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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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02월 11일 23시 19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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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7769bh/80/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방문한 사르탄의 상인 일행은, 커다란 벽에 부딪혔다.

     상거래가 제일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업가에 있는 한적한 찻집의 앞에서, 상인인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가게 옆에 세워둔 마차를 신경쓰면서 부인이 달래주는 모습을 보고, 지르카는 사자라와 쓴웃음이 섞인 이야기를 하였다.

     

     "높네, 물가."

     

     사자라는 적당히 끄덕이면서, 조금 전까지의 일을 떠올렸다.

     리코트와 오그노르와 헤어지고 나서, 먼저 향한 곳은 사르탄 대사관이었다.

     왠지 어둡고 사람의 기척이 없는 리페리스 대사관의 옆에 지어진 사르탄 대사관은 항구에서 익숙한 커다란 석조건물이었고, 리페리스 쪽과는 대조적으로 분주했다.

     안에 들어가자, 이름있는 상인과 사르탄의 외무관 등이 신축 건물의 냄새가 나는 건물의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으며, 분위기대로의 분주함에 놀랐던 일행.

     그러다 지나가던 외무관이 상인을 눈치채고 말을 걸었고, '지르카를 신경쓰는 일 없이' 그대로 환금의 안내를 해주었다.

     간단히 결과만 말하자면, 상인이 준비했던 금화의 양이 절반 이하가 된 것에 더해, 예상보다 물가가 높아서 교역에 손을 댈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고뇌하게 된 것이었다.

     

     "죄송해요. 남편과 어울리게 해버려서....."

     "신경쓰지 마시게. 맘대로 행동하고 있을 뿐이니."

     

     죄송하다는 듯 머리를 숙이는 상인의 부인에게, 사자라는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슬슬 한 시간은 이렇게 있었기 때문에, 슬슬 움직이고 싶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글라스를 비우는 것도 벌써 네 잔 째에 들어서서, 역시 점주인 [올드 드라이어드] 인 노인도 걱정스러워 하였다.

     

     "그러고 보니, 경의 동료는 돈 괜찮겠소?"

     "아~ 뭐 괜찮을 거라 생각해. 그 정도의 상식은 있을 테니까."

     "그럼 상관없지만."

     "다만, 이렇게 여러가지로 비싸면 쉽사리 장을 볼 수는 없겠네."

     "뭐 그렇소."

     

     오면서 여러 가게를 둘러봤지만, 무언을 관철했던 포르파조차 놀란 나머지 목소리를 떨고 있었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에서 아채를 하나 살 정도라면, 사르탄에서 한 봉다리로 사는 편이 나을 정도로 고가이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지르카는 우아하게, 아름다운 금색 사자인다운 몸짓으로 팔짱을 끼고, "하지만" 이라고 말을 이어나갔다.

     

     "무기는 하나 정도 사 두고 싶네. 저렇게 질 좋은 마법검은 다른 곳에선 거의 볼 수 없는 상품이라서. 그게 저렇게 가득 있으면, 우리같은 모험가로선 견딜 수 없어."

     

     상업가에 입점한 무기상의 앞에서 봤던 검과 도기, 창 종류는, 지르카 일행의 눈으로 봤을때 금액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었다.

     넘쳐나는 철제 싸구려 검에 비해 양질의 마술이 부가되면 가격이 확 뛰어오르는 세계에서, 그런 물건을 대량으로 사들일 수 있는 건 꽤 매력적이었다.

     

     "이 나라에선, 그게 별 가치가 없는 것처럼 다뤄지는 게 문제지만 말이오."

     "그렇네.....국보같은 것이 태연히 내걸려 있는 게 무서워서, 가게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어."

     

     농담섞어서 웃는 지르카를 보고, 포르파는 격하게 목을 끄덕이며 강하게 동의했다.

     권총이 유통되는 세계에, 갑자기 핵폭탄을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나라가 생긴다면, 얼마나 우호적이어도 위험시 될 것인가.

     지르카에게 부여된 임무는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찾는 일이었지만, 역시나 핵폭탄을 파는것까지 조사하는 건 짐이 너무 무겁다며, 이 때만큼은 그 역할을 포기했다.

     

     "되판다면 돈은 될 것 같은데요."

     "벌어도 호위를 고용하는 몫으로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저런 걸 대대적으로 팔기 시작하면 여러 곳에서 눈독을 들일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게까지 해서 부자가 될 기백이 있다면 말리진 않습니다."

     

     입다문 채 웃으면서 말한 지르카를 보고, 상인은 다시 깊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본 적 없는 기묘한 식재를 높은 가격으로 사는 것보다 손쉽고 확실히 벌기는 하겠지만, 지르카가 말한대로 상인에겐 목숨의 위험을 떠안으면서까지 승부할 기백은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이 나라의 특산품을 재빨리 사들여 이익을 내는 방향성이 무난한가.

     아니면 좀 더 편리하게, 이 나라에서만 나오는 것이 있다면, 어쩌면.

     

     ".......대형 상회라면 무구 등으로 벌겁니다. 누가 봐도 눈독을 들일 테니."

     "그, 렇네요. 전 분수에 맞게 장사를 할까 생각합니다....."

     

     이제야 포기한 상인이 힘없이 웃는 얼굴을 보고, "당신,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구만." 이라고 사자라가 말하자, 상인은 테이블에 머리를 박을 기세로 침울해진 것이었다.

     목적도 정해졌으니, 일행은 다시 구매를 하기 위해 마을의 산책에 나섰다.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네 곳으로 나누는 큰 대로를 걷는다면 필요한 것은 전부 갖출 수 있다, 라고 얼추 주민에게 들어서, 상인은 정문 대로부터 둘러보기로 정했다.

     한번 내곽까지 이동하고 나서 거대한 벽을 따라가듯이 반시계방향의 정문 대로로 이동하자, 그들은 다시 감탄의 한숨을 내쉬엇다.

     나라의 현관 입구로서 정문 대로를 채색하는 길거리의 가게들은 고급진 분위기가 감돌았고, 그야말로 나라가 유복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듯했다.

     신기함에 두리번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상인의 마차를 뒤쫓으면서, 수인들은 경계를 유지하며 호위에 전념했다.

     

     "그런데, 사자라는 이 나라에서 뭘 하고 싶어?"

     "카무히보다 편히 지낼 수 있으면 상관없네. 그런 당신은 어떻지? 중요한 뭔가가 있지 않았나?"

     "그렇게 보여?"

     "그래. 저 올빼미를 보면 말이야."

     

     사자라가 코끝의 뾰족한 턱을 세운 방향에,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내보이면서 지르카를 노려보는 포르파가 보였다.

     언제까지 놀고 있을 거냐고 물어보는 듯 했지만, 지르카는 바로 시선을 돌리고 어깨를 들썩거려 보였다.

     

     "뭐, 내가 아니라 아버지가 고용한 모험가니까."

     "뭐지? 외출할 때 감시역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인가?"

     "그런 거려나. 이래봬도 부자라서."

     

     도발에 응하지 않고 부드럽게 흘리는 지르카였지만, 사자라의 눈으로 보면 위화감만 느낀다.

     이 아름다운 황금의 사자가 누구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떠받들며 자란 것 뿐이라면 그 사이 정체를 드러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명백한 행동은, 의외로 냉정하게 보이는 호위인 포르파가 하고 있었다.

     사자라는 솔직히, 이 바밀리아에서 온 수인들을 누구 하나 이해할 수 없었다.

     명확한 목적도 보이지 않고 행동의 이유도 알 수 없다. 어떤 의미로, 축복받은 환경에서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며 살아왔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건가 하고 진심으로 고민했다.

     다만, 나라에 이득을 가져다주기 위한 것은 알아챘지만.

     

     "어라.......? 카란드라의 마도병단이다."

     

     상인이, 외곽 쪽에서 인파를 헤치며 걷는 인간들을 보고 자연스레 말로 내놓았다.

     그걸로 사자라의 생각도 끊겼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병사에게 안내되면서 걷고 있는 회색의 후드를 뒤집어 쓴 수상한 집단의 모습은, 상인들보다도 주목을 모았다.

     언제봐도 기분나쁜 집단이라고 생각하면서, 관련되지 않도록 다른 길로 향하려던 상인이었지만 그의 의사에 반해, 지르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카란드라 쪽으로 똑바로 걸어가고 말았다.

     

     "아, 지르카 씨!"

     

     서둘러 제지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고, 포르파가 데려오려 하는 것보다 먼저 지르카가 소리를 쳤다.

     

     "여어! 오랜만이야!"

     

     친근한 말에, 마도병단의 발이 멈췄다.

     다가오는 지르카를 보고, 선두에 선 남자가 중얼거렸다.

     

     "......누구, 실까나?"

     "에이 참. 얼마 전에 바밀리아에서 만난 참이잖아. 설마 진짜로 잊은 거야?"

     

     후드 밑에서 노려보는 남자에게, 지르카는 재빨리 물어봤다.

     

     "이크라르 공 정도나 되는 분이 날 잊어버리다니.....혹시, 뭔가 병이라도 있다던가?"

     

     이름을 불리자, 남자는 입술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아니, 생각났다. 미안하군, 요즘 바빴으니까."

     "아, 뭐 그런가. 이런 나라가 갑자기 나타난다면 누구나 바빠지려나. 나도 비슷한 거니까."

     

     옅게 상대에 맞춰 미소를 띄우는 이크라르을 향해, 지르카는 아름다운 황금과도 같은 미소를 띄웠다.

     

     "그럼, 서두르고 있어서."

     "앗, 미안미안! 오랜만에 만나서 기뻐서 말야. 응, 그럼 또 보자고."

     

     별거 없는 이야기만을 나눈 후, 마도병단은 다시금 성으로 향했다.

     그 등을 바라보고 있던 지르카였지만, 옆에서 다가온 깃털의 손에 붙잡히자 쓴웃음을 지었다.

     고개를 돌리니, 눈을 충혈시키며 분노와 초조함으로 떠는 포르파의 모습이 보였다.

     

     "경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오! 레스티아에 오고 나서 제멋대로 하고 있을 뿐이 아니오! 우리들이 어떤 목적으로 이 나라를 방문했는지 잊은 건 아닐 것이오!"

     "큰 소리 내지 말라고 포르파. 전에도 말했지만, 난 내 목적이 있어. 넌 네 일을 다하기만 하면 될 뿐이고, 내게 역할을 짊어지게 하는 건 다른 문제잖아?"

     "무슨.....무슨 바보같은 말을 하는 것이오! 경이 중요한 일을 맡은 것은 온정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저런 영문 모를 짓을 하는 것이오!"

     

     포르파의 힘이 강해져갔고, 금색 털로 숨겨진 힘없는 팔에 생기는 아픔 때문에 지르카의 얼굴이 미세하게 경직되었다.

     

     "경은......경은.......!"

     "거기까지 해두시게."

     

     스스로도 멈출 수 없어하는 걸 눈치채고, 사자라의 넓은 거체가 두 명의 사이에 끼여들었다.

     부외자가, 라고 외칠 뻔했던 포르파였지만, 불쌍히 여기는 듯한 사자라의 시선에 냉정함을 되찾았고, 부리를 딱딱 울리며 난폭하게 지르카의 팔을 놓았다.

     

     ".......미안하게 됐소. 당분간, 따로 행동을 하겠소. 밤에는 돌아올 테니."

     "알았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지르카의 태도에, 포르파는 강하게 주먹을 거머쥐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

     헝클어진 긴 털을 손으로 고치던 지르카는, 여태까지 중 제일 의아한 얼굴을 하는 사자라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뭘 물어보고 싶지."

     "........하, 의미불명의 행동의 이유는 듣고 싶네만."

     "허어, 그쪽이었구나. 뭐, 상관없지만."

     

     지르카는 상인들과 거리를 뒀다는 걸 의식하면서, 미소를 잃지 않은 채 험악한 어조로 말했다.

     

     "저건 카란드라의 마도병단이 아냐."

     "확증은 있는가?"

     "후후. 날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 친근하게 말을 걸었더니 적당히 맞춰준 거겠지만, 저건 아주 틀린 거야."

     "당신은 알고 있었나?"

     "응. 카란드라는 바밀리아와 나르대로 교류가 있었으니까. 운네라체르노아의 삼남이었나?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일방적으로 얼굴을 알고 있는 것에 불과해."

     "그렇다는 말은 뭔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접촉한 건가, 당신."

     "뭐 그래. 카란드라는 좋게도 나쁘게도 역사와 전통을 중요시하니까, 신흥국에 칙사를 보내지는 않을 터였어. 이그라르 본인이라면, 신도에 가서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찾으려 할 정도로만 행동할 거라고 생각해. 운네라 옹이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를 수도 있겠지만."

     

     다시 말해, 이그라르를 자칭하는 남자는 가짜라고 스스로 확인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치곤 이상한 점이 많다.

     가짜라고 알았다 해도, 지르카가 마술국에 당당히 다가가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거기다 대화의 내용은 겉치레에 불과했고, 마술국의 행동의 의도를 찾아보려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뭐가 목적이냐."

     

     생각해도 쓸데없다며, 사자라는 옆에 선 지르카에게 직구승부를 걸었다.

     지르카는, 그걸 어영부영 넘기지 않고 정면에서 받아쳤다.

     

     "조금 은혜를 베풀어둘까 생각해서."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그건 그렇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상대지."

     

     사자라가 되물으려 하는 것보다 빠르게, 지르카는 사자라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처음으로 미소가 사라진 얼굴을 비추었다.

     탐욕스러운 짐승같기도 하고, 겁 많은 패배자같기도 한, 어두운 눈빛이 빛나는 금색 눈동자였다.

     

     "너에게다, 사자라."

     

     매달리는 듯한 금색 눈동자에서 던져지는 그 직구를, 사자라는 뾰족한 코를 울린 것 뿐으로, 받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왕성으로 초대된 카란드라의 마도병단ㅡㅡ을 가장한 집단은, 전부 미스릴로 만들어진 성의 모습과 아름답고 장엄한 내장을 상관하지 않으며, 그냥 묵묵히 선도하는 마물의 뒤를 쫓아갔다.

     그들의 눈에 이 나라의 발전은 무엇 하나 비추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은 사악한 존재가 만들어 낸 열악한 문화라며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이 에스텔드 바로니아는 악마가 주물럭거린 진흙에 불과했다.

     말없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집단의 기괴한 시선을 느끼면서, 그들의 안내를 명받은 병사도 말없이 직무를 다하였다.

     조용한 성 내의 복도에 깔린 레드카펫을 밟으며 나아간 곳은, 18층에 존재하는 알현실이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왕과 만나기 위해 깊은 성 안으로 안내되었지만, 그들의 기색에 변화는 없었다.

     흘끗 뒤를 돌아보며 확인한 병사는, 그 표정이 사지로 향하는 특공병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아."

     

     정숙함 속에서 발걸음만이 울리고 있었지만, 문득 들린 희미한 소리에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춰졌다.

     모두의 시선 끝에는, 아름다운 꽃으로 채색되었지만 야위어있는 '화관' 의 용자가 놀란 모습으로 옆의 복도에 멈춰서 있었다.

     마도병단이라고 눈치챈 용자 아루아세레스타는, 서둘러 몸가짐을 바로하고서 선두에 선 이크라르를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마술국의 왕자에 대하여, 아렌하이트의 귀족이 예를 표하는 건 올바른 행동이다.

     하지만, 그걸 본 회색 로브들은 크르르 하고 목을 울리기 시작했고, 심지어 소리내며 웃었다.

     놀라는 아루아. 안내역의 병사도 이상한 광경에 눈을 부릅떴다.

     한껏 웃은 참에, 이크라르가 손을 들자 목소리는 뚝 그쳤다.

     그 모습에, 아루아는 본능적으로 그들이 마도병단이 아니라고 눈치챘다.

     이 정돈된 분위기. 기분 나쁜 통솔, 그리고 신앙에 물든 광신의 눈동자.

     천천히 다가온 이크라르가, 떨고 있는 아루아의 귀에 얼굴을 들이대며, 본래의 목소리로 살짝 소곤거렸다.

     

     "성녀님은, 악을 멸하기를 원하셨다."

     "윽......!"

     "의식은 머지않아 완성된다. 그 때가 위대한 아르마의 위광을 전 세계에 알릴 때다. 가련한 용자여, 실수없이 검을 휘둘러라......에레나님의 전언이다."

     

     창백해진 아루아의 눈에, 멀어져가는 이크라르의 얼굴에 노이즈가 달렸고, 그 뒤에 숨겨졌던 엘레나의 심복을 보여주었다.

     마도병단은 다시금 하나로 모여 병사의 안내를 받아 성의 안으로 나아갔다.

     남겨진 아루아는 동요를 억누르면서 가슴을 쥐었지만, 어찌할 수 없는 떨림 때문에 서 있을 수도 없어서 벽에 몸을 기댔다.

     뭐가 그렇게 두려운 것인가.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셀레스타 가문으로 출가했음에도 결국은 외부인인 아루아는, 그냥 엘레나의 마음에 든 것 뿐이고 아무것도 모른다.

     왕가의 공주로서, 그냥 남편에게 이바지하도록 자라왔던 그녀는, 남편이 없어지면 그 가치가 없다는 말과 같은 뜻이었다.

     엘레나의 눈에 든 것은 행운이었다. 아무리 카무히에서 강력한 무기를 얻었다고 해도, 용자의 힘에 눈을 떴다고 해도, 아루아는 아렌하이트에 환영받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엘레나와 시간을 함께 했어도, 그 뒤에서 꿈틀거리는 거대한 계획이 존재하는 것 밖에 알지 못했다.

     어떤 계획으로, 언제 이루어지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결국, 아루아는 왕국에서 나온 후에도 나비야 꽃이야 하며 귀여움 받았던 것 뿐이다. 그것이, 이 조소였다.

     

     "하......하......"

     

     이번에 엘레나에게 부탁받았을 때, 귀여운 언니의 소원을 들어줌과 동시에, 자신의 지위를 회복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진 않았던 모양이다.

     엘레나는 처음부터 아루아를 쓰고 버릴 셈이었던 것이다.

     에스텔드 바로니아 왕에 대한 충동과도 같은 감정의 정리도 되지 않은 차에 명령받은 자해의 선고는,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아루아의 마음을 파괴해나갔다.

     머리를 감싸며 목소리를 죽이며, 흘러나오는 눈물과 함께 여태까지의 평안함도 사라져간다.

     다음에 일어섰을 때, 아루아를 장식하던 꽃은 전부 붉은 피안화로 변했고, 거머쥐고 있던 가슴의 로자리오를 잡아 뜯어서 어디딘가에 두었다.

     

     "......구제하지요."

     

     그렇게 중얼거린 말만이 백은의 복도에 메아리쳤다.

     

     

     

     "ㅡㅡ자, 어떻게 하실 건가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장치에 비추어진 아루아세레스타를 보면서, 피안의 꽃보다도 붉은 드레스를 휘날리면서 스콜라・아이언베일은 루슈카와 미라・사이파에게 물었다.

     어떤 의미로 올바른 길을 선택한 아루아의 모습은 일종의 사상검증같은 것이었고, 뭔가 꼬리를 드러내지 않을까 하며 기대하며 빈 객실에 자리를 마련한 루슈카였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의 스콜라에게 불안스런 표정을 보였다.

     

     "후후후. 그런 얼굴 하지 않아도, 전 카론 폐하의 것이와요? 자, 농담은 제쳐두고.....저거, 넘겨주지 않을래요?"

     

     손으로 가리킨 것은 영상 속으로 사라진 아루아의 등.

     루슈카는 아직 언짢아하고 있었지만, 기분좋은 듯한 스콜라의 말의 진의를 확인하려는 듯 노려보았다.

     

     "기를 건가? 꽤 재밌어 보이지만, 할 거라면 다른 곳에서 해줘. 명백한 해충을 국내에서 기를 생각은 없어."

     "설마 그런 짓은, 여기서 저의 충성심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한 것 뿐이에요. 그, 해충구제 정도의 일이라도, 폐하께선 칭찬해주시겠죠?"

     

     스콜라에게 있어 아루아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걸 처리하는 것만으로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인정받는다면 기쁘게 해내겠다.

     루슈카에게 있어서도, 동족끼리 싸워주는 건 정말 흥미로웠고, 이 세계의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용자의 실력을 재어보기에도 마침 좋았다.

     남은 미라도, 아루아에게 관심은 보이지 않고, 그보다도 마도병단을 자칭한 자들을 신경쓰고 있었다.

     

     "카론 왈, 저건 카란드라의 사자가 아니라는 모양이라는데."

     "그렇게 들었다."

     그리고,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도착할 때까지, 누구한테도 발견되지 않았다던가."

     "으음. 역시나 카론님이시다 우리들이 간파하지 못한 일을 쉽사리 꿰뚫어볼 수 있다니."

     "네에, 네에. 정말로 폐하는 훌륭한 분이와요."

     "아니, 그게 아니라.....왜 그렇게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거냐. 이 나라에서 카론만이 간파할 수 있었다는 말은, 상대가 그럴 셈이라면 우리들 앞에서 모습을 감추고 뒤에서 찌르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라고."

     "어머, 미라님은 두려우신가요?"

     "저기 말야......"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미라는 턱을 눌렀다.

     

     "상대의 수법이 판명되지 않았는데, 성에 초대해도 되느냐 하는 말이다."

     "아, 그거라면 상상은 되는 것이와요."

     ".......뭣이?"

     "아마도, 아르마 정교의 성유물이겠네요. 아니면 아르마가 인간에게 나눠준 거라던지요.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안되는 걸요. 용자도 아닌 인간이, 용자보다도 인지의 바깥에 있는 기술을 쓰다니요."

     

     스콜라는 상식이라고 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지만, 미라의 시점으로는 수상한 것이었다.

     신이 개입한 사실을 세계가 인지하고 있는 건 인마전쟁에서 벌어졌던 용자들이 마지막이다.

     그것이 지금 이루어진다는 말은, 약간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루슈카는, 스콜라의 말에 의문도 갖지 않고 동의를 하였다.

     

     "신도 결국 마물과 변함없다. 신이라는 과장된 종족명이 붙은 것 뿐이고, 딱히 드문 것은 아냐. 신이니 임금이니 하는 것과 수천 번 싸우고 승리해온 우리들이, 이계의 신 따위에게 질 리가 없지. 지금 할드로기아 일행에게 보물고 안을 탐색을 하도록 지시를 내렸으니, 오늘 안에라도 준비는 끝날 거다."

     "이야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내가 바보라서 그런가........?"

     

     미라가 그렇게 생각하고 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신의 힘을 전제로 한 이야기가 나누어지고 있으니,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루슈카와 스콜라의 대화에 참가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다만, 자신이 무얼해야 할지는 명백히 이해되었다.

     

     "미라사이파. 네겐 가능할까?"

     

     주어가 아닌 루슈카의 물음에, 미라는 약간의 침묵 후 쓸쓸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한다. 그게 내 업이고, 리페리스의 업인 이상은, 하지 않으면 안돼."

     ".....그래. 뭐 열심히 노력해 봐. 내일은 모든 것이 움직이고, 끝나겠지. 그 때가,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의한 세계정복의 봉화를 올릴 신호가 된다."

     

     루슈카는 하늘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퇴실했다.

     남겨진 두 사람은, 양극단의 기분으로 그 때를 기다렸다.

     두 사람에게 있어서의 사상검증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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