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4화 기숙사의 이웃(2)
    2024년 01월 14일 22시 42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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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을 차리고 점심을 만든 멜로디는,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 나 이제 가봐야겠다. 잠시만 실례할게요, 아가씨."



    "벌써? 조금 이르지 않아?"



     오늘의 HR은 오후 2시부터 예정되어 있지만, 아직 열두 시다. 등교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다.



    "저는 편입생이라서 교실에 직접 가지 않고 먼저 담임선생님한테 가야 해서요."



    "그래? 같이 등교하려고 했었는데."



    "후후후, 그건 다음에 부탁할게요"



    "그래, 꼭이야!"



     멜로디는 알겠다고 말하고서, 평민 기숙사의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연기자에 걸맞은 환상을 둘러라 [테아트리테]"



     다시 세실리아로 변신한 멜로디는 옷장에서 학교 교복을 꺼내어 갈아입었다. 문제가 없는지 재빨리 확인한 후, 학교 지정 가방을 들고 기숙사 방을 나갔다.

     문을 닫고 잠그는 순간, 옆방의 문이 열렸다.



    "흐아암 ...... 어?"



    "아, 안녕하세요."



     졸린 듯이 하품을 하며 나타난 소녀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짙은 녹색의 웨이브진 머리를 흔들며 멜로디를 바라보았다. 졸려서인지 눈의 초점이 맞지 않는지, 금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멜로디를 바라본다.



    "...... 누구야? 옆방은 아무도 없었을 텐데........"



    "저는 오늘부터 1학년 A반으로 전학 온 세실리아 맥머든이라고 해요."



    "편입생? 옆 나라 공주님과 백작가의 영애라고 들었는데."



    "음, 저도 급하게 편입하게 되어서요."



    "흠......그럼 편입시험을 통과했다는 거구나............. 우수한가 보네. 나는 캐롤 미스이드. 너와 같은 1학년 A반이야."



    "그런가요. 캐롤 씨, 오늘부터 잘 부탁드려요."



    "...... 뭐, 기회가 되면.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아, 잠깐만요."



    "왜?"



     캐롤은 잠시 멈춰 서서 약간 언짢아했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멜로디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캐롤 씨, 머리카락에 뭐가 묻어 있어요."



    "머리카락? 뭐가...... 앗. 정말이네, 물감이 묻어 있잖아."



     캐롤의 짙은 녹색 머리카락 일부에 빨간 페인트가 묻어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듯, 물감이 머리카락에 엉켜서 굳어 있다.



    "큰일 났네. 이건 유화 물감이라서, 머리를 감으려 해도 이 시간에는 목욕탕이 문을 열지 않는데."



     캐롤은 고민에 빠진 듯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사실 머리카락에 묻은 물감은 즉시 제거해야 한다. 특히 유화 물감은 공기와 반응해 굳어지는 성질이 있어서, 한번 굳어지면 떼어내기 어렵다. 전용 희석액 등을 사용하면 제거할 수 있겠지만, 머리카락이 상당히 손상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머리를 자르는 수밖에 없지만, 캐롤 씨의 머리는 짧고, 머리끝이 아니라 중간쯤에 묻어서 자르면 이상해질 것 같아).



     멜로디가 어쩔까 생각하고 있었지만, 캐롤은 아주 과감한 소녀였다.



    "어쩔 수 없지. 자를까?"



    "네? 자르나요?"



    "가끔 있는 일이야, 이런 일은. 이제 곧 등교 시간이니 늦는 것보다야 낫지 뭐."



     캐롤이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멜로디가 급히 말렸다.



    "잠깐, 잠깐만요. 저, 저기, 저한테 딱 맞는 마법이 있어서요!"



    "마법?"



     의아해하는 캐롤. 마법이 들킬까 봐 걱정해야 하는 멜로디로서는 꽤나 당돌한 제안이었지만, 역시 물감을 위해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는 선택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범위는 물감 부분만,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럽게)



    "어떤 때에도 당황하지 않고 청결하게 [라반에마젠자]"



     물감이 묻은 좁은 범위를 마법의 비눗방울이 감싸고 빛이 되어 터지자, 캐롤의 머리카락에 묻어있던 붉은 물감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캐롤은 얼굴 옆에서 톡톡 터지는 비누방울에 놀랐지만,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손으로 빗어보니 물감이 묻어있던 부분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 대단해. 너, 편리한 마법을 쓸 줄 아네?"



    "뭐, 조금은요."



    "겸손하게 굴지 않아도 돼.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에요."



    "그럼, 교실에서 보자."



     캐롤은 무슨 용무가 있었는지, 그대로 멜로디 앞에서 사라졌다.



    "...... 나도 가봐야겠다."



     멜로디 역시 왕립학교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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