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전조2021년 02월 11일 12시 59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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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의 낙원으로 일컬어지는 에스텔드 바로니아는, 확실히 낙원이라고 에이라・크란・아젤은 인식하고 있었다.
악귀악령과 이매망량이 모여서, 어두침침한 연회를 벌이고 있을 거라고 상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인간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아니, 인간보다도 훨씬 융성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것은 몇 번이나 눈으로 보았던 선명한 절망과는 동떨어진 행복의 모습. 억측과 공상으로 만들어진 공포의 대제국이 아닌, 확실하게 여기에서 살아가며 피가 흐르는 나라.
마물의 낙원.
그 단어의 의미를 이제야 올바르게 그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와아.....!"
외출의 허가가 나오고 나서 처음으로 대로에 나온 에이라는 감동에 젖어 부르르 떨면서, 행복해 보이는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거리의 모습에 감탄하였다.
하늘은 구름이 낀 채였지만, 빗줄기는 일단 진정되었다.
따스해진 공기와 흙냄새가 계속 내릴 예감이 들게 했지만, 설령 내려온다 해ㅗ 에이라는 이 거리를 만끽할 것이다.
양손을 가슴 앞에 모으며 감동하는 에이라의 뒷편에, 슬슬 사람이 모여들었다.
미라・사이파, 오르페아, 그리고 카론과 루슈카의 모습도 있었다.
평상시에도 교황으로 있는 걸 요구받는 에이라가 오랜만에 나이에 맞게 행동하는 모습을 본 오르페아는 기쁜 듯 따스한 눈을 하였다.
이 나라에선, 카론의 앞에선, 아제라이교의 최고 지위자라는 직함이 가치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어깨의 힘을 뺄 수 있는 것이다.
"감사드려요, 카론님. 스스로 동행해주시다니요."
돌아보며 고개를 숙인 에이라에게, 카론은 작게 미소지었다.
"감사할 일은 아니다. 그냥 외출의 허가를 받은 것 뿐이다. 잠시 구금을 시킨 것처럼 되어버린 걸 미안하게 생각할 정도였으니."
"아니요, 그런 일은! 저희들의 안전을 확보하려 노력해주셨으니, 감사함에 틀림은 없어요."
행복으로 넘치는 미소는, 비탄스럽게 지내던 신도의 엘프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고 일컬어지는 게 납득이 가는 눈부심이었다.
치장한 백색도 순진무구한 분위기와 정말 어울렸으며, 카론은 왠지 귀여운 친척 아이를 보는 듯한 기분이 되었다.
" [키메라] 들이 뒤에서 보고 있어줄 테니 문제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다지 짐에게서 떨어지지 말도록."
"에, 에헤헤......신경쓸게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모습의 에이라이 옆에 서는 오르페아.
바깥에서 와준 자들이, 소중히 키워온 나라를 이렇게까지 기뻐해주면 카론도 기뻐진다.
"상당한 암여우구나. 저 애는 장래 여자의 무기를 써서 함락시키러 올 거다. 거의 틀림없이."
"....."
그런 온화한 마음을, 뒷에서 찬물을 끼얹는 녀석이 없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무뚝뚝한 얼굴로 즐겁지 않은 일을 말하는 미라의 태도에 미소가 얼어붙었다.
"카론님, 이 인간 쪽이 훨씬 암내가 나니 냄새를 옮기기 전에 빨리 처분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미라를 눈엣가시로 보는 루슈카가 옆에서 귓말을 한다.
약 덕분에 진정되었을 터인 위장이 시동을 걸고 있는 건 기분 탓일까.
카론을 곁눈질로 흘겨보는 오르페아의 걱정스러운 시선에, 어딘가 동료의식을 느껴버리는 점이 조금 한심했다.
슬퍼질 것 같았지만, 카론은 앞으로 걸어가는 걸로 기분을 전환했다.
"하지만, 다른 자는 어떤게 된 일인지. 아루아・세레스타는 이걸 위해 온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왠지 몸 상태가 나쁘다고 합니다. 스콜라・아이언베일은 고로 효우에와 놀고 있다고 합니다."
"아하......"
매일 수련장에서 병사를 상대로 날뛰었다고 전해들었지만, 설마 다음 날에 최상의 난이도로 바꿀 줄은 생각도 못했다.
싸우지 않으면 자신을 제어할 수 없어지다고 하지만, 과연 지금의 스콜라가 어떤 의미로 자아를 다스리고 있는지 약간 의문이 들었다.
'뭐, 이상해진다면 고로 효우에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아니, 지나치게 해버리지는 않....겠지?'
"왕에게 아양떠는 여자는 죽음이다!" 라고 외치면서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아무리 고로베라고 해도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며 약간의 신뢰를 갖고 생각을 고쳤다.
"아루아는 몸이 안좋은가. 감시는 붙어있었나?"
"물론입니다. [섀도우 셰드윈도] 도 같은 보고를 했기 때문에, 아마도 사실이라고 봅니다."
"흐음.....이러다 죽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는데....."
다행히도, 카론을 진찰하기 위해 불려온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진찰해 달라고 부탁하기로 정했다.
딱히 혼자 죽는 건 상관없었지만, 그 탓에 아렌하이트와의 개전이 빨라지게 될 가능성이 생기는 편이 성가셨다.
멋대로 찾아온 녀석이 멋대로 병사한 탓에 예정이 틀어지는 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그럼, 제 병사에게 의사를 수배를 지시해 두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해를 당하지 않게 호위도 붙이겠습니다."
"음, 그런가.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다니 역시."
"ㅡㅡ우헤헤......크흠!! 제가 사랑하는 국왕폐하의 마음의 편린을 조금이라도 알아챌 수 있어서,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 기회가 늘었다고 느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과장은. 쉬는 사이에 분주히 뛰어다닌 걸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감사해야 할 정도인데?"
"아니요. 저 같은 존재는 마구 다루는 정도가 딱 좋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바빠지는 건 필연적이니, 이제까지 이상으로 일을 나눠주셨으면 합니다."
"흐음."
기분좋은 루슈카는, 맡겨달라고 말하는 듯 내민 가슴에 손을 대며 콧김을 내뿜었다.
만일 자신이라면, 아무리 직장의 환경이 좋아도 나서서 일을 달라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저렇게나 왕성하게 일하는 것을 희망할 정도로 소중히 대해준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리 생각하자, 카론은 낯이 뜨거워지며 수줍어하였다.
".....카론은, 그런 표정도 짓는구나."
두 사람의 대화를 보고 있던 미라가, 의외라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좀 더 어깨에 힘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 여러 일이 있었으니까. 아니, 또 있을 것 같고 말이다. 짐도 변하지 않으면 흐름에 뒤처져서 따라갈 수 없으니까."
"여러 일을 저지른 나라의 인간으로선 귀가 따가운 이야기구만."
변한다는 키워드에 미라의 표정이 흐려졌지만, 바로 평소의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사르탄의 상인과 딜아젤의 녀석들과의 이야기는 끝났나? 그 뭐냐, 화폐 거래의 이야기였잖아."
미라의 시선이 향한 곳은, 내곽 근처에 지어진 영사관 쪽이었다.
세 나라와의 교류를 위해 카론이 마련한 영사관에는 정식 인원은 아직 파견되지 않았지만, 어딘가 다이쇼(1912-26년) 로망을 느끼게 하는 3층 벽돌집에는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성의가 담겨져 있다.
셋이 나란히 지어진 영사관 안에서 무엇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거의 빈손으로 나온 미라가 말한 일에, 카론은 약간 놀랐다.
"너......알고 있었다면 어째서 사람을 준비하지 않았나."
"딜아젤도 왕국화폐를 쓰고 있다. 시끄러운 리페리스가 참가하는 것보다, 딜아젤한테 결정시키는 편이 편히 끝나잖아."
뭐, 확실히.
"정말......그래서 루슈카, 그 이야기는 들은 게 있는가?"
"예. 일단은 형식이 갖춰진 모양입니다."
"일단인가."
"아직 의논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저희들 제 16단도 지식을 연마하면서 인간의 가치관을 이해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루슈카는 에스텔드 바로니아에서 유통되는 금화와, 사자의 양각이 새겨진 바밀리아의 금화를 꺼내들었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화폐는 여러 종족이 쓰기 쉽도록 크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눈에 보아도 바밀리아 쪽이 작은 걸 알 수 있다.
루슈카 왈, 이 세계에선 광석의 질과 양과 비슷한 정도의 화폐가치로 정해진다는 모양이다.
커다란 화폐를 만든다는 건 나라의 풍족함을 상징하며, 바밀리아가 제일 커다란 것이었던 모양이지만, 그걸 에스텔드 바로니아가 갱신한 모양이다.
필연적으로, 에스텔드 바로니아에서 유통되는 화폐는 가장 비싼 것이 된다.
거기다 또 한가지, 에스텔드 바로니아 국내의 물가가 너무 높다.
자국에서 경제가 순환한데다 두둑히 지급을 해주었기 때문에, 향락적인 마물들에게 있어 금전을 버는 일이 큰 의미가 없다.
그 중에는 놀랄 정도로 고가의 물건도 있지만, 사는 쪽도 파는 쪽도 미친 녀석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세 따윈 관계없는 것 뿐이었다.
그 때문에, 나르대로 벌면 된다는 정신이 만연해 있어, 생활필수품의 종류는 정말 싸게 나돌고 있었다.
때때로 가격을 변동시킬 정도의 지능은 있는 모양이지만, 나라에서 부과하는 세금과 매일 본전을 얻을 정도의 변동밖에 안하는 것이다.
나라도 지금 상태로 딱히 곤란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조작을 하지 않아서, 인간들이 보자면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가격대에서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 부분을 다듬어나갈 필요가 있다, 고 인간은 말했습니다. 뭐,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필사적인 것도 인간이니, 저쪽이 멋대로 노력해줄 듯 합니다."
"그건, 좀."
"카론. 교황 일행이 보이지 않게 될 것 같다."
이야기가 일단락 난 참에, 미라가 카론에게 말을 걸었다.
가리킨 방향에는, 좌우로 늘어선 가게 앞에 놓여진 상품을 보며 걸어다니는 에이라와 오르페아가 보였다.
주변에는 이매망량뿐인데도, 이젠 그런 일은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열중하고 있는 모양이어서, 돌아보는 일도 없이 점점 앞으로 나아갔다.
카론은 곤란한 듯 웃을 뿐이었지만, 루슈카의 얼굴은 분명하게 불만스러운 것으로 변했다.
"카론님, 이제 내버려두지 않겠습니까? 저와 둘이서 행동하는 편이 훨씬 유의미할 듯 합니다."
"게스트를 내버려두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안내를 자처한 카론의 평판을 내리게 되잖아?"
"주인을 대신해 개돼지를 길들이는 건 종자의 의무이며, 때로는 버리라고 충언을 하는 것도 종자의 의무다. 게스트라고 기어오르지 말았으면 하는데."
"종자? 길들인 개를 잘못 말한 거겠지."
"그럼 개의 상하관계를 가르치는 것 뿐입니다. 연명하고 있는 주제에 우쭐대지 마 인간."
좋아, 이 녀석들을 놓고 가자.
카론은 노려보면서 으르렁대는 두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살짝 떨어져서 에이라들의 옆으로 이동했다.
"저기, 이건 뭘까."
"본 일이 없네요.......과일, 일까요."
두 사람은 공업지구의 안에 몇 채 있는 야채가게의 앞에 멈춰서, 가게 앞에 늘어선 야채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지?"
"아, 카론님. 이거 말인데요....."
손 끝에 있는 건 익숙한 채소.
"토마토잖아."
"네?"
선명한 빨강으로 익어서 싱싱한 야채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는 에이라.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과일인가요?"
"야채인데."
"야채!? 이게요!?"
"그래......."
반응을 보아하니,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에스텔드 바로니아 성 내에 나온 식사를 몇 번이나 입에 대었을 터였다.
딱히 의문을 말하지 않고 먹었을 텐데.
누군가에게 들어본 기억도 없고, 오히려 신도의 주점에서 먹은 것 쪽이 의문이었다.
카론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실 마물들은 그녀들이 물어봐도 전혀 대답하지 않는 것이다.
이세계 사람들이 모르는 문화가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있다는 걸 인식했지만, 정보를 주어도 좋은지 어떤지의 판단을 그들로선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기껏해야 식재, 하지만 식재. 만일 넘쳐나는 채소 중 하나가 외국에 대한 일종의 비장의 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바깥에서 사람을 초대해 놓고서, 성 내에선 그런 점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건, 과일......인가요?"
"바나나는 그렇다. 먹어본 경험은?"
"음, 식사할 때 장식되어 있는 건 봤었지만, 먹어본 일은 아직......"
"카론. 이렇게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우린 손님이지만 여행객과는 다릅니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예의를 모르기 때문에 섣부른 짓은 할 수 없어요. 손을 대도 좋은지 어떤지 주저된답니다. 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이거저거 물어보면 예절이 나쁘게 보일 거고요."
"테이블에 놓여진 과일 정도는 마음껏 먹어도 될텐데....."
"주제넘지만, 에이라님과 저는 과일인지 아닌지 반신반의하게 되는 것이 많아서요."
"허어......"
이런 일로 컬쳐쇼크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던 카론.
결국은, 모두에게 제공되는 요리를 완전 미지의 물체라고 생각하면서 먹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의미로, 괴상한 음식을 권한 것과 같은 게 아니었을까 하고 불안해졌지만, 그 표정을 본 오르페아가 서둘러 덧붙였다.
"하지만! 어느 것도 매우 맛있었으니 이제부터 알아간다면 주저하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같은 인간이어도 이 정도로 인식이 다르다면, 공존과 협조는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카론 스스로에게 탄식했다.
"카론님."
거기에, 루슈카가 귓말을 하였다.
"이걸 기회로, 우리나라의 특산품으로서 다루는 건 어떻겠습니까."
"과연. 그건 좋은 방법이다."
정말 명안이라고 카론이 찬성했다.
"그럼, 품종개량을 하도록 식물계의 마물들에게 지시해두겠습니다."
이어지는 말에는 약간 의문스러웠지만, 곧장 수긍했다.
"맡기겠다."
"예. 반드시 희망에 부응하도록 신속히 진행하겠습니다."
힘이 들어간 모습의 루슈카를 보고, 카론은 미소를 보였다.
뭔가 핀트가 어긋난 두 사람이었는데, 실제 대화의 내용도 어긋나 있었다.
카론은 지역의 특산물같은, 다른 장소에서도 농사는 지을 수 있지만 이곳 생산품이 우대되는 브랜드 품을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슈카의 생각은 그것 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산의 야채와 과일 등을, 전부 '다른 지역에선 자라지 못하게' 개량할 셈이었던 것이다.
인간과 다른 종족이기 때문에, 품종개량 따윈 손쉬운 일이다. 식물에서 유래한 마물들이 전력을 다한다면 2개월 정도 지난다면 루슈카의 희망에 걸맞는 물건을 만들어 낼 것이다.
외국의 1차 생산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최고품질의 상품을 유통시켜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의존시킨다.
본 일이 없고, 맛있고, 희소성을 유지한 물건들을 유일하게 제공할 수 있는 나라.
외국에 있어 에스텔드 바로니아는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미소를 교환하는 두 사람의 엇나갔음은 서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 건이 나중에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 카론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럼, 그런 부분의 이해도 깊어지게 할 식사의 플랜을 생각하도록 하자. 루슈카, 요리장들에게 그 취지는 전달할 수 있겠는가?"
"예. 만일을 위해 제가 감독으로 나서서 조언을 하겠습니다."
"그럼 부탁한다."
자신만만하게 콧김을 내뿜으며 경례하는 루슈카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카론은 일단 일은 잊고 에이라 일행과 어울리기로 했다.
그 후로는, 본 일이 없는 물건에 흥분하는 에이라와 오르페아를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고가의 무구를 보여달라고 부탁하는 미라와, 그걸 저지하려는 루슈카를 데리고 마을 안을 돌아다녔다.
거리 공연을 보거나, 잠깐 사먹거나, 아이들에게 손을 흔드는 등, 왠지 처음으로 관광하고 있는 듯한 기분에 즐거워졌다.
아이들에게 어울려준다고 하는 면죄부같은 변명이, 자제심을 약간 융화시켜서 아이처럼 행동하게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카론님, 좀 더 여러가지로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이렇게나 마술을 부여했는데도 한데 늘어놓아서 다루다니.......? 아무리 재질이 싸다고 해도, 대충 다루어도 괜찮은 물건이 아닌데....."
"카론이 무심코 유통시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구나."
"카론님, 점심식사의 예정은 어떻게 할까요. 괜찮으시다면, 이 공업지구의 상점을 마련하겠습니다만."
"그렇게 할까. 비도 내릴 것 같으니, 조금 빨리 이동해서......응?"
그러자 공업지구의 외곽 쪽에서 달려오는, 매의 머리를 한 [가루다 반피르] 가 보였다.
햇빛을 차단하려는 듯 커다란 우산을 든 암컷 가루다는 숨을 몰아쉬며 카론의 일행 쪽으로 똑바로 달려왔다.
무슨 소란이라도 있나 생각했지만, 가루다는 경계하는 루슈카의 앞에서 급정지하고, 카론을 향해 재빨리 경례한 후 루슈카에게 귓말을 하였다.
몇 번이나 끄덕이면서 가루다를 돌려보낸 후, 이번엔 루슈카가 카론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했다.
"카란드라에서 온 사자가, 정문 앞 외문에 왔다는 보고가."
온화했던 카론의 표정이 싹 굳어졌다.
"대륙 연안 전역에도, 바닷속에도 병사를 배치했을 터다. 왜 어디서도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지. 현 체제에 구멍이 났다는 말인가?"
"그 가루다의 말로는, 갑자기 마술을 풀고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탐지에도 반응은 없었고....."
"우리들의 눈에서 벗어날 기술이, 이 세계에는 있다는 말이구나."
따끔해질 정도의 분노에 루슈카는 얼어붙었지만, 곧장 기분을 다잡고 무릎을 꿇으려 했다.
"큭! 죄송ㅡㅡ"
"사과하지 마라. 너희들 만의 책임이 아니다. 나에게도 책임은 있다."
여태까지의 싸움에서 이 세계를 얕보고 있던 자신과, 정면에서 도발해온 카란드라에 대해서다.
투둑 하고, 카론의 어깨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하나, 둘 수를 늘려나가자 점저 젖어들어 무거워진 검은 코트는, 카론의 마음과 같이 검은 색으로 변해갔다.
점점 강해지는 빗줄기에서 지키려는 듯, 앞머리에 물방울이 맺힌 루슈카가 살짝 카론의 위에 아공간에서 꺼내들었던 우산을 씌웠다.
말을 걸어야 할지 알지 못해서, 가만히 앞을 바라본 채 움직임을 멈췄던 카론을, 루슈카는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 대륙의 레벨이 낮았던 건지, 아니면 우리들을 착각시키는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었던 건지, 강력한 아이템이....'
콘솔을 열고 맵을 확인하자, 외곽 정문 앞에 있던 36명의 카란드라에서 왔다는 사자를 확인했다.
레벨은 누구나 40대. 이 세계의 인간치고는 아마 꽤 강한 부류였지만, 그걸로 이매망량이 널리 퍼진 레스티아 대륙을 탐지당하지 않고 횡단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고위의 마술과 스킬을 배우려면 상응하는 레벨이 필요해지는 것이 절대적인 법칙일 터. 그걸 도외시할 수 있으니 용자는 특별.
점점 강해지는 빗소리도 듣지 않은 채, 카론은 맵의 정보를 주시했다.
'이름・마키실, 종족은 인간이고, 원소마술사. 레벨 42......용자특성의 기록은 없고, 지금 특수한 스킬이 발동된 흔적도 없어. 그렇게 되면 의심되는 건......잠깐. 카란드라의 사자라고 했었나?'
카론이 콘솔윈도우로 표시한 정보에는, 게임을 공략하는데 필요한 것이 한 줄로 나열되어 있었다.
세로로 늘어선 정보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여 읽으며, 카론은 알아챈 듯 입가를 들어올렸다.
"카론님?"
"아, 미안했다. 그리고, 그들은 성으로 초대해도 상관없다."
"괜찮으십니까?"
"다만, 그들의 접대는 적당히 해둬. 만일 정식 사자인지 어떤지 확인이 되었다 해도 대충 해도 된다."
"알겠습니다."
"우리들은 이대로 바깥에서 식사를 하도록 하지. 성으로는 안 돌아간다."
카론의 모습을 보고 시급을 요한다고 생각했던 루슈카였지만, 눈을 휘둥그레 뜨며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에 덧붙여, 카론은 묘한 말을 입에 담았다.
"그리고, 슬며시 아루아・세레스타와 만나게 해. 제대로 도청의 준비를 하도록."
"뭔가 생각이 있으신가 보네요. 부디 왕의 뜻대로."
".......광풍이 몰아칠 것 같구나."
"......."
농담을 섞으며 웃는 카론의 안에서 교차하는 적의와 애수에, 루슈카는 역시 아무말도 걸지 못한 채, 고개를 깊게 숙일 수 밖에 없었다.
◆
내려오는 비에서 몸을 지키려는 듯 회색의 후드를 깊게 눌러쓴 집단이, 정문의 바깥에서 서 있었다.
문지기인 병사와, 비를 피하러 온 주민들의 괴이한 시선을 받으면서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흰 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들을 카란드라에서 온 사자라고 자칭한 그들은, 몸을 기대며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기능되고 있군."
"여기까지 발견된 모습은 없었다. 효과는 있다고 단정지어도 좋겠지."
"본국과의 연락은."
"이미 했다."
"그런가."
"이론상, 탐지마술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마물의 능력으로도 간파할 수 없다는 말이다. 역시 신의 물방울이다."
기계로 읽어들이는 것인가 생각될 정도로 억양이 없는 목소리의 응답은, 강한 빗줄기에 섞여 사라졌다.
"그럼, 그게 발견될 일도 없겠지."
아깝군,. 귀중한 한 개를 사체에 쓰다니....."
"어이."
선두에 선 남자의 한 마디에, 분위기가 팽팽해졌다.
"마왕군을 상대로 승리한 녀석들이다. 방심하지 마라."
"죄, 죄송합니다. 이름님."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구나."
단순한 사죄에 대해, 남자는 살기를 띄웠다.
뒤에 선 자들은 눈에 띄게 떨었고, 이빨을 딱딱거렸다.
천천히 돌아본 남자의 얼굴이, 노이즈같이 흔들리며 애매모호하게 변화했다.
"몇 번 말해야 알겠나. 지금의 나는ㅡㅡ이크라르・체르노아 마도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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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토는 생물학적으로는 과일이지만 미국 대법원에서 토마토는 야채라고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야채라고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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