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는 도끼눈으로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뭐 이 정도려나. 반걸음 나아간 것으로 만족해야겠어)
주인을 향해 위에서 올려다보는 시선의 올워크스 메이드가 여기 있었다. 폴라가 응접실을 나가자, 렉트는 멜로디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오늘은 마중을 못 나와서 미안. 급한 일이 생겨서."
"일 때문이니 어쩔 수 없죠. 저도 아가씨께서 부르시면 [오븐쿠에포타]를 통해 바로 돌아갈 테니까요."
"그, 그래? 바로 돌아가는 건가 ......"
"그런데 휴일에 갑자기 호출이라니,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 물론 괜찮으시다면의 이야기지만요."
"...... 아니, 오히려 들어주지 않으면 곤란해."
렉트는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서류봉투를 멜로디에게 내밀었다.
"이건 너에게 보내는 서류니까."
"제게요?"
렉트로부터 봉투를 받은 멜로디는, 안에서 서류를 꺼내어 내용을 확인했다.
"...... 이거, 왕립학교 편입 시험의 일정 통지서인가요?"
"그래. 아무래도 각하께 온 모양이다. 문의를 한 사람이 각하이기 때문이겠지. 나는 그것을 네게 전달하라는 명을 받은 것이고."
"그럼, 이걸 위해 불려 갔나요?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
"신경 쓰지 마. 그보다, 시험 일정을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어디, 편입 시험 날짜는 ...... 어? 모레?"
통지서에는 편입시험이 9월 8일에 실시된다고 적혀 있었다.
생각보다 빠른 일정에, 멜로디는 깜짝 놀랐다.
(백작님과 면담을 한 것이 3일, 백작님이 학교에 연락을 취한 것이 4일. 그리고 오늘 6일에 통지가 왔고, 모레인 8일에 시험 실시 ...... 이거, 꽤 무리해서 준비를 한 거 같아)
실제로는 면담 당일 저녁에 연락을 했기 때문에, 멜로디가 생각하는 것보다 백작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저기, 렉트 씨. 편입 시험은 이렇게 쉽게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보통은 불가능하겠지. 아마 각하와 학원장은 학창 시절 동기이자 친한 사이인 것 같아서, 그 연줄로 조금 무리한 부탁을 했을지도 몰라."
"......그렇네요."
(당연히 합격할 생각이지만,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 주셨는데 시험에 떨어진다는 실수는 절대 할 수 없어!)
멜로디가 벌떡 일어섰다.
"렉트 씨, 갑작스럽게 죄송하지만 저 오늘은 이만 돌아갈게요."
"어쩔 수 없지. 시험 준비를 해야 하니까."
"네. 아가씨께 부탁해서 교과서를 다시 한번 읽어보도록 하야겠어요."
렉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좀 더 함께하고 싶었지만, 이것만은 어쩔 수 없다. 그가 일어서자 홍차를 다시 끓인 폴라가 돌아왔다.
"기다렸지~ 어라? 둘 다 왜 서 있는 거야?"
"미안해, 폴라. 나, 오늘은 이제 그만 가야겠어."
"엥, 좀 더 있다 가지. 왜 그래? 주인님이 신사답지 않은 폭언이라도 했어?"
"폭언?"
"야, 폴라. 그건 주인을 향한 폭언이라고."
"네, 제가 좀 지나쳤어요. 죄송합니다. 그럼 이제 가려고? 모처럼 차를 끓여 놓았는데."
"미안해, 학교의 편입 시험이 모레인 것 같아. 어서 돌아가서 준비해야 해."
"모레? 정말 급하겠네. 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또 얘기하자."
"그래,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
"바로 마차를 준비하지."
"그런, 굳이 그러실 필요는."
"마물 문제도 있으니까."
"아뇨, 이런 상황이니 오늘은 이걸로 왔어요.. 열려라, 봉사의 문 [오븐쿠에포-타]."
응접실에 간소한 문이 나타났다.
"조금 예의 없지만, 이걸로 바로 제 방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다시 보지만, 멜로디의 마법은 정말 대단하네."
"...... 알았다. 그 편이 마차보다 안전하니 반대할 수는 없겠지."
감탄하며 문을 바라보는 폴라의 옆에서, 렉트는 눈꼬리를 내리며 조금 아쉬운 듯이 웃었다.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그럼 이만."
멜로디가 문을 열자 루틀버그 저택의 자기 방으로 연결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멜로디는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어 렉트와 폴라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문이 사라지자, 멜로디는 자신의 방에 홀로 남았다. 그리고 봉투를 들고 방을 나갔다.
"아가씨, 교과서 좀 빌려주세요~!"
아직 하인의 방들이 있는 통로인데도 불구하고, 급해서 그런가 멜로디는 벌써부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