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0화 편입시험 개시(2)
    2024년 01월 14일 17시 50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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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 지를 것 같은 마음을 어떻게든 참아내는 메이스.

     아닌 척 하지만, 클라우드는 분명 기분이 들떠 있다. 친딸이 편입할 때는 철면피 같은 얼굴로 부탁을 하러 왔었는데, 이 차이는 대체!?



    (설마, 정말로 두번째 사생아? 하지만 세실리아 양한테는 딸이라는 태도가 아니었고......)



     묘한 일에 휘말렸다.

     아무 대답도 나오지 않는 가운데, 메이스는 귀찮다는 듯 그렇게 생각했다.



    ◆◆◆



     왕립학교 편입시험의 필기시험은, 학교에서 배우는 공통과목 중 '현대문', '수학', '지리', '역사' 네 과목의 시험이 실시된다.

     각 시험 시간은 40분.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연속으로 실시된다.



     시험 범위는 원칙적으로 편입 학년도의 전체 학습 범위다. 즉, 1학년 편입시험을 치른다면 여름에 치르든 가을에 치르든 1학년 때 배우는 모든 수업 범위가 시험 범위로 취급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기 위해 학교에서 배울 예정인 학습범위를 시험에 출제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물론 학교 측도 편입생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으면 편입을 시키지 않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편입을 하려면 앞으로 받게 될 수업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학교 측은 이러한 시험 결과를 통해 편입 희망자의 학습 의욕과 태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럼 시험, 시작"



     1년 차 담임인 레규스 바웬베르의 목소리로 필기시험이 시작되었다. 참고로 이곳은 그가 맡고 있는 1학년 3반의 교실이다.

     멜로디는 교실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하였고, 먼저 현대문학 시험을 시작했다.



     시험 감독관인 레규스는 교단 앞에 앉아 날카로운 눈빛으로 멜로디를 노려보고 있다.

     솔직히 보통의 소년소녀라면 그 시선에 긴장해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멜로디는 전혀 개의치 않고 시험지를 마주했다.



     시험지를 읽고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다. 형식은 전형적인 일본 시험에 가깝다. 이야기를 읽고 작가의 생각이나 등장인물의 심정을 묻는 문제, 단어의 의미를 선택지에서 고르는 문제 등이 주를 이룬다.



    (서양식 세계관이라서 좀 더 논술형식으로 출제될 줄 알았는데, 일문일답의 문제가 많네)



     사고력보다는 지식의 유무를 묻는 형식의 시험인 것 같다.



    (이 정도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아)



     시험을 치르면서, 멜로디는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논술형식이라 해도 소홀히 할 생각은 없지만, 지식을 채워 넣는 시험이라면 장기 분야다. 멜로디는 쉴 새 없이 펜을 움직였다.



     현대문 시험이 시작된 지 이십 분쯤 지났을 때, 담당관인 레규스가 조용히 일어섰다. 시험을 치르면서도 시야의 가장자리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멜로디는, 화장실에 가나 생각했다.

     하지만 레규스는 말없이 멜로디의 밑으로 걸음을 옮겼다.



     뭔가 주의 사항이나 수정할 점이 있는 것 같지만, 지적을 받기 전까지는 신경 쓰지 않으려는 듯 시험을 계속했다. 레규스는 멜로디 뒤로 돌아서서 몇 분 동안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무, 무슨 시간이야, 이거 ......?)



     시험 중에 쓸데없이 움직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 멜로디는, 뒤가 신경 쓰이면서도 시험에 집중했다. 그리고 몇 분 후, 레규스는 멜로디에게 말을 걸지 않고 교탁으로 돌아갔다.



    "그럼 시험 끝."



     레규스가 낮은 목소리로 현대문의 끝을 알렸다. 작은 한숨을 내쉬며 멜로디는 고개를 들었다. 레규스가 다가와 멜로디의 시험지를 회수했다.



    "10분의 휴식을 취하도록 하겠다. 시간까지 책상으로 돌아오도록."



     레규스는 멜로디의 시험지를 봉투에 넣고는, 그것을 들고 일단 교실을 나갔다.



    (일단 전부 답했고, 복습을 한 만큼 틀림없다고 생각하지만 ...... 시험은 전생 이후로 처음이라 역시나 불안해)



     다 제대로 풀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실수하는 것이 시험이라는 것이다. 전 문항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점수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멜로디였다.



     그리고 얼마 후, 다음은 수학 시험이 시작되었다.



    "그럼 시험 시작"



    (수학은 현대문보다는 답이 명확해서 안심이야)



     현대문보다 더 차분하게 답을 풀어가는 멜로디.

     솔직히 왕립학교 1학년 수학의 학습 범위는 일본 중학교 수준이라서, 여섯 살 때 [세상은 지루해]라고 생각했던 천재의 전생을 가졌던 멜로디에게는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운 문제였다.



     전혀 흐트러짐 없이 펜을 계속 움직이는 멜로디. 그러자 레규스는 다시 멜로디의 뒤에 자리를 잡고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교탁으로 돌아갔다.



     레규스의 행동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문제없이 시험을 치렀고, 40분이 지나자 수학 시험이 끝났다.

     이어 지리, 그리고 역사의 시험을 치르며 오전 필기시험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결국 모든 시험에서 뒤에 서 있었어. 정말 뭐람?)



     모든 시험에 차분히 답하면서도, 멜로디는 레규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내심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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