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2부 394화 새해 파티(1)
    2024년 01월 16일 09시 00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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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스코다가마 왕궁에서 열린 새해맞이 파티는 강림제 파티 못지않게 화려했다. 새해 전야의 사막에 우뚝 솟은 아름다운 궁전이 어둠에 잠기면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며 나라 전체가 로맨틱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반짝반짝 빛나는 화려한 장식, 우아한 음악, 호화로운 음식과 많은 술.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밤새도록 춤을 추며 칼로리와 알코올을 즐긴다고 한다.



     뚱뚱하면 뚱뚱할수록 아름답다는 이 나라에서 심야의 칼로리는 대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갓 튀긴 껍질째 먹는 감자튀김에 굵은 소금과 향신료가 듬뿍 뿌려진 프라이드치킨이 천장까지 닿을 듯이 쌓여 있는 접시 옆에 자리를 잡은 나는, 꽃보다 교자의 정신으로 탄산음료 한 잔을 손에 쥐고 그림의 꽃이 아닌 탁자의 돼지가 되었다.



    "해피 뉴 이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렇게 난잡하게 떠들다 보니 어느덧 자정 0시를 맞이했다. 새해가 밝아오는 순간, 화려한 불꽃놀이가 사막의 하늘을 수놓았고, 어디선가 화려한 풍선이 쏟아져 내려 모두가 술잔을 들고 건배와 포옹과 키스를 나누며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성대하게 축하한다. 물론, 그것은 초대받은 우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다. 모두들 행사장 여기저기서 즐겁게 잔을 들어 올리고 있다.



    "한 곡만 부탁해도 될까?"



    "기꺼이."



     로건 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나는 화려한 댄스홀 한가운데로 끌려 나갔다. 사막의 나라의 전통 건축 양식으로 꾸며진 우아한 건물은 모닥불과 불꽃놀이로 일곱 빛깔로 빛나고, 아름다운 민족의상을 입은 왕족과 귀족들이 형형색색의 천을 휘날리며 흥겹게 춤을 춘다. 마치 꿈에 빠진 듯한 아름다운 광경 속에서, 로건 님을 위한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브랜스턴 왕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런 자리는 남녀가 함께 춤을 추는 것이 상식이지만, 남녀노소 다양한 사랑을 용인하는 이 나라에서는 남녀노소 사람 수인을 안 가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즐겁게 춤을 춘다. 키가 190cm에 가까운 로건 님과 키가 100cm에서 1mm도 자라지 않는 나조차도, 어른과 아이의 춤이라면 문제없이 춤을 출 수 있다. 그런 문화가 뿌리내린 나라였다.



    "미스 로리에한테 나쁜 짓을 한 것 같은데."



    "문제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너뿐일지도 모른다고?"



    "설령 그렇다 해도 문제없어요."



     붉은 자줏빛 포도색 머리와 수염, 눈동자에 잘 어울리는 에메랄드빛 반짝이는 파피용 가면을 쓰고 왕족 복장을 한 그와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심야의 신년 파티. 누구의 눈에도 빛나게 보이는 로건 님이 당당하게 춤을 추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넋을 잃고 바라본다.



    "형님, 멋지다 ......!"



    "여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아, 형님 ......!"



     그중의 제일이 그의 동생인 조쉬 국왕 폐하인 걸 보면, 정말 형제 사이가 좋은 것 같다. 현직 국왕보다 인지도도 인기도 힘도 더 많고, 게다가 나라의 수호신수의 총애를 받는 왕의 형님은 평범한 나라라면 불화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왕 자신이 누구보다 로건 님을 존경하고, 로건 님도 동생한테는 살갑게 대하니 이 나라의 미래는 분명 밝을 것이다.



    "첫 춤의 상대가 저여도 괜찮은가요?"



    "오히려 너 말고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게 더 문제야. 이상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매년 세토 님께 부탁을 드렸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너를 ...... 너희 가족을 초대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아주 잘한다며, 로건 님의 검고 울퉁불퉁한 손의 엄지손가락이 내 뺨을 쓰다듬어 준다. 키 차이가 너무 커서 춤을 잘 추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춤은 출 수 있었다. 어린 손녀를 상대하는 노신사 같은 몸짓으로 로건 님이 나를 잘 이끌어 준다. 그의 아름답고 세련된 일거수일투족이 시선을 사로잡고, 누구라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당당한 몸짓은 그가 타고난 왕족임을 강하게 의식하게 한다.



     정성스럽게 다듬어진 붉은 포도 빛깔의 머리카락과 수염. 두툼하고 탄탄한 갈색의 근육질 몸매. 어딘지 모르게 요염한 섹시함이 느껴지는 매혹적인 행동에 매료된 국민들이 탄성을 지르며 뜨거운 한숨을 내쉰다. 어른스러운 섹시함이 넘치는 신사를 상대하는 사람이 나 같은 땅딸보니까 반감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질투의 눈빛을 보낼 겨를도 없이 모든 시선이 로건 님에게 꽂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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