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야말로 크리스티나 님과 하우메아 님께서 다과회에 초대해 주신 덕분에, 왕도에서도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답니다. 남편인 휴즈도 재상부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 남편을 대신해 백작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쁘군요. 앞으로도 저희 누나와 사이좋게 지내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입니다."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
백작의 시선이 루시아나에게로 향하자, 마리안나가 소개를 했다.
"제 딸 루시아나예요."
"처음 뵙겠습니다. 루틀버그 백작 퓨즈의 딸, 루시아나입니다."
멜로디의 훈련으로 정교한 카테시를 선보이는 루시아나. 숙녀 모드로 변신한 그녀는, 반짝이는 미소를 지으며 클라우드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참고로, 봄 무도회나 여름 무도회에서도 이렇게 클라우드와 직접 말을 건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녕하십니까, 루시아나 양. 무도회의 '요정 공주', 그리고 왕태자 전하를 구해준 '영웅 공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 부, 부끄럽습니다."
우연히(?) 손에 들고 있던 부채로 입을 가리는 루시아나. 꽤나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제 가볼까요, 세실리아 양."
"네, 부인, 루시아나 님, 이제 가보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오렴, 세실리아 씨."
"...... 조심해, 세실리아 씨."
부드럽게 미소 짓는 마리안나와, 얼굴 위쪽 절반은 웃고 있지만 부채 아래쪽 절반은 '크으으'하며 입꼬리를 비틀고 있는 루시아나. 렉트라면 몰라도, 역시 백작이 상대라면 세게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동행을 제안할 수 없는 모양이다. 매우 아쉬워하는 것 같다.
"자, 세실리아 양."
"감사합니다."
클라우드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탑승한 멜로디를 태운 마차는, 왕립학교로 향했다.
멜로디가 떠난 현관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역시 레긴버스 백작이 나타날 줄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 긴장한 모양이다.
"어머, 무슨 일인가요 여러분? 언니는요?"
그 정적은, 그레일을 붙잡은 셀레나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월월! (소시지 정도는 괜찮잖아!)"
그리고 아무도 그레일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
자갈길 위를 마차가 조용히 달린다. 차 안에서 한동안 침묵하던 멜로디가 말문을 열었다.
"저기, 백작님.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뭔가."
차창 밖을 바라보던 클라우드와 멜로디의 눈이 마주친다. 그 표정이 묘하게 부드럽다.
"왜 오늘은 백작님께서 직접 오셨나요? 저는 당연히 렉티아스 님이 오실 줄 알았거든요."
그러자 클라우드의 표정이 단숨에 험상궂은 표정으로 변했다.
"...... 그 말은, 렉티어스가 마중을 나왔으면 좋겠다는 뜻인가?"
부하라면 그 표범 같은 모습에 금세 얼굴이 창백해졌을 것이다. 상당한 위압감을 풍기고 있다.
하지만 둔감한 멜로디는, 그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 아니요. 레긴버스 백작가의 지인은 렉티아스 님밖에 없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에요. 설마 백작님께서 마중을 나오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으, 음......... 그런가 ......"
공기가 빠진 풍선처럼 클라우드의 분노가 가라앉아 버렸다. 그리고 렉트가 너무 불쌍하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세요? 바쁘지 않으세요?"
"...... 학원에 편입을 추천한 건 나다. 이번 일은 내가 책임지고 처리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는 다시 차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이걸로 이야기는 끝난 것 같다.
"그렇군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구나)
멜로디는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클라우드의 반대편 차창으로 왕도의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 옆모습을 클라우드는 가끔씩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애당초 세실리아를 데리러 가는 사람은 렉트였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충동적으로 자신이 가기로 결심했다.
(단지 내가 그녀를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그리고 확신한다. 자신은 왠지 모르게 세실리아에게서 셀레나의 모습을 느끼고 있다고. 친딸에게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남자가, 낯선 사람에게서 사랑하는 여자의 일면을 보고 있다는 것을.
(정말 박정한 남자다. 하지만, 그래도 ......)
클라우드는, 이 소녀와 함께 타는 마차가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