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으로 안 되면 연타다. 혼신의 발차기를 손쉽게 받아낸 나는, 중력 조작으로 공중에 떠 있는 자신의 몸을 고정하고서 그대로 다른 쪽 발로 다음 발차기를 날렸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쉽게 피하고, 심지어는 목덜미를 잡혀서 그대로 로건 님의 탁자 위에 쓰러져 버렸다. 허리 통증에 신음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반격에 나선다.
"그러니까 진정하라고!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네놈! 호크한테서 떨어져라!"
"나라고 나!"
내가 진다는 비정상적인 사태에 진지 모드가 된 로건 님이 즉시 신검을 손에 들고 자세를 취하자, 당황한 수상쩍은 사람은 나를 한 팔로 책상에 제압한 채로 서둘러 쓰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그 아래에서 나타난 것은 아버지를 닮은 금발에 푸른 눈동자였다.
"앗!?"
"너는 ......!"
"아~정말! 조용히 일을 끝낼 줄 알았는데!"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그곳에 있었던 것은 나였다. 틀림없다. 내가 나를 착각할 리가 없다. 키 180cm, 몸무게는 아마 120~130kg은 될 것 같은, 동그란 배에 금발에 파란 눈의 매끈한 피부의 포동포동한 백인 뚱보 남자. 여신에게 성장 제한을 받지 않고 나이에 걸맞게 성장하면 이런 모습일 것 같다는 느낌의, 어른이 된 호크 골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안녕하세요, 미래에서 온 호크 골드입니다. 어때? 이 통통하고 풍만한 몸. 섹시하지?"
"안녕하세요, 섹시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과거의 귀여운 호크 골드입니다."
"네가 시간 이동의 마법을 숨겨두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보니 역시 놀랍네. 그런데 그 모습은 도대체......?"
"안심하세요. 당신도 조만간 사용할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리고 [여차하면 쓰게 되어버리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테니, 그 부분은 잘 부탁드려요♡"
"오, 미래를 알려줘도 되는 거야?"
"예 뭐. 과거의 저와 당신이라면 괜찮겠죠."
하지만 보면 볼수록 아버지를 닮았다. 탱탱한 뺨은 매끈매끈해서 수염을 한 올도 기르지 않았지만, 수염을 기른다면 아마 아버지를 더 많이 닮을 것 같다. 자화자찬하는 건 아니지만, 내 얼굴은 못생겼다고 하기엔 귀여운 체형이라서 뚱보, 아니 통통한 힐링형의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인기가 많을 것 같다. 바스코다가마 왕국의 미남의 조건인 백인, 뚱보, 금발을 완벽하게 충족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나 너무 작아. 게다가 외모도 귀염성 없는 꼬맹이 같은 모습이니까. 스스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자꾸만 건드려주고 싶어지는 어른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아. 우와, 대단해, 뺨 같은 건 지금 나보다 더 토실토실하잖아! 역시 어린이는 대단해!"
겨드랑이 밑에 양손을 넣고 들어 올려진 나와, 성장한 미래의 나와 시선의 높이가 일치한다. 새해 벽두부터 무슨 자기들끼리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 거냐, 우리는.
"그래서? 뭐 하러 왔는데요, 당신."
"응, 잠깐 과거를 바꾸러."
"쉽게도 말하네요. 뭐, 일부러 바꾸러 왔다는 건 뭔가 아주 중대한 일이 있었다는 뜻이겠지만."
"뭐, 별거 아니야. 로건 님이 내게 준 이 탁상시계 장식에 쓰인 보석 중 하나가 사실은 좀 문제가 있는 거라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 때문에 나와 세토 신이 결혼을 강요당할 것 같아서 그것만 회수하러 온 거야."
"세상에. 미래에 그런 일이?"
"그건 확실히 별거 아니지만 중요한 일이네요."
"그렇지?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 결혼은 그만두라고."
미래에서 온 어른이 된 나는 어깨를 움츠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도대체 미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