굴러 흙투성이가 되면서도 아직 살아있던 프라다 공작이 귀족의 체면도 버리고 도망치는 모습에 제가 다시 은화살을 들었을 때, 프라다 공작의 옆에서 몇 명의 병사가 달려와ㅡㅡ아, 찔렸네요.

     

       ***

     

     "히이익, 키이이이이이이이!!"

     "와, 왕비전하....."

     갑자기 거품을 물며 쓰러지더니 목을 누르는 듯한 괴성을 지르는 왕비를 보고, 프라다 공작은 얼굴이 새파래지며 한걸음 물러섰다.

     왕비의 시중을 들던 시녀들이 두려운 듯 텐트의 입구로 달려나가자, 프라다 공작의 시선을 받은 프라다 가문의 기사가 시녀를 베어버렸다.

     왕비의 수호정령이 마왕에게 패한 것이다. 왕가의 수호정령은 영원한 시간을 속박당해 힘이 떨어진 듯하고, 왕비의 마력도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에 본래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높은 마력으로 재계약을 해낸 프레아 만이 열외였지만, 현재 그녀는 엄중한 정령봉인을 당하고 투옥되어있다.

     그런 왕비여도 마왕을 두려워하는 병사들로선 기댈 곳이었고, 공황장애가 온 시녀가 도망치면서 소란을 피우면 후퇴도 제대로 안 될 것이다. 마왕을 쓰러트리려면 역시 '사랑받는 아이' 의 힘이 필요하다고 느낀 프라다 공작은 자신의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후퇴다. 왕비도 데리고 돌아갈 것이니 준비해라."

     """예!"""

     기사 두 사람이 아직 고통에 신음하는 왕비를 양쪽에서 부축하여 일으켰고, 기사가 적어졌기 때문에 프라다 공작 자신도 최소한의 짐을 들고 일어섰다.

     아벨도 젊긴 하지만 검의 실력은 검성 벨트에 견줄만 하다. 그가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후퇴하기 위해 텐트를 나와서 숨겨놓은 마차가 있는 곳으로 향하려던 그 순간ㅡㅡ

     

     "........!"

     갑자기 빛이 꿰뚫으며, 소리조차 안나는 비명을 남기며 기사들이 소멸하였고, 하반신만 남은 왕비의 몸이 흔들려 옆으로 쓰러지자, 사선에서 도망쳐 살아남은 프라다 공작은 공포심에 얼굴을 굳히며 허둥지둥 도망갔다.

     거기에 얼굴의 절반을 천으로 가린 병사들이 나타나자, 프라다 공작은 눈을 빛내며 그 병사들에게 명했다.

     "거기 너희들, 날 호위해서 전장에서 내보내!"

     그 목소리를 들은 한 여성병사가 조용히 다가오더니, 허리의 단검을 뽑아서 갑자기 프라다 공작의 옆구리를 깊게 찔렀다.

     "크아아악, 네, 네년, "

     떨쳐내려는 듯 움직인 팔이 여성병사의 얼굴에 맞자, 여성병사의 얼굴이 드러났다.

     "너, 너는 프레아의......"

     "가족이면서 프레아님을 배신한 당신은 절대 용서 못해요!"

     그 소녀는, 왕도의 전투 때 프레아가 감싸줬던 신봉자인 영애였다.

     "노, 놓아라, "

     벗어나려 하는 프라다 공작에게 소녀는 분노의 눈동자를 하며 더욱 달려들었고, 단검을 비틀면서 더욱 깊게 찌르자, 드디어 프라다 공작은 쓰러지며 목숨의 등불이 꺼졌다.

     

     목표였던 적 중 한 사람을 쓰러트린 소녀에게 동료들이 달려오자ㅡㅡ

     """윽!?"""

     그 순간, 거룡의 무리에 둘러싸인 듯한 강대한 위압감을 느끼고는, 휘청거리듯 무릎을 꿇기 시작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붉은 드레스의 그림자가 내려왔다. 얼굴을 가린 병사들은 긴장감으로 숨을 삼키면서도 그 존재ㅡㅡ '마왕' 에게 무릎을 꿇었고, 조금 전의 소녀가 매달리는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마왕님. 부디......부디, 저의 주인, 프레아님을 구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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