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2부 394화 새해 파티(2)
    2024년 01월 16일 09시 00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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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떼에 어울려줘서 고마워. 정말 뜻깊은 새해가 되었어."



    "별말씀을요. 그럼 나중에 봬요."



    "그래, 나중에 또."



     한 곡이 아니라 세 곡을 연달아 춤을 마친 나는, 로건 님에게 경건하게 인사를 하고 가족들에게로 돌아갔다. 아빠와 엄마, 마리, 딜은 여전히 댄스홀에서 즐겁게 춤을 추고 있고, 버질은 공연장의 여성(이 나라 기준으로는 못생겼다고 할 수 있는, 브랜스턴 왕국에서는 미인 취급을 받을 30대 정도의 여성)을 유혹하고 있다. 크레슨과 올리브, 카가치히코 선생의 수인 콤비는 정장을 차려입고 음식과 술을 즐기고 있다.



    "어라? 로리에와 히비스커스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함께 일어서더니 자리를 비웠어."



    "너무 많이 마셔서 소변이라도 보러 간 거 아니야? 로건 녀석에게 주인을 빼앗겨서 언짢아했으니까."



    "크흠. 부주의한 발언은 삼가도록 해."



     내가 하얀 양복을 입은 크레슨의 무릎 위에서 갓 구운 두툼한 스테이크 고기를 먹고 있을 때, 이번에는 예쁘게 차려입은 제토 님이 많은 신도들을 데리고 왔다. 오늘 그녀는 하얀 피부와 털에다 빛나는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서 요염한 어른의 매력이 넘치는 동물 귀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녀는 많은 신도들에게 '잠시 쉬겠다'며 작별인사를 하고는, 의자에 얌전하게 앉았다.



    "여어, 새해 복ㅡㅡ"



    "분위기가 가벼워!! 모처럼의 미인인데 다리를 쩍 벌려서 망치고 있잖아??"



    "괜찮아, 괜찮아. 나는 연초부터 딱딱한 인사말만 계속 들어서 피곤한 상태니까. 잠시만 숨 돌릴 수 있게 해 줘."



     현직 태양신인 그녀는, 이 나라의 수호신으로 숭배받고 있다. 그래서 그 대접은 VIP에 비할 바가 아니다. 왕이나 로건 님보다 신분이 높은 것이다. 그래서 이런 축제의 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서 주인공으로 서게 된다. 게다가 태양신인 그녀를 신앙의 정점으로 모시는 이 나라에서는, 새해의 해돋이가 운수대통으로 연결된다고 믿기 때문에 매년 새해가 되면 큰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그 때문에 비가 오기라도 하면 모두들 난리법석이야. 바보 같지 않아? 새벽은 단순한 자연현상인데."



    "당신이 그런 말을 하면 끝장인데요?"



    "흠. 쟈파존에도 해돋이를 길조로 여기는 풍습은 있지만, 먼 이국 땅에도 비슷한 문화가 존재한다니 정말 재미있는 일이므니다."



    "태양이나 달은 신앙의 대상이 되기 쉬우니까요."



    "호크야! ♡ 새해 복 많이 받으렴~! ♡"



    "우왓!?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빠."



     피곤한 탓에 솔직해진 세토 님을 상대하고 있자, 더 골치 아픈 상대가 나타났다.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진 아버지가 뒤에서 나를 끌어안나 싶더니, 그대로 끌어올려 뺨에 뽀뽀를 퍼붓기 시작했다. 거부해도 거부할 수 없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적의 상태이다. 술 취한 사람이라는 게 참 난감하네, 정말. 너무 뽀뽀를 당하면 술냄새 때문에 좀 힘들다.



    "음~! 올해도 우리 호크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호크야 쪽쪽! 호크야 쪽쪽! ♡"



    "여보. 너무 남의 나라에서 추태를 부리지 말아 줄래?"



    "추태 같은 거 아닌걸~! 애정 표현인걸~! 맞쥐~ 호크야! ♡"



    "너희들, 정말 사이가 좋구나"



    "하하하......"



     완전히 흥분해 버린 이글 아빠가 뺨을 비비적거리는 가운데, 나는 이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도 세토 님도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뭐, 불화보다는 낫지 않겠어?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좀 더 힘내 봐야지."



    "수고하세요. 평소에는 세금으로 먹고 자고 있으니 이럴 때만큼은 열심히 해야죠."



    "시끄러!"



     그녀는 즐겁게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그럼 나도 이제 가야겠다."



    "뭐엇! 벌써!?"



    "이 나라의 왕족이 직접 부른 것이니. 늦으면 안 돼요, 아빠."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 내일 또 보자, 호크야!"



    "응, 다들 내일 또 봐."



     12월 31일 밤부터 1월 1일 아침까지 밤새도록 진행되는 신년 파티는 이대로 모두 함께 일출을 보는 프로그램으로 되어 있는 것 같지만, 나는 한발 먼저 자리를 빠져나가기로 했다. 사실 로건 님이 이후에 시간을 좀 내어달라고 하셨다. 왠지 내게 주고 싶은 게 있다고 한다. 보나 마나 또 무슨 저주 들린 유물이나 고대 유적지의 이물 같은 귀찮은 것은 아니겠지?



     대체 어떤 새해 선물을 받을지 예상하면서, 나는 떠들썩한 파티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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